2012년 9월 20일 목요일

[사설] 주목되는 안철수 원장의 새 정치 실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9일자 사설 '[사설] 주목되는 안철수 원장의 새 정치 실험'을 퍼왔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안 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대선판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 원장의 3자 대결 구도 속에서 야권 단일화가 최대 변수가 되는 형국으로 짜였다.안 원장은 어제 회견에서 출마의 변으로 정치의 쇄신을 들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가 충돌하고 있다”며 “이제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 시스템,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과보호 구조 등으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며 “국민들은 이제 정치부터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며 “그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고도 했다.이른바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그를 대선 출마로 이끌었다는 이야기다. 안 원장은 지난 1년여 동안 지지율 면에서 박근혜 후보에 필적하는 거의 유일한 후보였다. 도도한 시대정신의 반영이라 할 만큼 안 원장을 통해 표출되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사뭇 크다. 안 원장으로서는 이제 국민의 이런 기대에 부응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떠안은 셈이다.안 원장은 회견에서 “국회가 지금처럼 가다가는 절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정당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등의 언급으로 기존 정치에 대한 큰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또 “조직과 세력 대신 나라를 위해 애쓰는 모든 분들과 함께하겠다”고도 했다. 기존 정치세력과 일정 부분 선을 긋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회나 정당정치가 심각한 문제인 건 사실이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 역시 현실정치에서 풀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정치 쇄신을 위해서는 원칙을 견지하되 좀더 유연하고 현실적인 방안들이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 안 원장이 국민들에게 더 설명해야 할 대목이다. 앞으로 어떤 인물이나 세력들과 국가를 운영할지도 밝혀야 할 것이다.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안 원장은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그리고 국민의 동의라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시한이나 방법론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당분간 야권 단일화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 행보를 하면서 국민들을 상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회견에 배석한 인사들 중 여당 성향 인사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을 거론한 점 등을 볼 때 안 원장이 큰 틀에서 범야권의 범주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입장에선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누가 후보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안 원장이건 문재인 후보건 각자 열심히 뛰면서 필요하다면 힘을 합치라는 게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일 것이다.안 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늦어지면서 국민들 중에는 답답해하거나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뒤늦게 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제라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급선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고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데 소홀함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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