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9일 수요일

김재철 사장, MBC 민영화 검토 지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8일자 기사 '김재철 사장, MBC 민영화 검토 지시'를 퍼왔습니다.
임원진 회의에서 “정치권으로부터 독립 필요”… MBC 노조 “낙하산 사장이 웬 코미디”

김재철 MBC 사장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연구해봐야 한다"면서 소유 구조 변경을 포함한 민영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17일 임원진 회의에서 노조의 파업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특보를 통해 "(김 사장은)노조는 또다시 파업을 위협하고 있지만 사원들은 이에 동요하지 말고 일 중심으로 나아가자고 독려했다"며 "김 사장은 회사는 문화방송을 위한 논의만 하면 된다며, 그 일환으로 민영화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MBC 관계자는 김 사장의 발언에 대해 "문화방송만을 위한 논의만 하면 된다는 말의 배경에는 사내 일각에서 회사의 문제를 가지고 자꾸 정치 쟁점화를 시키고 있는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구조는 회사나 우리 구성원들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고, 그래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는 방안 중 민영화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 경영진은 이날 김 사장의 민영화 방안 의지를 확인한 만큼 전략기획부에서 소유구조 변경을 포함해 민영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기획부는 현재 'MBC 거버넌스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방송사의 소유구조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등 소유구조 개편 현실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김재철 MBC 사장 ©연합뉴스

특히 김 사장이 민영화 검토 배경으로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을 강조한 것은 현재 MBC가 노영방송(勞營放送)이어서 노조의 입김에 따라 정치권이 휘둘리고 자신의 거취 문제까지도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것을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MBC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은 현재 노조에서 무언가 이슈를 만들면 정치권 일각에서 받아 확대하고 이런 모습이 회사 경쟁력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고, 그 구조에 대해 굉장히 많은 회의를 가지고 있다"며 "민영화 검토 발언은 이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고 밀고 나갈 의지가 충만한 것으로 보면 된다. 경영진의 의지를 확인한 이상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민영화 의지는 지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확인된 바 있다. 김 사장은 인터뷰에서 “민영화도 검토 대상이다. 왜냐면 지금은 기형적 구조이지 않나”며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생겨난 독특한 회사”라고 밝혔다. 또한 김 사장은 “사원들 생각과 방문진의 의견, 국민적 합의를 통해 (공영과 민영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며 “사실 KBS가 부러운 것도 있고, SBS가 부러운 것도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민영화 검토 발언은 업무 복귀 이후 징계성 조치가 남발되고 노조는 파업 재개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김 사장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또 다른 전선으로 형성돼 노사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의 민영화 검토 발언에 대해 MBC 노조 집행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결국 민영화 검토는 MBC 노조 죽이기 차원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정권이 임기 말까지 김 사장을 지키려고 했던 것은 결국 MBC 죽이기의 최종 결정판으로 민영화를 밀어붙이려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MBC를 노영방송이라고 비난하면서 민영화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09년 미디어법 파동 당시에도 보수 진영에서는 MBC가 파업에 나서면 회사 경쟁력이 떨어지고 그 틈을 타 민영화를 추진해 최종적으로 MBC의 힘을 빼야 된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자신이 정권의 낙하산으로 투입된 사람인데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을 운운하는 자체가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이 국장은 "정치권 독립 얘기는 사탕 발림일 뿐이다. 민영화 얘기는 극우 보수 세력이 꾸준히 제기한 문제인데 민영화 목적 자체는 사유화하겠다는 것이고 공영 기반의 현재 시스템은 시민과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이런 시스템을 기업가의 손아귀에 몽땅 쥐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한 MBC 경영진이 민영화 검토설을 흘리고 있다면서 "자꾸 이런 문제를 띄워서 자신으로 향하고 있는 비리 국면의 구도를 한번 깨보자는 것이고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이게 아니라면 민영화 방안을 꺼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의 민영화 검토 발언을 두고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도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당초 민영화를 포함한 소유구조 개편은 대주주인 방문진에서 논의돼야할 사안이다. 방문진은 1987년 민주화 투쟁 당시 방송의 민주화를 위해 발족한 배경 때문에 MBC 소유구조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여야 정치권과 국민적 합의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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