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6일 수요일

나는 '친박'이 무섭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26일자 기사 '나는 '친박'이 무섭다'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캠프의 3대 코드 '비리', '공작', '망언'

▲ 박근혜 후보의 국민행복캠프 홈페이지 화면. ⓒ 최은경

캠프는 입으로 하는 공약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공약이다. 후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후보와 더불어 일할 사람들. 사실 박근혜 후보보다 더 걱정되는 것이 캠프다. 이른바 '친박'이라는 세력은 선거의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그들은 '수권 세력'으로서 집권할 경우 국정의 방향을 정하고 집행을 책임질 사람들이다. 하지만 박근혜 캠프는 어떤가? '이념'과 '도덕'과 '양식'의 면에서 이들은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민의 불안은 이것이다. "과연 이들이 집권을 해도 나라가 온전할 수 있을까?" 

돌려 막는 비리
 

벌써부터 비리의 봇물이 터져 나온다. 집권도 하기 전에 벌써 이러니, 권력을 손에 쥐면 가관일 것이다. 먼저 "부산의 친박"으로 알려진 현영희 의원이 현기환 전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어서 "친박의 좌장"으로 통하는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선관위에서 수사의 '의뢰'를 넘어 아예 '고발'을 했다는 것은 물증이 충분하다는 뜻이리라. 캠프의 핵심이 낙마를 하다 보니, 아예 캠프 구성을 다시 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박근혜의 아바타" 송영선 전 의원이 사고를 쳤다. 그녀의 녹취록은 길이 보존해야 할 정치학의 귀중한 사료다. 친박 세력이 정치를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이며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 기록 덕분에 국민들은 대통령이 나눠주는 차관급 자리가 무려 5000개이며, 조직을 굴리려면 1억 5천만 원 상당의 윤활유가 필요하며, 지역구에서 6만 표를 몰아주면 장차관 자리를 얻는다는, 정상적으로는 알기 힘든 귀중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제명을 당하자 송영선 전 의원은 총선 당시 공천헌금을 받은 "실세의원"이 존재한다고 폭로했다. 그게 빈 말이 아니라면, 공천비리가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의 손에 조직적으로 저질러졌다는 얘기가 된다. 당이 이렇게 돌아가자, 보다 못한 "친박의 원조" 서청원 전 대표가 당을 구하기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구원투수로 나선 이 분도 실은 18대 총선 당시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 신악(新惡)의 대안이 구악(舊惡). 이 얼마나 황당한가? 

"박근혜의 아바타" 송영선 전 의원이 박근혜와 박사모를 뒤에 업고 당직자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과연 압권이었다. 이게 21세기의 정당 정치에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어느 일간신문은 국민의 우려를 이렇게 전한다. 

문제는 이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수년간 대세론을 달렸던 박 후보를 등에 업고 수많은 친박인사들이 권력의 부나방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 총선과 경선 과정에서 친박 핵심인사들이 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사고치는 '박근혜 사람들'…집권해도 '걱정' 내일신문 2012.09.25)
 

공작 정치, "나오면 죽는다"

▲ 정준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이 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태섭 변호사(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측)에게 전화를 걸어서 안 원장의 뇌물비리와과 여자문제 폭로를 협박하며 대선불출마를 종용했다는 금태섭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권우성
박근혜 캠프의 또 다른 코드는 '공작'이다. 박근혜 후보는 대개 언론인 출신으로 채워지는 공보단에 검사 출신의 정준길을 임명했다. 처음부터 안철수에 대한 네거티브를 염두에 둔 포석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그는 트윗에 안철수를 공격하는 부정적 멘션을 올리는 것으로 몸을 풀더니, 급기야 두 가지 허위사실을 들어 협박을 하며 안철수의 불출마를 종용했다. 그는 그것이 '친구끼리' 나누는 가벼운 대화였다고 주장했으나, 택시 기사가 나타나는 바람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

어느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는 유독 검찰 출신을 좋아한단다. 가령 박근혜 후보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쇄신 드라마의 핵심인 '정치쇄신특위'의 경우, 위원의 절반가량이 검찰 출신이라고 한다. 특위의 위원장 역시 물론 검찰 출신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게다가 4·11 총선 때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것도 검사장 출신의 정홍원 변호사. 이 분은 결국 현영희 의원 공천헌금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무차별 영입한 檢출신…선무당 되나' 문화일보 2012/0907)

