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동아일보의 자아비판? “안철수 의혹, 공정 가장한 편파 보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2일자 기사 '동아일보의 자아비판? “안철수 의혹, 공정 가장한 편파 보도”'를 퍼왔습니다.
대선보도검증위, 안철수 의혹 부풀리기 편집 비판… 유지담 전 선관위원장 “의도가 좋지 않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불출마 협박 사건을 두고 ‘딱지 구입’, ‘세금 체납’, ‘서민 코스프레’, ‘포스코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 등 비판으로 일관해온 동아일보에 대해 동아가 직접 발족한 대선보도 검증위원회에서조차 박근혜·새누리당 편향 보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안철수 원장에 대해 동아가 네거티브 보도를 강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12일자 지면을 통해 대선보도검증위 논의 결과를 실었다. 동아에 따르면, 대선보도검증위(위원장 유지담 전 중앙선관위원장)가 지난 10일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1차 회의에서는 안 원장과 관련된 동아일보의 부정적인 보도나 박근혜 후보에 대한 편향적 보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날 참석한 검증위원은 김대환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김성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김슬기 희곡작가,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엇으며, 박제균 동아일보 정치부장도 참석해 위원들의 지적에 대해 답변 등을 했다.
김성진 변호사는 ‘정준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공보위원의 불출마 협박 전화’ 사실을 폭로한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동아일보는 지난 7일자 1면에 머리기사를 들어 “일견 공정한 보도처럼 보일 수 있지만, 피해자(안 원장 측)의 피해사실 진술을 가해자(박 후보 측)의 진술과 동일하게 다뤘다고 본다면 공정을 가장한 편파적인 보도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제균 동아일보 정치부장은 “이 사건에서 과연 가해자와 피해자가 그렇게 명백한지 의문이라는 판단이 있었다”며 “대선에선 많은 폭로가 있지만 그걸 어떤 경중으로 어떻게 다루느냐, 금 변호사가 친구인 정 전 위원의 얘기를 어느 정도의 강력한 협박으로 들었겠느냐 등을 고려해 고민 끝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지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연합뉴스

김성진 변호사는 시민 43%가 안철수 원장 측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생각하는데 반해 이를 새누리당의 협박으로 이해한 시민은 34%라는 10일자 1면 여론조사 기사에 대해 “이걸 보면 국민 대다수가 안 원장 측이 잘못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른 언론의 여론조사들과 상반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근혜 후보 측의 명백한 협박으로 잘못된 것으로 본다’는 동아의 설문문항에 대해 김 변호사는 “여기서 ‘명백한’이라는 표현 때문에 시민들의 정확한 의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기사 내용뿐 아니라 제목과 사진의 편향성도 도마에 올랐다. 김슬기 작가는 지난달 27일자 10면에 실린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 관련 기사의 제목을 예로 들었다. 박근혜 후보 기사 제목은 (朴, 연이은 통합행보…이번엔 2030 속으로)로, 안 원장 기사 제목은 (경찰, 안철수 룸살롱 출입 뒷조사)였다. 김 작가는 “제목에 이렇게 나오니 특정 정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나온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작가는 3일자 6면 정기국회 개원 기사 가운데 ‘야당이 무책임한 공세를 이어가면 여당이 바로잡는 역할도 해야 한다’라든가 ‘새누리당이 안 원장에 대한 검증자료를 축적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적절한 시기를 잡아 화력을 쏟아 부을 것으로 보인다’는 문장을 두고 “야당은 무책임한 공세만 하는 것으로 규정한다는 느낌과 안 원장에 대해 안 좋은 자료가 많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6일자 6면 (모친 돈으로 집 사고 장모 소유 집 거주…캥거루족 안철수?) 기사에 대해 “헤드라인을 ‘캥거루족’이라고 다소 섹시하게 뽑아서 검색어 순위가 올라가고 트위터를 통한 전파글에 이런 제목들이 붙는다”며 “‘안철수 네거티브를 확산되게 한 게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선보도 검증위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나왔다. 기사 편집 행위 자체가 정치적이고 특히 많은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대선 국면에 검증위 설치는 정치적 중립을 가장한 면피용이라는 지적이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어떤 기사를 1면에 실을지, 6면에 실을지는 그 자체로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한겨레나 경향신문도 그런 걸 다 하지 말고 모든 신문이 중립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다른 선호를 가지고 있고, 각각의 신문이 서로 다른 선호의 독자를 만족시키는 게 신문 시장의 구독 비율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제균 정치부장은 “우리의 인식의 출발은 대한민국이 두 개로 쪼개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대선에서 여당이 이기든 야당이 이기든 나라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데, 대선 투표일이 새로운 복수의 출발일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부장은 “(진영논리 등) 이런 것을 떠나 우리 스스로 아픈 지적을 듣고 이를 반영해 보도하는 노력을 해야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대환 인하대 교수는 “동아일보가 실제로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의견이 있으면 있다고 분명히 얘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아일보가 사실상 바라는 후보가 있다면 거기에 대해 제동을 걸고 균형자 역할을 하는 게 검증위원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선 과정에서 정책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선, 총선 과정에서 굉장히 우려되는 것은 정책을 정책논리로 평가하지 않고 진영논리로 얘기하는 것”이라며 “아마 동아일보가 그런 것을 교정시키는 데 노력한다면 공정보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검증위원끼리 공방도 이어졌다. 김성진 변호사는 포스코가 사외이사인 안철수 원장의 항공료를 부담했다는 동아일보 6일자 2면 기사에 대해 “안 원장이 미국에 체류할 때 이사회 때문에 한국에 들어와야 한다면 회사가 항공료를 부담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며 “항공료 6000만 원이면 큰 액수인데, 회사의 필요에 따라 입국한 비용을 안 원장이 그냥 먹은 것처럼 생각하기 쉽도록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대환 교수는 “유학 갈 사람이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은 문제점을 지적한 측면이 있다”는 반론을 폈다.
검증을 재촉하며 출마를 선언하라는 대다수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유지담 검증위원장은 “언론들이 안 원장에 대해 ‘왜 출마 선언을 빨리 안 하나’라고 비판하는 보도를 해왔다”면서 “검증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는 식의 보도를 보면 여기서부터 의도가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지담 검증위원장은 “언제나 냉정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이 기사가 어느 편을 들어서 보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성찰을 해야 한다”며 “검증위에서 지적된 내용과 잘못이라는 평을 받은 것도 그대로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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