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2일 수요일

인혁당 판결이 두 가지? 박근혜는 재심이 뭔지 모르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1일자 기사 '인혁당 판결이 두 가지? 박근혜는 재심이 뭔지 모르나'를 퍼왔습니다.
[이태경 칼럼] 실체적 진실 외면…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위험하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박근혜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들은 무참했다. 그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라고 언급한 후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박근혜의 이러한 인식은 5년 전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다. 5년 전 인혁당 재건위 재심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이 난 후 박근혜는 "나에 대한 정치 공세라고 생각한다", "지난번에도 법에 따라 한 것이고 이번에도 법에 따라 한 것인데, 그러면 법 중 하나가 잘못 된 것이고 이는 역사와 국민이 평가할 것"이라고 강변한 바 있다.

헌법에 대한 존중도, 사법체계에 대한 개념도 부재한 박근혜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박근혜의 인식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우선 박근혜에게는 헌법에 대한 존중이나 사법체계에 대한 개념이 부재하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유신헌법과 이에 터잡은 긴급조치인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이들을 이미 위헌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신헌법은 민주국가 원리, 법치국가 원리, 사회국가 원리를 기본 원리로 하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정신과 이념과 가치를 철저히 배반한 반(反)헌법이었음에도 여전히 박근혜에게는 유효한 헌법인 것처럼 보인다. 이쯤되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 수호하려고 하는 헌법이 어떤 헌법인지 정녕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CBS노컷뉴스

사법체계에 대한 박근혜의 무지도 짚어야 할 것 같다. 박근혜는 대한민국 사법체계 안에서 재심절차가 어떤 의미인지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재심(再審)은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확정판결의 당부를 다시 심리하는 절차다. 즉 기존의 확정판결이 재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따라서 확정된 재심판결이 법원의 최종판결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따르면 인혁당 재건위 사건과 관련된 75년 대법원 판결은 무효이고 2007년 재심판결만이 유효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근혜는 무효인 판결과 유효한 판결을 등가(等價)로 취급하는 마술을 부리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지녀야 할 덕목들이 결여된 박근혜 

박근혜의 억지와는 달리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수사, 기소, 재판, 집행의 모든 형사절차가 위헌과 불법으로 점철된 사건이었다. 고문(拷問)-유신시대라고 해서 고문이 합헌이고 합법일리 없다-을 통해 얻어진 자백이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증거였고 도예종 등 8명은 사형이 확정되고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집행을 당했다. 도예종 등 8인은 박정희 정권의 필요에 의해 조작된 사건의 희생자들이었다. 이게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역사적 진실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근혜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고 유족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를 거부하고 있다. 아마 박근혜가 이런 고집을 부리는 데는 그 아비 박정희의 치세에 벌어진 일들에 대한 무조건적 긍정이 멘털리티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아버지 박정희와 대통령 박정희를 구분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태와 사건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대통령의 필수덕목 가운데 하나다.

헌법 수호의지, 법치주의와 사법체계에 대한 이해와 신뢰,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존중,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 사태와 사건에 대한 객관화 능력 등은 대한민국 12대 대통령이 꼭 지녀야 하는 덕목들이다. 박근혜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통해 이런 능력이 결손되어 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이태경·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 red1968@naver.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