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인혁당 유족 “박 후보가 한국을 유신시대로 되돌리려 한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13일자 기사 '인혁당 유족 “박 후보가 한국을 유신시대로 되돌리려 한다”'를 퍼왔습니다.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유가족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혁당 사건은 두 개의 판결문이 존재한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발언을 규탄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8명의 영정을 들고 눈시울을 붉힌 채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인혁당 사건으로 남편(하재완씨)을 잃은 이영교씨(76)는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사법을 무시하는 말을 해 참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인혁당재건위 사건 유족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인혁당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도중 희생자의 영정을 들고 오열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함께 사형당한 송상진씨의 아들 송철환씨(52)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격앙된 목소리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한민국을 유신시대로 되돌리려 한다”며 “대통령이 되고자 나선 집권여당의 후보가 사법부의 결정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며 기본적인 역사인식조차 갖지 못해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송씨가 기자회견문을 읽는 중 고 우홍선씨의 부인 강순희씨(79)는 “당시에도 검사가 기소 가치가 없다며 사표를 냈던 것이 인혁당 사건”이라며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동장 후보로 나가는 사람도 그런 말을 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가족들은 새누리당 당사 앞으로 달려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내 남편을 살려내라”고 외쳤다. 인혁당 사건이 터졌던 1975년 당시 아내들이 남편들을 살리기 위해 외쳤던 구호다.

기자회견 후 고 김용원씨의 부인 유승옥씨(74)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헌병 두 명이 포승으로 몸을 꽁꽁 묶은 채 수갑까지 채워 남편을 끌고 들어와 공포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씨는 “공무원인 남편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활동을 했겠느냐”며 “인혁당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유씨의 남편은 당시 경기여고 교사였다.

인혁당 사건 당시 고교생이던 송철환씨는 어머니 김진생씨(82)로부터 아버지의 재판 과정을 어릴 때부터 들어왔다. 송씨는 “아버지가 반박하려고 하면 검사가 ‘덜 맞아서 저런 소리를 한다’며 끌어냈다”고 했다.

강순희씨는 “정보부 사람들이 집을 온통 뒤지더니 새로 산 라디오를 증거로 가져갔다”며 “라디오가 이북 방송을 듣기 위한 장비라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남편이 고문당한 사실도 공개했다. “남편이 법정에서 ‘조사관들이 처음에 구타를 한 것은 견딜 만했는데 나중에는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해 뛰어내려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며 재판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인혁당이란 당이 있으려면 당 강령이든 뭐든 있어야 할 텐데 아무것도 없었다”며 “정보부가 고문을 하고 조작했다는 건 세상이 다 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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