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일 토요일

검찰과 언론의 '망나니 블랙코미디'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8-31일자 기사 '검찰과 언론의 '망나니 블랙코미디''를 퍼왔습니다.
(박정원의 따스한 눈길) 양경숙 사건의 본질

양경숙 전 '라디오21' 대표 사건과 관련해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기사를 살펴보면, (중앙일보)는 8월29일자 10면에 양씨가 페이스북에 언급한 성씨들을 들어 누구누구를 지칭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금 이 기사는 인터넷에서는 삭제돼 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정정보도를 한다면서 거론되었던 이들의 실명을 들어 그들의 해명을 30일에 실었다. 내용을 보면 거론된 인사들을 취재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 오늘 들은 얘기를 전하면 다음과 같다. 모 인사에게 대뜸 기자가 전화를 해와 혹시 돈 받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해당 인사는 양씨를 모르지는 않지만, 사석에서 따로 식사도 못해본 정도에 불과한데 무슨 돈을 받았겠느냐는 정도의 답변을 했다는데, 중앙일보의 정정보도 내용을 보면 양씨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아무 연관이 없다."라는 식으로 전하고 있다.
특정 언론사가 소설이라 할 정도의 기사를 쓰고 이를 다른 언론사들이 일단 다 인용해 쓴 이후의 작은 정정기사 하나 내는 것이 큰 의미도 없겠지만, 해당 인사들의 해명과 항의를 들어 정정기사라고 쓴다는 게 고작 또다시 실명을 언급했다는 사실에 이르면 헛웃음을 참기 어렵다.
나아가 필자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언론의 행태들로 말미암아 현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신병이 구속된 양씨와 여러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는 결과도 나올 수 있겠다는 점에 생각이 이르면, 검찰과 언론이 짝짜꿍이 될 때 대한민국에서 이들에게 밉보여 온전할 사람은 별로 없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도 양경숙씨를 잘 아는 사이다. 노사모 활동을 통해 알게 되었고, 오래전부터 필자의 실명이 '라디오21'의 기획본부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별로 없겠지만, 내가 '라디오21'에 도움을 준 것이 작으나마 있다면, 그보다 더 신세를 많이 진 사람에 속할지도 모른다.
이런 처지의 필자에게 어떤 기자나 검사가 양씨와의 관계를 물으며 추궁을 해왔을 때 위에 언급한 사람만큼 있는 대로 답변을 했는데, 내보낸 기사의 논조가 "나는 전혀 양 씨와 무관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이 뉴스를 접하게 될 양씨의 심정은 어떨까? 내가 양씨라면 없는 사실도 만들어 나를 죽여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게 사람의 인지상정이니까.
지금 이 사건에서 함께 구속된 세 사람이 양씨와 관련된 법인의 통장에 수십억을 송금했다는 것 이외에, 정확히 확인된 사실은 하나도 없다. 아니 이것도 검찰의 발표가 아니라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이야기가 전부이다. 이름하여 빨대의 범죄행위가 백주에 횡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함께 구속된 인사들이 공천 헌금인지 뇌물인지를 주장했다면 그들 또한 제공행위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기본 상식에 속하니, 지금 대검 중수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이야말로 임명권력이 선출권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꽃놀이패를 잡은 꼴이다. 네 사람의 입을 빌려 대선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대한민국 정치를 들었다 놨다 해도 누구 하나 견제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이 꼬락서니를 보면서도 일개인도 아닌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까지 없애겠다는 어떤 대선 후보의 말에 찬동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국회의원일지라도 언제든지 일단 가두어 입을 막을 수 있도록 법으로 허용하면,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권력은 하다못해 경범죄라도 걸어 이를 쓰게 될 것이 뻔한 이치이다. 어쩌면 제일 먼저 자기 입에 족쇄가 채워질지도 모를 사안을 함부로 찬동하고 나서는 국회의원들이 있다는 것, 바로 이 정도가 우리 민주주의 수준이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자존심이 없으면 그를 뽑은 국민은 뭐가 되는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양경숙씨 사건에서 지금까지 검찰이 단 하나라도 물증을 들어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한 일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온갖 기사가 판을 치고 있다. 이에 놀라 평소에 그와 알던 모르던 대한민국 모든 이는 양경숙이라는 인사와 일면식이 마치 없는 것처럼 하면 그뿐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어떻든 이것이 진실을 밝히는 측면에서의 문제로 국한된다면 아무런 상관은 없다.
그러나 지금 검찰과 우리 언론들이 개인의 신상과 실명은 물론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온 동네에 광고해대는 꼴을 두눈 뜨고 멀쩡히 보면서도, 이것이 그저 진실을 밝히기만 하겠다는 공권력의 선의로만 인식한다는 것은 솔직히 순진함을 넘어 무지가 도를 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중수부는 헛방이든 뭐든 일단 칼을 빼들었으니 썩은 무라도 베어야 할 판….

이것이야말로 망나니춤과 다르지 않은데, 필자의 짐작이 맞는다면 아마도 이 망나니는 ‘친노’라 불리는 무형의 정치세력으로 칼을 돌리고 싶을 것임은 물론, 이를 넘어서는 곳까지 치명적 타격을 가하고 싶어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흥분해 있을 것이다! 나중에 판결이 뭐로 나오든, 진실이 무엇이든, 목표는 12월19일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치는 아직도 국회와 정당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니, 실로 모두의 비극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정치,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두의 무능이 부른 블랙코미디 한편을 오롯이 감상해보자! 때론 관객으로, 때론 주연·조연으로.

박정원 편집위원  |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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