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9일 일요일

새까만 두 형제 신부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현기자 블로그 휴심정 조현글방 2012-09-07일자 기사 '새까만 두 형제 신부'를 퍼왔습니다.

강정마을을 지키고 있는 문정현(맨 왼쪽) 신부와 피켓을 들고 있는 문규현 신부

지난 4일 해질무렵 제주 강정 마을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두 신부를 만났습니다. 문정현 문규현 두 형제 신부입니다. 제주에서 개통되는 천주교순례길 취재차 내려갔다가 기자들의 요청으로 버스를 잠시 강정마을에 멈추고 돌아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수십명의 강정마을 지킴이들과 함께 강정마을을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안에서 본 강정마을은 이미 파헤쳐지고, 아름다운 구럼비 해안은 파괴돼 시멘트 트리포드가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해군기지 공사현장

공사현장에 설치된 철구조물들

아름다운 구럼비 바위가 있는 해안은 이미 시멘트 트리포드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해군은 바다에 기지를 만들기 위해 거대 구조물 50개를 만들어 그 가운데 7개를 이곳에 옮겨왔는데, 이번 태풍으로 다 유실되고 2개만 남아있다. 이 구조물 `케이슨'은 무려 8800톤으로 한번 설치되면 해체가 불가능한데,유실돼 해양 오염이 문제될 뿐 아니라 이 두개의 케이슨도 기울여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 붍투명한 상태로 알려졌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구럼비 해안 인근에서 그림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미 해군기지 공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도로에서 지킴이들이 저항했지만, 그날도 트럭이 90대나 공사현장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문정현 신부는  시위도중 공중에서 떨어져 몸을 크게 다쳐서 운신이 어려운데도, 손으로 허리를 부여잡고 현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공권력이 미사중에 가톨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여기는 성체를 짓밟은 것에 대해 자신의 몸을 짓밟은 것보다 더 분노했습니다.

 문규현 신부는 도로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부안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해 몸을 돌보지 않고 부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했고, 4대강 반대를 위한 삼보일배까지 했던 그는 작년에 갑자기 심장이 멎어 사지를 다녀왔습니다. 얼굴은 너무 검어서 흑인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금경축을 앞둔 문정현 신부

문규현 신부

강정마을 지킴이들

강정마을지킴이들

구럼비야 사랑해 걸개그림

구럼비를 지키다 수감중인 송강호 전도사의 그림이 걸려 있다

문정현 문규현 신부는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달려가 몸을 돌보지 않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둘은 너무도 다정한 형제입니다. 삼보일배를 하던 당시 수경 스님이 농담처럼 하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부자라에서 문규현 신부님이 형아! 하고 부르면서 응석을 부리고, 둘이서 간지럼을 태우고 장난을 치는 걸 보면서 저렇게 어린애처럼 순수한 형제는 보다 보다 처음'이라던 말이.

 문정현 신부는 사제 서품 50년을 맞는 금경축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거리에서 먹고 자면서 울분이 젖은 강정마을 사람들을 달래며 그들을 대신해 공권력에 맞서고 있습니다. 두형제를 거리에 두고 돌아서는 길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글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영성, 수행, 치유, 공동체에 대한 글을 쓴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누리꾼들에 의해 ‘인문교양도서’ 1위에 뽑혔다. 기독교 숨은 영성가를 발굴한 (울림)은 감신대, 서울신대, 장신대, 한신대의 ‘100대 교양 필독도서’. (은둔)이 불교출판문화상과 올해의 불서상을, (하늘이 감춘땅)이 불교언론문화상을 수상. (인도오지기행),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 (세계 어디에도 내집이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됐다.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119       페이스북 : hoosim119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