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5일 수요일

기무사, 입대 전 미니홈피까지 감시했다


이글은 시사IN 2012-09-05일자 기사 '기무사, 입대 전 미니홈피까지 감시했다'를 퍼왔습니다.
이 대위 사건을 계기로 또 다른 군대 내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찾았다. 비공개로 쓴 인터넷 게시물부터 군 입대 전 스크랩한 사진까지 지우라는 명령을 받은 이도 있었다.

(시사IN)은 이 대위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상 또 다른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를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군 복무를 했던 이들 중에는, 비공개로 쓴 인터넷 게시물부터 민간인 시절 스크랩한 사진까지 지우라는 일을 겪은 이도 있었다.  

2010년 공군 일반병으로 입대한 김한준씨(가명·22)는 훈련소에서 개인 신상정보를 써내며 개인 홈페이지 주소란도 채웠다. 며칠 후 소대장이 따로 김씨를 불렀다. 그는 김씨에게 개인 홈페이지에 군대나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시사IN 조남진 트위터에 대통령에 대한 글을 올려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이 아무개 대위에 대한 공판이 8월22일 열린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재판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김씨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소대장은 당장 삭제를 명했다. 군기가 바짝 들어있던 군 생활 초기라 그는 곧바로 집으로 연락해 블로그를 비공개로 바꿨다. 김씨 외에도 온라인 활동을 한다고 적어낸 5명 중 음악 블로그를 하는 한 사람 외에는 모두 비공개 처리를 해야 했다. 

자대 배치를 받고 그는 또 상사에게 불려갔다. 주임원사의 첫마디는 “싸이월드에 반정부적인 글을 올린 적이 있느냐”였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더니, 상사는 미국산 쇠고기 비판 같은 걸 올린 적이 없느냐고 되물었다. 그제야 무언가가 생각난 김씨는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더니, 삭제한 후 보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군에서 문제가 된 온라인 게시물들 중 이명박 대통령이 레닌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
기무사에서 다 보고되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2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미니홈피에 관련 웹툰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것도 그가 직접 작성한 게 아닌 스크랩 게시물이었다. 김씨는 “잘 기억도 안 나는 예전에 쓴 게시물을 지금 군인이라고 해서 지우라니 좀 황당했지만, 지시에 안 따르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군말 없이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비공개 미니홈피까지 털려

2009년 해병대에 일반병으로 입대한 김준호씨(가명·23)는 입대 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해병대 관련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렸다. 해병대가 어떤 일을 하는지 미리 뒤적여보면서 별 생각 없이 올린 사진이었다. 김씨 또한 해병대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사진을 삭제해야 했다. 2010년 공군에 입대한 이진이씨(가명·24)는 싸이월드 다이어리 글을 지워야만 했다. 그가 입대 전 해, 우측통행으로 바뀐 세태에 대해 불편하다고 투덜거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가 썼던 글은 “우파 정권이 나라를 잡으니 걷는 것도 오른쪽으로 바뀌나”였다.

심지어 자신의 싸이월드 주소를 군에 알리지 않았는데도 ‘기무사의 검열’에 걸린 사람도 있다. 2010년 공군에 입대한 이가현씨(가명·24)는 군 입대 전 미니홈피에 이명박 대통령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다. 1989년 이 대통령이 당시 소련 모스크바의 레닌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이씨는 사진과 함께 “그럼 이명박 대통령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농담 투로 썼다. 자대 배치를 받고 3개월가량이 지난 때, 상사가 불러 해당 게시물에 대해 추궁했다. 이씨는 곧 게시물을 삭제해야 했다. 

군에서 문제가 된 온라인 게시물들 중 미국산 쇠고기 관련 웹툰
비공개 게시물 때문에 영창에 갈 뻔한 사연까지 나왔다. 2010년 G20 정상회의가 끝난 시점, 강민우씨(가명·22)는 ‘미니홈피에 상관모욕죄에 해당하는 게시물이 있다’라는 통보만 받았다. 2009년 육군 일반병으로 입대하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니홈피 사진첩을 비공개로 전환해 둔 터라, 그는 무슨 일인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중대장과 함께 미니홈피에 접속해 30분 동안 비공개 게시물을 뒤지다가 이명박 대통령 합성사진을 발견했다. 군에 가기 전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합성-필수요소’ 갤러리에서 퍼온 사진이었다. 강씨는 이 건으로 사단 법무부까지 조사를 받으러 갔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군 입대 전 게시물이라는 게 참작이 되어 구두 조치로 끝났지만 그땐 정말 이러다 인생이 끝날까봐 무서웠다. 그 이후에 싸이월드 사진첩 폴더 자체를 아예 다 삭제했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지금도 당시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비공개 게시물도 누군가 마음먹으면 볼 수 있는 상황을 겪은지라, 온라인에 무언가를 올리는 걸 꺼리게 되었다.

최강욱 변호사는 “이건 군인의 표현의 자유라는 용어로 설명하기도 구차한, 유신이 부활한 듯 느껴지는 일이다. 민간인일 때 올렸던 글까지 삭제하라고 한 건, 군인을 군대의 소유물로 보는 것 같아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이재정 변호사는 병사의 미니홈피를 검열하고 삭제를 지시하는 것은 기무사의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국군기무사령부령에 명시된 직무 범위는 군에 대한 보안 및 방첩 업무, 대정부 전복·대간첩 작전 등과 관련한 첩보 등이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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