하지만 이보다 더 고약한 사정이 있다. 현재 박근혜 주변에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주도한 검사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뉴스 타파'에 따르면, 유서대필 조작을 주도한 검사들 중에서

김기춘 검사는 현재 박근혜 후보의 측근인 '7인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강신욱 당시 강력부장은 대법관을 지내고 2007년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법률지원특보단장을 역임했다. 남기춘 검사 역시 박근혜 캠프에서 클린검증 소위원장을 맡았고, 광상도 검사는 박근혜 후보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에 참여했다. 윤석만 검사는 올해 대전지역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출마했으며, 현재 박 후보를 지지하는 외곽 조직에 있다. 임철 검사는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한국판 '드레퓌스사건' 검사들이 왜 박근혜 캠프에… 미디어오늘 2012.09.01)
 

최근 박근혜 후보는 최근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 사과와 반성에 진정성이 있다면, 5공의 연장인 노태우 정권 하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박근혜 후보에게는 새로운 인물의 '더하기'보다 기존 인물들의 '빼기'가 더 시급해 보인다. 한 젊은이의 인생을 망쳐놓은 파렴치한 공작정치와 사법범죄의 주체들을 그냥 놔둔 채 과연 '국민대통합'을 운운해도 되는 것일까? 이 문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실언, 망언, 폭언의 차차차
 

또 다른 문제는 박근혜 캠프의 양식을 의심케 만드는 망언 퍼레이드. 시발은 인혁당 관련한 박근혜 후보의 언급이었다. 먼저 친박 좌장 홍사덕 전 의원.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신을 한 게 아니라 수출 100억 달러를 넘기기 위해 한 것이다" 박근혜 캠프의 정치발전위원인 박효종 교수. "1960년대 초의 참담한 상황과 비교하면 지금은 상전벽해다. 당시 상황을 불가피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결코 부적절하지 않다." 이들의 망언은 결국 정몽준 의원의 타박을 받고 만다. "국민을 돼지로 아느냐?"

압권은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의 망언이다. 그는 과거사의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을 아예 간첩으로 만들어 버린다. "역사를 쓰는 일에만 몰두해서 과거로 발목잡기를 하는 세작들이 있지만,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은 새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 오늘을 허비하지 않는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박근혜 후보의 '입' 노릇을 하는 김병호 공보단장의 망언이다. "유신 자체를 기준으로 한다면 당시 가족들은 물론 지금까지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모두 사과해야 한다." 한 마디로, 일일이 사과할 필요 없다는 얘기다.

▲ 친박계 김재원 대변인은 임명장을 받기도 전에 사퇴했다. ⓒ 남소연
후보의 입 노릇을 하는 공보단에서 협박에 이어 망언까지 늘어놓자, 박근혜 후보는 부랴부랴 공보단장과 대변인을 교체한다.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이정현 공보단장-김재원 대변인'으로 이루어진 투톱 시스템. 한 마디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김재원 대변인-이정현 공보특보' 라인이 부활한 셈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회전문 인사는 그 자체가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 인재풀의 협소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복심' 이정현, 새 공보단장으로 복귀. 경향신문 2012.09.23) 

하지만 이 새로운 공보 라인도 오래 가지 못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임명장도 받기 전에 기자들에게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폭언을 퍼부어댔다. "야, XX들아. 이렇게 한다고 너네들이 특종을 할 것 같냐. 너희가 정보보고 하는 게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 

구원투수가 더 심한 폭투를 한 셈이다. 결국 그는 임명장도 받기 전에 사퇴를 하고 만다. 흥미로운 것은 19대 국회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새누리당 대변인들이 줄줄이 낙마를 했다는 점이다. 김영우, 홍일표, 김재원. 여기에서 박근혜 캠프의 난맥상을 엿볼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박근혜 후보가 김무성 전 의원을 공동선대위장에 준하는 요직에 임명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뜬다. 친박 좌장 홍사덕 전 의원이 비리와 망언으로 낙마하자, 돌아온 탕자를 끌어 안으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 기사 바로 아래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월 항쟁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발언했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6월 항쟁의 현장에서 찍힌 노 전대통령의 사진은 합성이나 연출이라 주장할 작정인가? 박근혜 캠프의 실언, 망언, 폭언의 퍼레이드는 멈출 줄을 모른다. 

과연 이들이 집권해도 나라는 안녕할까? 

진중권(ange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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