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1일 금요일

안철수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1일자 기사 '안철수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들'을 퍼왔습니다.
[이태경의 고공비행] 한국사회 특수성 깊이 이해해야

안철수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에게 쏟아진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생각할 때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안철수에게 쏠리는 관심과 지지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안철수표 국가발전모델이 한국사회가 직면한 현안과 모순들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안철수 캠프가 국가발전모델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 열거하고자 한다.

한국사회가 지닌 특수성을 중심에 놓고 사고해야

안철수 캠프는 국가발전모델을 설계함에 있어 무엇보다 한국사회가 지닌 특수성에 착목해야 한다. 한국사회가 지닌 특수성을 열거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 한국사회의 사익추구집단(재벌, 관료, 조중동, 검찰 등)과 진보,개혁 진영이 가진 물적, 상징적 자원의 비대칭성이 심각하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 더욱이 사익추구집단은 사익이라는 공통의 절대목표가 있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는 무시하고 단결하는 반면, 진보, 개혁 진영은 계기만 있으면 분열을 거듭한다. 양 세력이 가진 자원의 크기가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사익추구집단은 설혹 실수를 하거나 집권에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언제나 기회가 있지만, 진보, 개혁 진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양 진영이 지닌 힘의 차이는 집권 기회뿐 아니라 집권 이후의 국정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신자유주의 이외의 한국사회 특유의 구조적 모순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사회는 식민통치, 외세에 의한 해방과 분단, 전쟁, 군사독재, 압축적ㆍ폭력적 산업화, 민주화 등을 1세기 만에 경험한데다 그 이행과정이 질곡으로 점철돼 있기에 식민, 분단, 반민주 등의 적폐가 여전히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런 적폐들이 반칙, 특권, 불공정, 비합리, 몰상식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양태들이 공정한 경쟁의 부재, 승자 독식 및 패자부활전의 부재, 불로소득 추구행위의 만연, 패거리주의와 학벌주의의 기승, 사익추구행위의 창궐 등이다.

신자유주의에서 기인하는 구조적 모순과 한국사회의 전근대성 혹은 불공정성에서 기인하는 구조적 모순은 구별되어야 하며 그 처방도 달라야 한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신자유주의의 개념적 징표들을 나열해 보면 각종 정부 규제의 철폐, 경제의 금융화경향, 주주자본주의, 민영화, 시장개방, 무역자유화, 고용유연화, 경쟁의 촉진, 제조업에 대한 금융업의 우위, 사회보장제도의 축소 등일 것이다. 확실히 신자유주의적 정책 가운데 어떤 것들은 부자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들이 더 가난해지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현안인 양극화(산업간, 기업간, 지역간, 노동간, 계층간)의 주범이 신자유주의인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부동산 및 주식 불로소득의 편중으로 인한 자산양극화 및 부동산 가격 폭등, 기회(교육과 의료, 금융 서비스 등)불균등의 심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불공정 경쟁으로 인한 내수 시장의 위축 및 실업률 상승 등이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주지하다시피 위와 같은 문제들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특권과 반칙이다. 신분제 사회에서나 횡행하던 특권과 반칙이 여전히 한국사회를 주름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대한민국은 아직도 근대 이전에 있으며 특권과 반칙, 불공정성, 비정상성, 반/비합리성을 폐절하고 근대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이 절박하다.

셋째, 한국인들 특유의 집단심성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특수한 역사적 기원과 경로를 통해 형성된 한국인들의 집단적 심성에 주목해야 한다. 증세하더라도 복지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우세한 현실,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국가모델이 미국이라기 보다는 스웨덴이라는 여론이 우세한 현실 이면에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것 보다 좋다'라는 여론이 엄존한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집단 심성의 일단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즉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든 걸 국가가 해 주는 후견적 국가 보다는 사회 안전망을 튼실히 구축해 주는 국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가, 출발의 합리적 평등과 결과의 합리적 불평등을 지지하는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건국 이후의 역사적 경험과 발전 경로가 한국인들의 심성을 그렇게 주조한 것이다.

넷째, 토지의 중요성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토지가 지닌 중요성은 새삼 긴 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토지문제 해결은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첩경이다. 토지문제를 단순히 주거복지나 집값 안정 차원에서 다루지 말고 국가발전모델을 구성함에 있어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토지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국가경쟁력 제고, 조세의 형평성과 효율성 담보, 자산 및 소득 불평등 완화, 부정과 부패 청산, 저성장모델의 탈피, 예산의 왜곡과 낭비의 시정 등을 실현할 길은 없다.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 시장과 노동에 대한 적절한 관점을 세워야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며, 시장과 노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도 안철수표 국가발전모델을 설계하는데 무척 중요한 포인트다. 국가는 개인이 창의와 자유를 바탕으로 공정하게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하도록 법과 제도로 보장하고, 경쟁에 참여할 수 없거나 경쟁에서 낙오한 개인들을 보살펴주는 후견적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시장은 불완전하고 국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지만 현존하는 최적의 생산시스템이라는 인식, 노동은 생산요소의 하나이며 자본과의 힘의 비대칭성을 보완하기 위해 국가가 헌법과 법률로 노동 3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관점이 시장과 노동에 대한 적확한 관점이 아닐까 싶다.

안철수표 국가발전모델은 정의롭고 평등하며 지속가능해야

안철수표 국가발전모델은 총체적이고 유기적이어야 하며, 현실적합성이 있어야 하고지속가능해야 한다. 또한 자유와 평등, 정의와 형평, 분배와 효율 같이 길항관계에 있다고 평가되는 요소들이 그 안에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 요컨대 안철수표 국가발전모델은 정의롭고, 평등하며,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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