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1일 금요일

안철수 출마선언에 여야 인사들 ‘옮겨타기’ 채비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20일자 기사 '안철수 출마선언에 여야 인사들 ‘옮겨타기’ 채비'를 퍼왔습니다.

ㆍ정치권 자리이동 가시화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정치권의 이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무소속 안 후보 쪽으로 움직이는 여야 인사들이 속속 생겨난다. 정계개편 조짐이라고까지 말하긴 아직 이르다. 하지만 결과에 따라선 그에 준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이 ‘안철수발’ 변화가 몰고 올 파장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변화의 진원지는 민주통합당이다. 당 사무총장을 지낸 박선숙 전 의원이 20일 안 후보를 지지한다며 탈당계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추가 탈당 기류가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종일 어수선했다. 한 재선의원은 “고위 당직자를 지낸 사람이 이럴 수가 있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전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당내에서는 김근태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호남 의원들을 주시하고 있다. 전날 모습을 드러낸 ‘안철수의 사람들’에 민평련 인사들이 눈에 띄었다. 호남 쪽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안 후보 등장 이후 호남에서 ‘안철수 지지세’가 확산된 것과 연동된다.

새누리당 인사들 중에서도 안 후보 쪽으로 옮겨 갈 조짐이 있다. 18대 때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주목받았던 새누리당 소속 전 의원들의이름이 오르내린다. 복수의 당 관계자는 “수도권 출신의 ㄱ 전 의원은 안 후보에게 가기로 결심한 것 같고, 서울의 ㄴ 전 의원은 안 후보의 경제정책팀으로 가고 싶어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여야의 흐름이 정치권 지형재편의 전초전 성격이라 가정한다면 과거 양상과 뚜렷한 차별점이 있다.

지금껏 정치권 주류는 여권의 엘리트 관료집단과 야권의 민주화·운동권 세력이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전문가 집단과 디지털 세대가 합류했다.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시작된 셈이다.

역대 정계개편은 보스 정치인이 주도했고, 주류 정치세력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인위적 새판 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안 후보의 정치 쇄신에 호응하는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합류하는 추세다.

그렇다 하더라도 안 후보 등장이 정치권의 대대적 이합집산을 불러올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민주당만 해도 대선 후보가 정해졌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도 나쁘지 않다. 낡은 정치를 거부한 안 후보가 정당 인사들을 수용한다는 보장도 없다. 단, 안 후보와 문 후보가 함께 ‘정치 쇄신’ 깃발을 들고 조기 단일화를 이루면 야권 정계개편이 촉발될 가능성은 있다.

구혜영 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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