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6일 수요일

가스총, 박근혜에 충성 발언... 교회가 이 지경입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26일자 기사 '가스총, 박근혜에 충성 발언... 교회가 이 지경입니다'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2012년 기독교 총회장에서 본 절망과 희망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기독교 총회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알다시피 기독교는 가톨릭처럼 단일 교파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감리회, 순복음, 장로회, 침례회 등 다양한 교파들이 있다. 교파를 통칭해서 '교단'이라고 부른다. 교단 안에는 여러 회의체들이 있다. 장로회는 지역별 소속교회 목사·장로 대표자들이 모이는 것을 '노회'(다른 교파는 지방회·연회 등이라 한다)라고 하고, 지역별 노회의 대표자들이 모두 모이는 회의체를 '총회'라고 한다. 총회는 대개 가을에 진행되고, 이 총회에서 교단 대표자를 선출한다. 총회는 교단 정책과 사업 및 예산에 대한 심사 및 계획을 세우는 가장 권위 있는 기구이다. 

'합동' 총회장에 등장한 가스총

▲ 교회 십자가 사진 ⓒ 강민수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교회가 속해있는 장로교 '합동' 총회 장소에 용역 직원들이 배치되더니 급기야 총회 회의 중에 목사가 가스총을 들고 강단에 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대구 달서구 용산동 성명교회에서 열린 합동 총회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다. 해당 목사는 합동 총회 총무로 사업과 살림을 총괄해 맡아보는 인물이다. 이 총무 목사는 총회 장소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 가스총을 들고 다닌다"며 "그래서 총회 장소에 용역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교단에 총회장으로 선출된 목사는 총회 전에 교단 관계자 목사들과 여성도우미가 있는 노래주점에 출입했다는 의혹이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음에도 총회장에 출마해 선출되었다. 

총회 마지막 날 참석 회원들이 서명을 해 총무에 대해서는 해임, 총회장에 대해서는 불신임안을 긴급 동의안으로 제출했다. 이는 회원들이 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다. 그런데 총회장은 이 안건을 다루지 않고 총회원들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총회를 파회시켰다. 이런 일이 일어난 '합동' 교단은 올해가 교단 설립 100주년 기념해였다.

물론 이번 교단별 총회에서 좋지 않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위에 언급한 '합동' 교단 다음으로 많은 교회가 소속된 교단이 '통합'이다. 통합 교단은 이번 총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탈퇴하기로 결의했다. 한기총은 통합 교단 소속이었던 고 한경직 목사가 주도해 만든 연합기구인데, 가장 많은 교단과 단체가 가입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교회 대표기구였다. 

그러나 한기총은 그동안 각종 부정부패와 정치적 편향성으로 한국교회뿐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물의를 일으켜왔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표회장 자리를 놓고 전현직 회장들이 회장 자리를 놓고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진술이 터져 나와 법정 관리를 받는 수치까지 이르렀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심지어 이단·사이비에 연루된 인사가 한기총 참여단체가 되고 대표회장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여러 기독교단체들이 연대해 한기총 해체 운동을 전개했는데, 이번 총회에서 '통합'이 탈퇴하고, '합신', '백석' 등 제법 규모 있는 교단들이 탈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박근혜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한기총 회장   

한기총의 부패와 타락의 중심에는 전 회장인 길자연 목사(왕성교회)와 현 회장인 홍재철 목사(부천 경서교회)가 있다. 홍재철 목사는 여러 교단과 연합기구로부터 이단·사이비로 분류되는 '통일교'와 '다락방'과 관련된 인사로 지목받고 있다. 홍재철 목사는 한기총 회장이 되자마자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해 '담임목사직 세습'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홍재철 목사와 뇌물 사건의 주범인 전 회장 길자연 목사 모두 아들들에게 세습을 한 자들로 기본적인 염치도 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 박근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예방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연합회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방문, 홍재철 목사로부터 참석자들을 소개받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대선을 앞두고 홍재철 목사의 정치적 편향성도 도를 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홍 목사와 한기총 임원들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가 한기총을 예방한 자리에서 당선을 돕겠다는 뜻으로 해외 동포 선거가 중요하니 해외 교회 연합회를 적극 활용하라고 제시하였다. 이 자리에서 홍 목사는 자신이 해외 기독교 연합을 재건하고 있는데 미주 기독교 총연합회가 적극적으로 돕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목사는 사실상 박근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책 (김지방, 교양인)에 따르면 홍 목사는 2007년 '한기총 청년대학생위원장'으로 8월 9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예배후보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선언식에서 "훌륭한 대통령으로서 나라 경제를 살리고 존경받는 선친 박정희 대통령의 뒤를 이어서 국가를 경영하는 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하며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또 이보다 앞선 4월 21일에 열린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 부천시 기념대회'에서는 박근혜를 소개하면서 "영국의 대처 수상보다 더 위대한 분"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래도 희망을 보는 이유 

위에서 언급한대로 '합동' 총회에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개혁의 깃발이 시작된 것도 그렇고, 규모 있는 교단들이 한기총 탈퇴를 결의한 것도 그렇고 기독교를 아는 분들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식할 것이다. 그만큼 한국 기독교가 부패해서 도무지 그 끝이 보이지 않은 현실에서 새로운 변화의 몸부림이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현재 기독교의 모습을 분명 부끄럽고 민망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부에서 끊임없이 개혁하고 변화하려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다. 기독교는 중앙집권적이지 않고, 성직자와 평신도를 나누지 않으며,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된 회의체들(당회, 제직회, 공동의회, 노회, 총회 등)이 존재한다. 때로 어수선하고 때로 시끄럽지만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된 회의체들이 기독교의 장점이다. 

때로 부정부패한 권력자들의 타락이 도를 넘어서지만 그만큼 이를 개혁하고 변화시켜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는 신자들의 몸부림이 있기에 기독교는 절망의 쓰레기통 속에서 희망의 장미꽃을 피우리라 생각한다. 교단들의 총회를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절망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을 보는 이유다.

이진오(staff)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