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5일 수요일

‘종북좌파’ 몰린 해사 교관의 기막힌 사연


이글은 시사IN 2012-09-05일자 기사 '‘종북좌파’ 몰린 해사 교관의 기막힌 사연'을 퍼왔습니다.

해군사관학교 국사 교관 김 아무개 중위(30)의 사무실로 기무사가 들이닥친 건 지난해 4월6일이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와 같은서적 600여 권과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압수해 갔다. 그에게 적용된 죄목은 국가보안법 위반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이었다. 2009년 3월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해 그해 6월부터 해사 학생들에게 국사를 가르치던 김 중위는 군사재판을 오가는 처지가 되었다. 

군 검찰이 내놓은 증거는 사무실에서 압수한 책과 김 중위가 싸이월드에 남긴 글이었다. 기무사는 김씨가 입대 전해인 2008년 촛불집회에 참여한 정황을 그가 쓴 글을 통해 확보했다. 김씨는 2008년 6월3일 싸이월드 클럽에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라고 적었다. 민간인이던 시절 온라인에 썼던 글을 일일이 뒤진 결과 김씨가 군사재판에까지 서게 된 것이었다. 

ⓒ김중위사건대책위 김 아무개 중위는 입대 전에 촛불집회에 참여한 글을 올렸다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김 중위 변호를 맡은 송상교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군 검찰이 김 중위를 기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집시법 위반 혐의를 끼워 넣었다. 집회에 참가한 소회를 지인들과 나누기 위해 써놓은 글까지 증거로 들이미는 건 어떻게든 처벌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 중위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보수언론은 “군대 내 김정일 추종 세력을 색출해야 한다”라고 색깔론을 제기했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도 맞장구를 쳤다. 

2011년 11월27일 해군 보통군사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벌금 2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군 검찰이 제시한 서적 중 일부를 이적물로 인정했다. 2012년 7월29일 항소심에서 김 중위는 국보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을 발간한 이론과실천사 김태경 대표는 “이 책은 170년 된 인류의 고전이다. 북한이 이미 헌법에서 유물론을 폐기한 지 오래되었는데도 마르크스와 북한을 연결시키려는 것은 비뇨기과 의료서적과 포르노를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이다”라며 국보법 무죄판결을 환영했다. 하지만 집시법 위반은 인정되어 벌금 20만원 형을 받았다.미니홈피를 ‘털어’ 걸린 죄목이다. 해군의 상고로 김 중위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기소휴직’(기소가 된 군인을 강제로 휴직시키는 제도)을 당한 김씨는 원래 지난 5월31일이 전역일이었다.

권오균 인턴 기자 |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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