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1일 화요일

손석희 “안철수 불출마 종용도 수첩에 기록했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0일자 기사 '손석희 “안철수 불출마 종용도 수첩에 기록했나”'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필요없어”… MBC 시선집중 인터뷰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에 모든 것 함축돼 있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최근 벌어진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불출마 종용 논란에 대해 10일 “친구끼리 한 얘기를 가지고 침소봉대하는 것은 구태”라고 주장해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과의 인터뷰에서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금태섭 변호사와) 아무리 가까운 친구사이라 하더라도 좀 더 주의를 했어야 됐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구사이 전화통화를 너무 침소봉대해서 사찰 협박 공방을 벌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손석희 교수는 정 전 위원이 공보위원 중 유일하게 검사 출신이었으며 안철수 원장 관련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점을 들어 “공보위원으로 앉힌 것 자체가 어떤 특정한 역할을 맡긴 것 아니냐. 이런 부분에 있어서 좀 더 확인해볼 필요를 느끼지 않았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그런 것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저도 네거티브를 하도 많이 당해서 한번은 멘붕이 올 지경이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 그런 식으로 하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친구끼리 한 얘기를 가지고 확대해석을 하고 침소봉대하는 것은 정치권에 좋지 않은 것 아니냐. 이것도 구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안 원장 측을 비판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홈페이지

특히 손석희 교수가 ‘수첩공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 후보에게 정준길 전 위원 문제도 기록해뒀느냐는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손석희 “불출마 종용 사건에 대한 내용도 보고받은 것을 기록해뒀느냐”박근혜 “그런 건 별로 적을 필요가 없다”
박 후보는 곧바로 “예를 들면 논산이나 전라남도 신안, 진도를 갔을 때 농촌의 태풍 피해로 사연이 많았다. 그런 건 여러 가지로 조치해야 할 문제도 있고 해서 꼭 챙긴다”며 엉뚱한 수첩 기록사례를 들었다.
박 후보는 안철수 원장 불출마 종용 논란과 관련된 국정조사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손 교수가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정조사를 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묻자 “당 지도부에서는 (안 원장이) 출마도 안 한 분이고, 친구끼리 주고받았다는 것을 갖고 국정조사를 하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5·16 쿠데타와 유신에 대해 박 후보는 “우리 현대사는 압축적인 발전의 역사였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굴절도 있었고 그림자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성과는 계승해서 발전시키고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는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신에 대해서도 그는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렇게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하셨다”며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박 후보는 네거티브가 아닌 정책경쟁을 하자는 주문도 했다. 그는 “삶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가지고 경쟁하는 대선이 돼야 하는데 정치공방, 네거티브가 중심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더 이상 이런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우리 정치권이 좋은 정책으로 경쟁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박 후보 역시 선거 100일을 앞둔 이날까지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하지 않아 언론의 지적을 받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놓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장외 설전을 벌인 것을 두고 박 후보는 “두 분의 생각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한번 종합해서 국민들께 발표를 해드리려 하고 있다”고만 두루뭉술한 답만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특히 박 후보는 2007년 대선공약인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와 경제민주화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지금 저의 경제정책(경제민주화)과 줄푸세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줄’이 의미하는 감세는 세율을 낮추자는 것이었는데 이제 현 정부 들어와서 중산층, 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해서 이미 상당부분 실현이 됐다”며 “‘푸세’는 이제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는 건데 이건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규제를 풀어 경제를 활성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는 주장이다.
감세 혜택이 중산층,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실현됐다는 답변도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지난달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세율과 법인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대규모 감세로 이명박 대통령 집권 기간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줄어든 세수는 90조 1533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로 63조8000억원이 줄었고, 이 중 32조원(51%)은 중소기업과 서민에 귀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세정책은 재정수지를 악화시켜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시절 5년간 18조3000억원 늘어난 재정수지 적자는 이명박 집권 4년 동안 96조 8000억원 증가했다. 대규모 감세로 줄어든 세수는 재정수지 적자와 맞먹는 규모이다.
더구나 이런데도 복지를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박 후보는 “우리 복지수준과 국민들이 부담하는 조세부담이 간극이 있기 때문에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적 있는데 그것이 증세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스스로 선택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그 부분은 검증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어차피 세율을 줄여서 세금이 줄어들게 되면 복지 문제는 좀 어려움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세율을 더 줄인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며 “이 정부 들어와서 그 부분은 많이 실현됐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는 감정적 갈등 양상까지 낳았던 과거 인터뷰 보다는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지난 2004년에 출연한 박 후보는 공격적인 질문을 한 손 교수에게 “저에게 싸움하시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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