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1일 금요일

[김호기·김상조의 대논쟁-시대정신](8) 사회 정의 - 이상돈 중앙대 교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20일자 기사 '[김호기·김상조의 대논쟁-시대정신](8) 사회 정의 - 이상돈 중앙대 교수'를 퍼왔습니다.

ㆍ“검찰 수사는 왜 정권 말기에만 가능한지… 많은 국민이 냉소”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이상돈 위원(중앙대 교수)은 “우리 사회는 법의 지배라는 사회 정의의 기본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핵심인 절차적 정의를 무시했고 여론에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지난 6일 서울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시대정신 대논쟁 대담-정의’에서 “과도한 분배적 정의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어서 상당히 경계한다”며 절차적 정당성과 기회 균등의 의미를 모두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논의되는 복지 공약에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공정사회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회의 균등을 넘어서 분배적 정의와 사회통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치가 정치의 중심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의롭지 못한 한국 사회를 개혁하는 데 자유주의적 정의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영역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교수와 새누리당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 김호기 교수(왼쪽부터)가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 거리를 걸으며 사회 정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 김호기 교수“공정사회 실현 위해선 기회의 균등을 넘어 분배 정의와 통합 필요”

▲ 이상돈 교수“MB 정부는 4대강 사업 등 절차적 정의 깡그리 무시… 과도한 분배 정의는 경계”

▲ 김상조 교수“재벌 총수 사면 관행은 대중의 요구에 역주행… 법 통한 정의 구현 회의”

김호기 연세대 교수(이하 김호기) =우리 사회에서 정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이며, 이것이 새삼 정의를 그리워하게 만들고 있다. 상식과 공정이 부정돼왔는데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나. 이번 대선에서 ‘정의’가 시대정신이 될 수 있나. 

이상돈 위원(이하 이상돈) =과거 정권과 달리 이명박 정권은 여론에 ‘마이동풍’이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 여론과 민심을 이렇게 철저하게 도외시, 백안시하고 독주했나. 최소한 100이란 여론이 있으면 50은 듣는 척이라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그런 대중의 분노를 인정하고 해소해야 중간층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지난 총선과 이번 대선에서도 정의에 대한 상당한 기대심리가 있다고 본다. 경제 영역에서는 경제민주화 담론으로 나타난 것이고, 정치·사회 분야에서도 대중이 정의를 분명히 원하고 있다고 본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이하 김상조) = 대중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사회, 특히 정치권에 대해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표적인 것이 재벌 총수 사면이다. 재벌 총수에 대한 판결은 정찰 가격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었다. 이런 것들이 계속 누적돼 정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보는 것 아닌가. 최근 김승연 한화 회장 판결(횡령·배임 혐의에 1심에서 실형 4년으로 법정구속)을 보면 조금은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상돈 = 과거에도 재벌 총수 사면을 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했던 적은 없다. 법의 지배를 이전 정부도 잘 지키지 않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무시한 경우는 내 기억에는 별로 없다. 사회의 기본적인 정의가 깨지게 된 것이다. 

김상조 = 개혁의 수단으로서, 개혁의 성과물로서 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과연 법이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가’에 회의가 들기도 한다. 법은 정의의 수단이 될 수 있는가. 또 이 교수가 정치 참여를 하게 된 것은 법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인가. 

이상돈 = 다스리는 사람들도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법치주의다. 우리나라에서 입법·행정·사법부 사람들이 법치 본연의 자세를 갖고 있느냐. 법을 필요에 따라 동원하는 것이 문제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법치주의가 크게 후퇴했다고 본다. 대표적인 경우가 MBC (PD수첩) 기소다. 누가 보더라도 무리한 기소였고, 결국 법원에서 완패했다. 나의 정치 참여는 법적 정의와 무관하다. 법을 통한 정의 구현은 정치 이전에 갖춰야 할 기초라고 본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가을에 무너지게 된 것도 결국 당과 구체제 집권세력이 법적 정의를 도외시했다가 좌초한 것 아니겠는가. 

