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1일 화요일

박근혜 인혁당 발언, 사법질서까지 부정하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9-10일자 기사 '박근혜 인혁당 발언, 사법질서까지 부정하나'를 퍼왔습니다.
"인혁당 판결 두 개"...야당·법조계 일제히 비판

ⓒ이승빈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사법살인'의 대표적 예로 꼽히는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이 두 개"라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역사인식'도 문제지만, 사법질서까지 부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냐"며 "앞으로의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의견이 서로 다르니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은 5·16과 유신 등의 사안에 대해 박 후보가 대응하는 고유 논리다. 이와 관련해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혁당 사건의 경우 앞선 판결과 이를 '오심'으로 인정한 판결 두 가지를 대등하게 놓고 볼 수 있느냐는 데서 비판의 소지가 다분하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박 후보의 발언을 거론한 뒤, "1975년 사형판결에 대해 2007년에 재심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판결을 내렸다"며 "원심판결에 대해서는 사법부도 가장 오욕스런 판결로 반성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둘을 동격으로 놓고 보는 것은 모순이라는 얘기다. 

당시 인혁당 사건의 시발점이 됐던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투옥당했던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도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해서, 한 번은 유죄, 한번은 무죄가 났다고 해서 그 중간이라고 말하는 정도의 법률 상식을 가지신 줄은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평가가 두 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을 하려던 것 같은데, 그것은 우리 대법원에 대한 큰 모독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거듭 "이번에 난 판결은 앞의 것이 유죄가 아니고 무죄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에서 배상을 수십억씩 해준 것 아닌가"라며 "대선후보로서는 큰 실언을 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도 "말로는 법질서를 세우자며 위헌적인 유신을 옹호하고, 국민통합을 말하며 사법적 판단까지 부정하는 사람이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몰아붙였다. 

이날 열린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 중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공직후보자로서 대법원의 판결이 2가지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보나'라고 질문하자, 김 후보자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종적인 (재심) 견해가 최종 결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인혁당 사건은 중앙정보부가 1974년 유신 반대 투쟁을 벌였던 민청학련의 배후로 '인혁당 재건위'를 지목, 이듬해 4월 8일 도예종 등 관련자 8명을 재판 종료 후 24시간도 안 돼 기습적으로 사형을 집행한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이다. 

2002년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이 조작된 사건이었음을 밝혔다. 

이에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은 재심을 청구했고, 2007년 1월 무죄가 선고됐다.

최명규 기자 press@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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