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6일 목요일

[한국정치와 안철수](1) 기성정치에 대한 시민사회 반격이자 ‘재정치화’의 열망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5일자 기사 '[한국정치와 안철수](1) 기성정치에 대한 시민사회 반격이자 ‘재정치화’의 열망'를 퍼왔습니다.

■ 안철수의 시대정신과 한국정치의 미래김호기 연세대 교수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 정치사회와 공론장의 과도한 이념 경쟁 피로감, 새로운 리더에 대한 기대가 결합돼 나타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민사회의 반격 또는 부활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다. 안철수 현상에는 소통과 참여를 희구하는 ‘재정치화’ 열망이 담겨 있다. 또한 혁신과 공공성 경제에 대한 요구를 반영하고,문화학적으로는 공감과 통합의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새로운 시대정신은 ‘민주 대 반민주’라는 87년 체제와 ‘신자유주의 및 사회 양극화’라는 97년 체제를 동시에 결산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 두 개의 체제가 가져온 문제들이 중첩되어 있다. 이 문제들을 극복하는 시대정신은 복지국가의 구현에 있다. 

복지국가 구현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구조적 강제 속에서 전략적 선택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리더십의 발휘, 혁신과 공공성의 경제 패러다임 구축, 소통·공감·통합에 기반을 둔 시민사회의 지지 형성이 필요하다. 

‘안철수’라는 이름과 존재가 시민사회 내에서 정치적 공명을 일으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의 삶, 기업 활동, 청춘콘서트, 부의 사회 환원을 포함한 일련의 활동은 소통·참여·혁신·공공성·공감·통합이라는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갈수록 지속불가능해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돌아볼 때, 안철수가 보여준 것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미래 비전과 가치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문제의식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Jn4io70xDEw&feature=player_embedded

한국 정치는 ‘욕망의 정치’에서 ‘힐링의 정치’로 가야 한다. 가치보다 욕망, 공공성보다 사익성, 국가보다 시장을 특권화하는 욕망의 정치가 가져온 ‘멘붕(정신 붕괴)의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처방으로서의 힐링정치, 즉 공정한 복지국가 구축과 이를 위한 미래지향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국 정치는 자원 및 가치의 합리적 배분이라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고 개혁과 혁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이중 과제를 수행하는 데 중요한 것은 지배와 통치의 관점이 아닌 배려와 거버넌스의 시각에서 시민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복지국가 시대정신의 제시와 소통·참여·혁신·공공성·공감·통합의 리더십 발휘다.

정치란 다양한 의견 개진과 활발한 의사소통이 그 생명을 이루고 있다. 이 점에서 안철수 현상은 새로운 게 아니라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 정치 본래 의미의 재발견을 함축하고 있다. 안철수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든 그의 삶과 시대정신은 소통과 참여의 민주주의 중요성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 제1부 시대정신과 안철수 동영상 보기

김호기 | 연세대 교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