김호기 = 사법적 정의 하면 먼저 검찰이 떠오른다. 김영삼 정권 말기의 김현철 사건, 김대중 정권 말기의 ‘삼홍 게이트(아들 셋이 모두 사법처리된 것)’, 노무현 정권 말기의 ‘BBK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범죄가 있었다면 검찰이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선 국면에서 검찰의 정치 수사는 의도하든 아니든 결국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보나. 

이상돈 = 문제는 이러한 수사가 왜 정권 말기에만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에 문제가 있고, 사법적 정의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이명박 대통령과 연관돼 터진 BBK와 도곡동 사건은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 과연 검찰과 특별검사가 소신껏 수사했는지 많은 사람이 의심하고 있다. 아직 끝난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과연 당당한가. 많은 국민이 이에 대해 냉소를 보내고 있다. 

김호기 = 검찰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이상돈 = 검찰 독립이 보장되면 법무부 장관은 한가한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운영이 문제다. 현 제도를 그대로 두고 검찰 신뢰를 구하는 것은 산에 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검찰권 오·남용을 예방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직자비리수사처는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면 제2의 검찰이 될 수 있다. 공수처보다는 상설 특검이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상설 특검은 검찰과 갈등을 빚을 것이다. 이는 여론을 수용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궁여지책인 셈이다. 

김상조 = 최근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하나는 (이상호 기자 X파일)인데,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요소는 정치권력이 아니라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권력이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시장논리가 도덕의 영역에까지 침범한 것이 사회 규범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자본권력 또는 시장논리가 정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보는가. 

이상돈 =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집중도가 커졌다. 그러나 국민 기반이 있으면 아무리 강력한 자본권력이라도 제어할 수 있다. 그런 의지가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자본권력이 정치권력을 눌렀다기보다 정치권력이 자본권력에 의존한 것 아닌가. 또 시장논리가 도덕 영역까지 침범했다는 부분에서 공리주의적인 것을 정의로 보느냐, 가치를 우위로 보느냐, 양면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정의로운 기업으로 꼽히는 곳이 유한양행이고 가장 독과점을 일삼는 기업으로 삼성이 꼽힌다. 이 두 기업은 1960년대 매출이 같았다. 그러나 일자리와 국가경제 측면에서 유한양행은 중소기업으로 몰락했다. 양면성이 있다는 뜻이다.

김상조 = 경제 정의의 중요한 부분이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민주화 또는 재벌 개혁이 시대정신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이상돈 = 과거 여권을 대표하는 정당이 경제민주화를 고민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많이 변신한 것이라고 본다. 

김호기 = 정의와 연관돼 검토할 수 있는 개념이 ‘공정’이다. 공정은 소극적 의미에서 ‘기회의 균등’과 적극적 의미에서 ‘분배적 정의’와 ‘사회통합’이다. 어떤 사회가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하는가. 

이상돈 = 공정의 기회균등, 분배정의, 사회통합 의미에 동의한다. 그러나 소위 도덕적 해이를 신경써야 한다. 미국에 유학 가기 전 스웨덴의 복지국가 사회가 정답인 줄 알았다. 그런데 미국 유학 첫해, 뉴올리언스의 다운타운에 가기 전에 있는 공공주택 단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거대한 주택단지가 마약과 범죄 위험이 가득한 슬럼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최소한의 복지, 즉 먹고 자는 것이 해결되면 아무것도 안 하고도 생활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집단적 타락이다. 

김호기 = 과도한 분배적 정의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단 말인가. 

이상돈 = 그렇다. 이를 상당히 경계해야 한다. 자꾸만 복지 분배가 생기고 그것만 강조하는 분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모든 것을 정부가 다 해결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이러다 보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도덕적 파탄을 초래하게 되면 세금으로 사람을 망쳤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아직까지 그 정도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복지와 분배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면 이런 점을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러한 것이 진정한 공정사회라고 볼 수는 없다. 사회 발전의 원동력은 개인이 혼자 서는 것이다. 개인이 독립돼 있고 기업이 자립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하다 망할 수도 있고, 개인도 실패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있어야 사회가 성장한다고 본다. 

김상조 = 그렇다면 지금 여야가 내놓는 경제민주화, 복지 공약에 상당히 우려하는 부분이 있겠다. 

