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2일 수요일

MBC ‘시사매거진 2580’도 결방 사태 맞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11일자 기사 'MBC ‘시사매거진 2580’도 결방 사태 맞나'를 퍼왔습니다.
보복성 징계에 반발, 후임 팀장도 “나도 징계하라”

MBC (시사매거진 2580)이 내홍을 겪으면서 결방 위기 사태를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 7일 MBC 경영진이 (시사매거진 2580) 고현승 데스크와 김희웅 기자에 대해 교육발령 조치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3개월 대기발령 기간이 끝나고 교육발령을 받은 사람과 달리 지난 7월 업무 복귀 후 현직에 배치돼 아무런 문제없이 업무를 진행해왔는데 갑작스럽게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우다. 


특히 이번 인사 조치가 시사매거진 심원택 부장의 ‘막말’에 대한 공식 사과와 교체 요구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심원택 부장은 지난달 안철수 원장 관련 아이템을 폐기하면서 기자들에게 '종북 좌파'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에 기자들은 김현종 시사제작국장 정책설명회에서 심원택 부장의 교체를 공식 요구했다. 기자들을 대표해서 심 부장의 교체를 강하게 주장했던 사람이 바로 고현승 데스크와 김희웅 기자다. 


(시사매거진 2580) 관계자는 "심원택 부장이 자기가 만나서 함께 업무를 보기에 껄끄럽다는 이유로 보복 징계를 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다룬 아이템 역시 역시 윗선에서 껄끄러워할 주제를 다루면서 MBC가 교육발령 조치로 이들을 쫓아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현승 기자는 (시사매거진 2580)이 지난 8월부터 방송을 재개할 때부터 공기업 민영화 문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임 문제, 표현의 자유 문제, 용역업체 컨텍터스 폭력 문제 등 정권에 민감한 주제의 아이템을 다뤄왔다.


김희웅 기자도 6주에 걸쳐 각 당 대선 후보들의 경제 민주화 정책을 취재해 이번 주 방영을 앞두고 있었지만 교육발령을 받으면서 방송이 불투명해졌다. 관행상 징계성 조치를 받더라도 방송 예정 아이템을 맡았다면 방송일까지 제작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끝내 김희웅 기자의 최종 제작을 허락치 않아 다른 기자에게 아이템이 넘어갔다.

▲ 시사매거진 2580 홈페이지 화면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후임으로 온 인사까지도 반발해 자신을 징계 조치해달라는 웃지 못할 모습도 나오고 있다.

보도국 사회2부 수도권취재팀에 소속돼 있던 박광운 차장은 지난 7일 고현승 기자가 맡았던 데스크의 역할을 맡아달라는 심원택 부장의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박 차장은 오히려 대기발령과 교육발령을 포함해 징계성 인사 조치를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박 차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후배들(고현승, 김희웅)의 인사 조치는 부당 인사이고, 그런 자리에 제가 온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정기 인사도 아니고 저만 달랑 교육발령이라는 문책성 인사의 대타로 온 형식도 잘못됐다. 저도 노조원이고 파업에 참가해 최저 업무 평가인 R등급을 받았다. 교육발령을 포함해서 인사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시사매거진 2580) 기자들도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등 결방 사태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사실상 윗선에서 (PD수첩)처럼 결방을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매거진 2580) 한 관계자는 "MBC에서 유일하게 시사프로그램으로써 목소리를 내고 있는 프로그램마저 결방이 되고 입맛에 맞는 시용기자로 채우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현재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방송을 사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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