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8일 화요일

KBS 북한 어린이돕기 생방송 여론살펴 취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7일자 기사 'KBS 북한 어린이돕기 생방송 여론살펴 취소?'를 퍼왔습니다.
일주일전 돌연 무산 “정부협조 없어서, 타이밍이 아냐”… "구차한 변명"

KBS가 17일 방영할 예정이던 ‘북한 어린이 돕기’ 생방송에 대해 방송 일주일을 남기고 전격 무산시켜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KBS와 KBS 새노조에 따르면, KBS는 지난달 민족화해협력범국민위원회(상임의장 김덕룡·민화협)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회장 인명진·대북협)의 제안으로 ‘북한 어린이와 함께 하는 한끼 나누기’ 행사를 특별생방송으로 방송하기로 했으나 지난 10~11일께 KBS의 입장 번복으로 행사가 취소됐다.
두 단체는 그간 꾸준히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해 온 곳들로 정치적으로도 이른바 좌우 인사들이 두루 있으며 이번 행사도 “순수한 북한 어린이 돕기 행사”라고 밝혀왔다. 이런 취지에 KBS도 공감해 협의해오면서 예능국 제작진의 실무 준비도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었다는 것. 그런데 그 공연이 일주일 전에 취소됐다.
홍기호 KBS 새노조 부위원장은 17일 “애초 편성 제작회의에 올릴 목적으로 방송 가안도 잡아놓았는데, 편제회의가 열리기 전에 콘텐츠본부장과 예능국장이 협의해 무산시킨 것”이라며 “외압이 있었던 것인지, 알아서 눈치보기한 것인지는 모르나 아무리 수해지원을 두고 남북간에 불편한 기류가 있다해도 우리가 이렇게 앞장서서 방송까지 무산시킬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민화협이 최근 북한어린이돕기 KBS 특별생방송이 취소된 사태를 설명하는 보도자료.

홍 부위원장은 “KBS가 지난 수년 간 천안함이나 G20, 원전수주 등 말도 안되는 정권홍보성 관제프로그램을 방영한 데 비춰볼 때 ‘북한어린이돕기’ 방송을 취소한 것은 잣대조차 일관돼있지 않다는 비판을 사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화협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국민참여를 확대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KBS 사정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취소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KBS가 이번 방송을 돌연 중단키로 한 과정에서 ‘정부에서 협조를 받으면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여론을 살핀 뒤 내린 결정’이라는 엇갈린 설명이 나오기도 했다.
KBS 새노조에 따르면, 전용길 콘텐츠본부장은 방송 취소 사유로 ‘정부가 협조하면 다시 할 수 있다’고 민화협 관계자에 말했다. 이를 두고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17일 “전용길 콘텐츠본부장이 ‘정부에서 허가하면 방송할 수 있다’는 식으로 주최측에 말한 것을 두고 오늘 임원회의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정부에서 허락하면 한다는 핑계를 댈 이유가 없는데 그런 언급을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배 실장은 “처음부터 어린이돕기로 가든지, 아니면 수재민 돕기로 가든지 해야지 이걸 합치니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사람들한테 불만을 낳을 수 있다”며 “KBS 내부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각각 방송여부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여론을 체크해보니 지금 북한만을 대상으로 ‘북한어린이·수재민돕기’ 방송을 하는 것은 타이밍이 안좋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 실장은 “(이번 방송을 취소한) KBS도 잘못한 일이지만 인권을 우선한다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인권도 못챙기면서 북한 인권 챙기겠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KBS가 대한민국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한 모금방송도 안하면서 북한어린이를 위한 모금방송을 할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 KBS 새노조는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 마디로 구차한 변명”이라며 “도대체 북한 수재민 돕기 방송을 먼저 하면 여론이 좋게 않겠다는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보수단체의 반발인가, 정부의 입김인가”라고 비판했다.
KBS 새노조는 ‘정부가 협조하면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콘텐츠본부장에 대해 “이 말은 곧 ‘지금은 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니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닌가”라며 “사측은 과연 정부의 누구에게 압박을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 방송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간섭과 통제가 아닌가? 압박이 있었다 해도 정부가 불편해 한다고 해서 방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사측의 인식은 더욱 문제”라고 성토했다.
KBS 새노조는 “그동안 KBS에서 천안함, 연평도 사태 등과 관련된 80년대 반공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관제성 방송이 횡행할 때엔 ‘정부의 협조’를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더니 조금이라도 정부가 불편해할 방송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협조’를 내세우며 막고 있다”며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를 돕는, 모처럼 KBS가 남북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간부들이야 회사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 죄악을 남아있는 우리들이 어떻게 다 갚으라는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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