이상돈 =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미국 주립대에서 학비를 거의 안 내고 다닌 사람은 애교심이 적은데 비싼 학비를 내는 사람은 애교심이 있다. 

김상조 =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해 진보진영 못지않게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명박 정부가 보수정권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세력이 다시 집권해야 된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이상돈 =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서 제일 잘못한 점은 절차적 정의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법과 절차를 도외시했다. 절차적 정의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가 보수정권이라고 했나. 그렇지 않다. 이념이 필요없다고 했다. 극단적인 연고주의, 패거리 정치를 보여줬다. 당시 보수는 오히려 박근혜 후보였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가치를 회복하고 국가와 사회, 개인을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역할은 현재로선 박 후보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본다. 

김호기 = 이명박 정부는 공동체 보호라는 보수적 가치와는 거리가 먼 정책을 펴왔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세력에 부여된 과제는 보수 정신의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이상돈 = 보수 그 자체보다도 보수와 진보 공통적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 공통적인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김상조 =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고를 옥죄는 과대포장된 신화들을 깨뜨리는 작업이 필요한데, 가장 강력한 신화 중 하나가 박정희 신화다. 박정희 신화에서 무엇이 정당한 평가이고 무엇이 과대포장된 것인가. 

이상돈 =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그의 사후에 나왔다. 박 대통령이 총 18년간 집권했는데 처음 6년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2년 후 정직한 헌법을 만들고 굉장히 정직한 선거를 했다. 그 점은 인정해야 한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없었더라도 나라가 잘됐을 것이라는 가설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인권침해 등 문제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김호기 = 박근혜 후보에게 박정희 시대를 묻는 것은 연좌제를 적용하자는 맥락이 아니다. 통치를 맡을지도 모르는 지도자에 대한 검증이다. 5·16과 유신체제를 어떻게 보나. 두 사건에 대한 박 후보의 역사인식은 또 어떻게 봐야 하나. 

이상돈 = 5·16은 그 자체로서는 헌정을 무너뜨린 것이다. 그리고 유신은 평가할 필요도 없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박 후보에게 부친을 객관화해서 보라고 하지만, 그 부분에서는 박 후보의 생각을 가슴으로 이해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단순히 딸이 아니라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호기 = 인혁당 사건에 대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박 후보 인식에 문제가 있다. 2005년 판결은 32년 만에 재심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은 것이다. 

이상돈 = 이른바 인혁당 사건은 한국 사법사 최대의 치욕이다. 당시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기소를 거부하고 사퇴한 검사들이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절차적 정의를 완전히 무시한 비극적 사건이다. 법과대학을 다닌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안이다. 박정희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 중앙정보부, 보안사 등 권력기관이 거대해져 누구도 제어할 수 없게 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박 대통령 자신도 그런 권력기관에 의해 결국 희생됐다. 인혁당 사건은 유신 시절에 있었던 최대의 비극이다. 그런 상징성이 있기에 박근혜 후보가 유족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 이상돈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앞에서 사진 찍고 싶다”…보수적 자유주의자 평가

새누리당 이상돈 정치쇄신특별위원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 안에 있는 ‘디케의 상’ 앞에서 대담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보통 대담 사진 배경은 본지 사진기자가 정했다. 

정의의 여신 디케가 저울을 들고 있는 이 조각상은 사심에 치우치지 않고 정의 구현을 위해 ‘공정’과 ‘형평’을 상징한다. 

아쉽게도 사전에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디케의 상’ 앞에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덕분에 더 많은 시간 동안 이 위원의 ‘정의’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위원은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이 대통령의 몇가지 정책에 반대해온 몇 안되는 보수 학자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앞장서서 비판했다.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 때문이다. 김호기, 김상조 두 교수가 그를 “보수적 자유주의자”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그런 그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진영의 맨 앞줄에 섰다. 지난해 말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갈 때 비대위원으로 위촉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 박 후보 경선 캠프에서는 정치발전위원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새누리당 대선기구인 정치쇄신특위에서 박 후보를 돕고 있다. 

그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같은 가치를 회복하고 개인의 자기 결정권과 선의의 경쟁이라는 토대 위에서 국가와 사회, 개인이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로서 그 역할은 박근혜 후보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위원은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원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 사람의 대담은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에 이뤄졌다. 

