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9일 일요일

박근혜의 ‘꼬리 자르기’ 도를 넘었다 <긴급진단>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9-07일자 기사 '박근혜의 ‘꼬리 자르기’ 도를 넘었다 (긴급진단)'를 퍼왔습니다.

▲ 왼쪽부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기획단 정준길 공보위원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박근혜의 정치적 특기 가운데 하나로 ‘꼬리 자르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대표하거나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당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 또는 의혹이 터지면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관련자(들)를 신속하게 ‘정리’하거나 퇴진시키곤 했기 때문이다. 그의 특기는 이번의 ‘정준길 사건’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사건의 본질은 단순명료했다. 유력한 대선후보인 안철수를 돕고 있는 변호사 금태섭이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밝혔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후보 대선기획단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지난 4일 아침 전화를 걸어 ‘뇌물과 여자 문제를 터뜨릴 것이기 때문에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고 말하면서 ‘안 원장에게 이런 사실을 전하고 불출마하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협박을 했다.” 금태섭이 동료 변호사 3명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내용은 정치적 태풍을 일으켰다.
정준길은 곧바로 국회 정론관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가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고 금태섭을 협박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친구 사이의 대화를 두고 협박이다, 불출마 종용이다 하고 얘기하는 건 너무한 것이고 과장된 얘기’라는 것이었다. 그는‘시중에 떠도는 여러 의혹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거나 검증받지 못하면 대통령 나가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을 그만두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법대 동기생으로서 ‘절친한 친구’라는 금태섭이 자신을 정치적 파멸과 인격적 파탄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는 ‘악성 유언비어’를 기자회견을 통해 온 국민을 향해 발표했다면 아무리 가까운 벗이라고 해도 법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닐까?
그날 오후 2012 광주비엔날레에 참석하고 있던 박근혜는 그 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보도를 보고 (사실을) 알았다. (정 위원이 금 변호사와) 개인적 얘기를 나눴다는 거 아니냐”고 되물으면서 ‘(정 위원은) 왈가왈부할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태섭이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녹취록은 없다. 이것은 제가 (미리)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기자회견 내용은) 법률가로서 한 글자도 틀리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박근혜는 7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면서 “개인적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 이렇게 확대해석 하는 게 저는 이해가 안 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정준길이 누구인가? 박근혜 캠프 핵심조직의 하나인 대선기획단 공보위원 이다. 그는 10명의 공보위원 가운데 유일한 검사 출신이다. 게다가 최근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미처 두 달도 안 되어 새누리당 대통령선대위 산하기구인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간 안대희 밑에서 특수검사로 일한 경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뿐 아니라 정준길은 지난 4·11 총선 때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박근혜가 전달한 공천장을 받고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현직 당협위원장이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자신이 중용한 인물이 친구 금태섭을 향해 억울하다면서 ‘과장된 폭로’라고 주장하면 그를 직접 만나서 실상을 파악한 뒤, ‘명예훼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 당 차원에서 정준길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라는 견해를 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러나 정준길은 법적 대응을 하기도 전에 서둘러 공보위원직 사의를 밝혔고, 누군가가 사표를 수리했다. 그 ‘누구’는 누구일까? 선거대책위원장들이 대선후보에게 보고하지도 않고 사표를 처리했을까?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올해 들어 국민들은 박근혜가 정치적 곤경에 빠질 때마다 ‘꼬리 자르기’를 하고 위기를 벗어나려고 시도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총선 직후 제수 성폭행 혐의에 시달리던 김형태와 박사학위 논문 표절 혐의에 휘말린 문대성을 탈당시킨 일이었다. 그들에게 공천장을 준 당사자도 바로 박근혜였다. 근자에 박근혜는 ‘공천 장사’ 의혹에 관련된 최측근 현기환과 비례대표 의원 현영희를 당에서 제명하는 것을 보고도 국민들에게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꼬리를 자르고 나면 자신은 ‘무결점의 청순한 대통령후보’가 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일까? 지난 6일 국회에서 ‘현영희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잘라낸 꼬리 하나로 망국적 금권정치 구태의 책임이 끝났다고 보는 국민은 없다”고 주장했다.
도마뱀은 천적이 기습하면 꼬리를 잘라버리고 도망을 친다. 꼬리는 바로 재생이 되지만 꼬리뼈는 되살아나지 않는다. 연골과 비슷한 백색의 힘줄이 생겨날 뿐이다. 위기에 부닥칠 때마다 꼬리를 자르는 도마뱀은 어떻게 될까? 결국 몸통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6일 함세웅 신부가 MBN의 대담프로에 출연해서 한 말이 떠오른다.
“일제 때 박정희 대통령의 친일 행적과 유신 반란, 5·16 군사반란은 사실 상식적인 차원에서 불법과 죄악이다. 아버지가 그 일을 했다면 자녀 된 도리로서 ‘그 부분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아름다운 자녀이자 용기 있는 정치인인데, 이를 언급하지 않고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아버지의 열매만을 가지려는 것이 박근혜 후보의 한계이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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