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1일 금요일

“쌍용차 네 식구 3년 동안 하루 한 끼로 버텼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20일자 기사 '“쌍용차 네 식구 3년 동안 하루 한 끼로 버텼다”'를 퍼왔습니다.
[쌍용차 청문회] 정혜신 박사,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 지원 대책 마련 촉구

“진압 당시 엄마랑 있으면서 헬기 소리를 들은 아이는 아직도 변기 물을 못 내립니다.”
20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쌍용차 청문회에 참석한 정혜신 박사(정신과 전문의)의 증언은 참담했다. 그의 목소리는 때로는 떨렸고 때로는 간절했다.
정 박사는 ‘전문의로서 환노위 위원들이 참고해야할 추가 의견에 대해 말해 달라’는 신계륜 환노위 위원장(민주통합당)의 요청에 해고노동자들의 자녀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그는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며 “와락에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와서 심리평가를 하고 부모 면담을 한 후 상황을 평가하는데 해고자 아이들의 유병률이 서너배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경찰만 보면 공포에 떱니다. 경찰서 앞을 지나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경찰에 대해 얘기하는데 아이 혼자 전혀 다른 얘기를 해서 이상한 취급을 받는 일도 있습니다.”
정 박사는 “어떤 아이는 아빠가 경찰특공대에 의해 짓밟히는 것을 봤다”며 “그 이후 경찰을 보면 아빠 대신 어떻게 해주겠다며 아직까지도 허리춤에 장난감 칼과 꼬챙이·젓가락·나무를 꽂고 다닌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들 중에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고 가출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는 것을 전해졌다. 정 박사는 “해고노동자들이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네 식구가 3년 동안 밥을 하루 한 끼 먹으며 버틴 사람도 있다”며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왜람된 얘기지만 이런 일은 개인 자원활동가가 할 일은 아니다”며 정부의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리해고자 문제)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 아이들은 보호가 돼야 하고 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입은 상처를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손길이 부족합니다.”
정 박사는 “지금 많은 분들이 쌍용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수습할까 고민을 한다”며 “해법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청문회 과정 중에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청문회를 계기로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시급하게 마련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