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사설] 재판 통해 속속 드러나는 불법사찰의 몸통 ‘VIP’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2일자 사설 '[사설] 재판 통해 속속 드러나는 불법사찰의 몸통 ‘VIP’'를 퍼왔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사건의 몸통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미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른바 ‘일심 충성 문건’ 등 이 대통령이 몸통임을 시사하는 자료가 드러난 데 이어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서 등을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꼬리자르기’로 끝나버린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어 여야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에 합의했으나 아직도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불법사찰까지 포함시키자며 사실상 어깃장을 놓고 있는 새누리당 탓이다.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8부 심리로 열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대한 공판에서는 박 전 차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신재현 에너지자원특명대사의 동향을 보고받고는, 인사개입 정보를 추가해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전아무개 전 지원관실 주무관의 검찰 진술 내용이 공개됐다. 또 어제 공판에서는 2009년 10월 지원관실의 비선 보고 행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인 뒤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인규 지원관을 불러 “이 국장이 떠나야 될 것 같다. 대통령이 보고받고 떠나는 것을 허락했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그런가 하면 지난 7월18일 재판에서는 검찰 쪽 증거 목록 가운데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2009년 11월12일 작성한 ‘공직윤리지원관 거취 관련 VIP(브이아이피) 보고’라는 문건 제목이 공개되기도 했다.이런 내용들은 재판 이전에 공개된 ‘일심 충성 문건’ 내용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불법사찰에도 깊게 개입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진 전 과장이 작성한 이 문건에는 ‘VIP께 일심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 친위조직’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지휘하고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BH(청와대) 비선→VIP(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고 돼 있었다.이런 자료를 갖고서도 검찰은 지난 6월13일 이영호 전 비서관이 사실상 몸통이라는 취지의 ‘꼬리자르기’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게다가 대부분 공직자 비위와 관련한 사례를 늘어놓고는 “(과거 정부의) 총리실 조사심의관실도 정치인, 순수민간인 등에 대한 동향 및 비위를 파악,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물타기를 했다.재판 과정을 통해 이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더욱 짙어진 만큼 새누리당은 더이상 억지 부리지 말고 즉각 국정조사에 응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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