이 위원은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많길래 그의 책도 봤다”고 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지 않나 싶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위원은 안 후보가 출마선언한 다음날인 20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막연하게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아닌가”라며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단일후보가 됐고, 당 지지 기반도 확실하기 때문에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상조 교수 후기 - 내가 본 이상돈

아뿔싸, 15분이나 늦었다. 이상돈 교수와는 첫 대면인데, 실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약속 장소인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가던 중에 어제 보낸 원고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급한 연락이 와서 중간에 차를 내려 마무리를 하다 보니 늦은 것이다. 분위기가 싸~했다. 이상돈 교수는 30분이나 일찍 도착해 있었는데, 경향신문 측이 디케(정의의 여신) 상이 있는 대법정 출입 허가를 미리 받아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인터뷰어 중 한 사람이 늦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만큼 남에게도 엄격한 ‘보수적 자유주의자’의 체취를 한 순간에 느낄 수 있었다. 

대담 내용은 첫 인상 그대로였다.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누누이 역설하고, 따라서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은 우리에게는 아직 사치스러운 이야기라고 판단하는 대목; 분배적 정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모든 걸 정부에 의존하려는 경향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의미에서 결코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리는 대목; 5·16은 그 자체로는 헌정을 무너뜨린 사건이며, 10월 유신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따라서 가슴으로 아파하는 박근혜 후보를 이해하면서도 ‘부친을 객관적으로 보라’고 조언하는 대목 등등은 ‘보수적 자유주의자’의 진면목을 드러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자유주의자가 아니다. 자유를 열망하지만, 자유가 유일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상돈 교수 주장에 다 동의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상돈 교수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도 의외로 많다. 그래서 ‘보수적 자유주의자’인 이상돈 교수가 ‘한국 사회의 진보’에 기여할 것으로 희망한다. 그만큼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중층적이고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 본 대법원의 디케 상은 서구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눈을 뜨고 있고, 앉아 있으며, 왼손에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짝퉁 디케’라고 부른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디케 상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게 만든 모양이다. 사법정의가 실현되어 디케 상에 대한 비호감을 불식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상조 |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 김호기 교수 후기 - 내가 본 이상돈

이상돈 교수에 대해 글을 쓰려니 먼저 지난 해 여기 경향신문에서 함께 진행한 ‘대화’가 떠오른다. ‘대화’를 진행하기 전까지 이 교수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지는 못했다. 몇 해 전 문화방송 ‘백분토론’에서 패널로 만나고 경향신문 기획 ‘소통합시다!’에서 서로에 대해 글을 쓴 게 전부였다. 이른 봄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부터 초겨울 박근혜 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이르기까지 스물 네 사람과 대화를 함께 나누면서 나는 많을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이 교수는 굳이 이름 붙이자면 합리적 보수주의자, 보수적 자유주의자다. 인간의 불완전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 교수는 보수주의자지만, 개인의 자유와 합리적 의사결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자유주의자이자 합리주의자다. 보수 세력은 있되 보수 철학이 사실상 부재한 우리 현실에서 이 교수는 이채로우면서도 소중한 지식인이다. 보수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던 것은 이 교수가 내게 준 선물이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만나 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은 다음 작은 카페에서 이 교수와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늘 그랬듯이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 교수의 주장은 분명하고 예리했다. 4대강 반대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교수는 보수적 가치보다 민주적·생명적 가치를 더 중시한다. 바로 이점이 생각은 다르더라도 내가 이 교수를 존경하는 이유다. 

지난 해 ‘대화’에서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은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이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우리는 여주 신륵사 주차장에서 만나 4대강 현장을 함께 돌아보면서 이명박 정부의 토건정책에 분노하고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그날 이 교수는 지역에서 묵묵히 환경운동에 헌신해 온 이항진 위원장에게 스웨터를 선물했다. 한 보수주의 법학자와 한 진보주의 운동가 사이의 살가운 우의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다소 냉정해 보이지만 마음은 더없이 따듯한 사람, 내가 본 이 교수는 그런 지식인이었다. 

(김호기 | 연세대 교수·복지국가민주주의싱크네트 운영위원장)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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