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5일 토요일

인혁당·경제민주화·정수장학회… 박 ‘3중 포위’ 어떻게 풀까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14일자 기사 '인혁당·경제민주화·정수장학회… 박 ‘3중 포위’ 어떻게 풀까'를 퍼왔습니다.

ㆍ인혁당 재건위 사건 ‘유족에 사과’ 진정성 논란ㆍ정치공세론으로 정면 돌파

새누리당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과거사에 대한 박근혜 대선 후보 인식을 둘러싼 논란에 ‘정치공세론’으로 전환하고 있다. 

박 후보가 유족과의 만남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과는 사과로 받아들여달라”고 언급한 만큼 더 이상의 주장에는 저의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 격으로 활동해온 이정현 최고위원은 1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그동안 수없이 거론돼 왔던 사건 중에 박 후보에게는 대단히 불리하게 비춰질 수도 있는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4일 서울 중구 필동의 환경미화원 휴게실을 방문해 미화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이 최고위원은 민주통합당 등을 향해 “평상시 가만히 있다가 꼭 선거가 코앞에 닥치면 이런 식으로 끄집어내서 정치적으로 역사를 재단하려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 역사냐”며 “박 후보 자신의 입으로 분명하게 인정하고 사죄했음에도 이러면, 다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깨워서 그분 입으로 그런 얘기를 다시 들어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딸인 박근혜는 된다, 안된다 얘기하기에 앞서 정말로 역사를 바로잡고 싶으면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당시의 정황이나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친박근혜(친박)계 관계자도 “박 후보가 나서 (전날 인터뷰에서) ‘사과를 사과로 받아들여달라’고 하고 유족을 만나겠다고 했는데 더 이상 이 문제에 집착을 안 했으면 좋겠다”며 “계속 이렇게 하는 것은 정치 놀음이고, 대한민국에 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박 후보 측에서 역사인식 논란을 ‘정치공세’ 논리로 맞서는 것은 박 후보가 역사인식을 바꾸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사안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더 이상 물러설 경우 과거사와 관련해서는 퇴로가 없다는 판단도 깔린 듯하다. 실제 한 친박 인사는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유신의 부당함을 인정하라는 것인데 박 후보는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는 인식에서 더 변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며 “다른 부분은 정치공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후보 본인은 사과했다고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아 ‘진정성 논란’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봉하마을을 찾아간 것, 이희호 여사를 찾아간 것 등 대통합 행보의 진정성마저도 이번 일로 의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표 떨어지는 소리는 들려서 걱정은 되고, 아버지 부분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박 후보의 솔직한 심정이 아니겠느냐”며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좋은 재료가 있는데도 다 상할 때까지 뒀다가 억지로 먹는 셈”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이제라도 과거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나온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5·16 등은 관점의 차이라고 넘어갈 수 있다고 해도, 인혁당 사건은 관점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문제”라며 “역사는 그렇게 안고 싶은 것만 안고, 안기 싫은 것은 버리고 가는 게 아니다. 상속을 받을 때는 채권과 채무를 모두 받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12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박 후보의 표현에 사과 브리핑을 했던 홍일표 대변인은 당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선 기자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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