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6일 일요일

안철수 광주행 '물' 먹은 언론사들 기사는 '입맛'대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5일자 기사 '안철수 광주행 '물' 먹은 언론사들 기사는 '입맛'대로'를 퍼왔습니다.안철수 참배 사진 언론사 요청에 따라 배포했는데 정치적 계산 깔렸다?


지난 14일 오전 주요 언론사는 한바탕 난리를 치뤘다. 대선 정국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안철수 원장이 광주 국립 5. 18 묘지를 비공개로 전격 방문한 ‘빅뉴스’가 터졌는데 소위 '물'을 먹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방문은 5. 18 민주묘지 관리소는 물론 수사 당국도 전혀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비밀리에 부쳐진 행보였다. 대선 출마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안철수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많은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다. 특히 5. 18 민주묘지 참배는 야권 인사들이 중요한 결정을 앞두거나 역할을 맡았을 때 반드시 거쳐야 할 의식으로 인식돼 있어 이날 안 원장의 광주행은 사실상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올만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 원장의 행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은 언론사 입장에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속보 뉴스를 자랑하는 통신사까지도 '물'을 먹으면서 14일 한때 주요 언론사 데스크에서는 불호령이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또한 이날 보도는 뉴시스가 단독으로 취재해 일보를 터뜨리고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주요 언론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뉴시스는 단독 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방문은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졌다"면서 안 원장이 묘역을 참배한 직후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유일하게 현장에서 취재한 뉴시스 기자도 안 원장 측으로부터 취재 자제를 요청받을 정도로 이날 행보는 비공개 일정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는 "안 원장 수행원은 기자에게 '어떻게 알고 왔느냐. 개인적인 방문이고 비공개이다. 사진은 여기까지만 찍었으면 한다'며 취재 자제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뉴시스 단독 보도 이후 연합뉴스를 비롯한 주요 일간지 기자들의 전화가 안철수 원장 측으로 빗발쳤다. 안철수 원장 측은 뜻하지 않게 관련 단독 보도가 나간 이후 언론 매체의 폭발하는 항의에 결국 안 원장의 묘역 참배 모습을 찍은 사진을 제공했다. 문제는 안철수 원장의 행보와 묘역 참배 사진이 과정이 뜻하지 않게 언론에 공개됐는데도 언론 매체들이 이 같은 과정을 왜곡해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는 안 원장의 5. 18묘지 참배 행보에 대해 "대선 출마에 대한 마지막 다짐과 함께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껴안기’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경선 막바지에 1위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밴드왜건 효과를 타고 지지율이 상승하는 문재인 의원에게 맞설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특히 "안 원장이 그동안의 행보와 달리 이날은 묘역 참배 사진을 언론사에 배포한 것도 다분히 정치적이다"이라고 보도했다. 언론사들의 요청에 따라 안 원장의 참배 사진을 배포했을 뿐인데 안 원장 측이 정치적 계산에 따라 묘역 참배 후 사진을 제공했다는 것이 동아일보의 주장이다. 안철수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굉장히 곤란한 상황으로 발전돼서 사진을 제공하게 된 것"이라며 "(뉴시스 단독 보도 이후)다른 언론사가 서비스를 원하는 요청이 많아서 불가피하게 자료를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철수 원장 측은 또한 언론 매체 담당 기자들에게도 이메일을 보내 불가피하게 사진을 제공하게 된 점에 대해 양해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 일정이 뜻하지 않게 한 매체의 단독 보도로 알려지고 언론사들의 요청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개했는데 마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었다는 식으로 보도돼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15일자 조선일보 (가리고 막고 '소통' 하겠다는 安)이라는 제하의 기사도 안 원장에 대해 의도적으로 불통의 이미지를 설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묘역관리 직원의 제보로 일부 언론사 취재진이 뒤늦게 묘역에 도착, 안 원장이 묘역을 걸어 나오는 장면을 찍으려 했다. 그러자 일부 경호원이 사진을 찍지 말라면서 손으로 카메라를 막았다"면서 안 원장 측 수행원이 '비공개 일정'이라며 카메라 촬영을 손으로 제지하는 모습이 담긴 뉴시스 제공 사진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안 원장이 그동안 보여온 소통방식을 놓고도 '불통(不通)'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원장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그동안 강조해온 '소통'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유일하게 취재를 했던 뉴시스 측의 설명은 조선일보 보도와 사실관계가 다르다. 안 원장의 참배 모습을 단독 취재한 뉴시스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추모관으로 이동하는 중에 안 원장 측이 이날 행사가 개인적인 일정이라며 추모관을 둘러보는 모습에 대해서는 취재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을 했고 추모관에서 나오는 모습을 촬영했는데 한 수행원이 촬영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곧바로 수행원은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했고 이후 사진 촬영에는 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취재를 마친 이후에도 안철수 원장 측은 유선을 통해 "개인적인 일로 왔는데 갑자기 나타나 당황스러웠다. 언론 취재를 막은 것은 아니었다.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를 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이에 대해 "촬영을 일부러 막은 것이 아니었다. 안 원장이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자연스럽게 악수까지 하고 사진까지 찍었다"면서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양해를 해달라고 한 것이 팩트다. 기자분들께 관련 내용을 전송했고, 그 시점에 기사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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