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KBS 보도본부장 “박정희 ‘독재’는 객관적이지 않은 단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2일자 기사 'KBS 보도본부장 “박정희 ‘독재’는 객관적이지 않은 단어”'를 퍼왔습니다.
“장준하 뉴스 ‘독재’ ‘유신’ 용어 뺀 건 잘한 일”… 새노조 “민주주의 대한 반역”

KBS의 보도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이화섭 보도본부장이 최근 뉴스에서 박정희 정권을 ‘독재’라 표현한 대목이 빠진 데 대해 “독재처럼…객관적이지 않은 단어 사용을 지양해야 된다”고 말했다고 KBS 새노조가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KBS 새노조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KBS가 독재를 독재라 말하지 못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라고 성토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5일 열린 21차 KBS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장준하 선생의 37년 만의 유골 발견 뉴스에 대해 새노조가 추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12일 발행된 KBS 공추위 보고서에 따르면, KBS는 지난달 17일 장 선생의 유골이 37년 만에 이장되고 추모공원이 문을 연 소식에 대해 기자가 작성한 리포트에서 ‘독재’와 ‘유신’이라는 용어를 뺀 채 방송했다.

기자가 작성한 초고엔 “박정희 독재정권시절 대표적 재야 인사로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다 지난 1975년 숨진채 발견된 고 장준하 선생”으로 돼 있으나 데스크를 본 뒤 방송된 리포트는 “박정희 정권 시절 3선 개헌에 반대하며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1975년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채 발견된 고 장준하 선생”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17일 방송된 KBS '뉴스9' 화면 캡쳐.

이를 두고 KBS 새노조는 공방위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16 군사 쿠데타나 유신체제에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고 독재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려해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고 전했다. 그랬더니 이화섭 KBS 보도본부장은 “저널리즘적 측면에서 말하자면…독재처럼 평가가 마무리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객관적이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는데 대해서 우리가 지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정부와 관련해 독재정권이냐 아니냐 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리포트 한 것이) 데스킹을 잘 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새노조는 전했다.

KBS 새노조는 보고서에서 “박정희 정권을 독재 정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객관적인 저널리즘이 아니라는 것이 공영방송 KBS보도 책임자의 역사 인식”이라며 “정치적 상황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KBS 새노조는 “교과서에도 나와 있고 외신, 학술 논문 등에서 독재라고 규정한 시기를 집권여당과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눈치를 보면서 독재를 독재라 말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라며 “전두환 독재권력 밑에서 전두환을 찬양하던 사람이 사장과 이사장으로 들어앉아 있는 현실이 일선 기자들의 리포트에까지 이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새노조는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관련 보도를 시작으로 정치,사회적 이슈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사실은 침소봉대하고 불리한 사실은 말하지 않거나 물타기 하는 현재의 편집 작태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12일 “보도본부장이 기사 데스크를 본 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해 사측을 대표해 한 말일 것”이라며 “정권을 어떻게 보느냐는 건 생각이 다를 수 있으며, 독립적 데스크의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데 그것을 박근혜 눈치보기라 몰아가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