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일 토요일

‘홍상어’ 어딨나…軍, 어뢰 유실(?)


이글은 노컷뉴스 2012-09-01일자 기사 '‘홍상어’ 어딨나…軍, 어뢰 유실(?)'을 퍼왔습니다.
방사청, ‘어뢰 3형제’ 이을 차기 중어뢰 사업 본격 추진


지난 2009년 6월 22일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KDD)는 “9년간 1,000여억 원의 개발비를 들여 ‘홍상어’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생생한 발사 장면을 담은 영상까지 공개하면서 “미국 외에 유럽과 러시아 등이 대잠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직으로 발사돼 적 잠수함을 잡는 미사일은 홍상어가 미국 VLA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자랑했다.

그리고 3년 뒤인 지난 7월 25일, 경북 포항 동북쪽 동해 공해상.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에서 실전배치 후 처음으로 성능 검증을 위해 홍상어 1발을 시험발사했다.

그런데 이 홍상어가 20여km 밖 수면 60m 아래의 가상표적을 타격하는데 실패하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무기 조달 책임을 지고 있는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은 8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예산상의 문제 등으로 고가 무기들을 충분하게 필드테스트할 수 없다"고 '난감한‘ 처지를 하소연하면서 “앞으로 시험발사 횟수를 더 늘려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산 어뢰 발사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重)어뢰 ‘백상어’는 2003년 5월과 8월 실시된 두 차례 실사격 시험에서 모두 실패한 바 있다. 

2008년 실전배치된 경(輕)어뢰 ‘청상어’도 2009년 12월 훈련 중 발사됐으나 목표물 명중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채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 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국민들은 ‘국산 어뢰 3형제’가 정말 믿음직한 대한(大韓) 바다 파수꾼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면서 군과 방위사업청이 더 한층 노력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산 어뢰 3형제◈


각종 무기를 접하다 보면, 때로는 낯설기도 하고 때로는 살갑기도 한 이름들을 만나게 된다.

‘백상어’, ‘청상어’, ‘홍상어’라 이름 붙여진 ‘국산 어뢰 3형제’도 그 중 하나다.

무기마다 이처럼 독특한 이름을 붙이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튼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런 이름만 듣고 어떤 무기인지, 성능과 제원은 어떤 지, 금방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어뢰에 ‘상어’ 이름을 붙인 것은 참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뢰(torpedo). 단 한 방으로 거대한 함정이나 잠수함을 격침시키는 ‘One Shot, One Kill' 무기의 대명사다.

'간담을 서늘케 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torpere‘를 어원으로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량에 따라 크게 경(輕)어뢰와 중(重)어뢰로 구분한다.

중량 300kg 정도인 경어뢰는 수상함이나 헬기, 해상초계기에서 발사되며, 수중 잠수함을 공격할 때 사용된다.

중량 1,000~1,500kg인 중어뢰는 일반적으로 잠수함에서 발사되는데, 수상함과 잠수함을 공격할 때 사용되며 비교적 장거리를 이동한다.

◈산전수전 끝에 탄생한 중어뢰 ‘백상어’◈


‘백상어’. 1990년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개발에 착수해 1998년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국산 K-731 중어뢰의 별명이다.

지름 48.3cm, 길이 6m, 무게 1,100kg(탄두 370kg)에, 사정거리는 약 30km, 속도는 35노트(63km/h)다.

TNT 폭약 370kg과 맞먹는 강력한 파괴력도 갖추고 있다.

해군은 209급(장보고급) 잠수함과 함께 독일제 어뢰인 ‘수트(SUT)’를 도입해 사용했으나, 이를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백상어’를 개발했다.

수트는 잠수함에서 선으로 유도해줘야만 하는 유선 유도방식이었으나, 백상어는 적 함정 소리를 스스로 추적해 공격하는 첨단 능동형 음향 어뢰로 개발됐다.

하지만, 백상어는 전력화되기까지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2000년 실전배치되기 전 발사시험에서 3회 중 1회는 실패했고, 이로 인한 불량률이 22%에 이르렀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2003년 실시된 실사격 시험에서도 두 차례나 연거푸 실패하면서 전량 폐기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행히 정밀조사에서 결함의 원인이 밝혀졌고, 2004년 1, 2차 검증시험에서 표적을 완벽하게 명중시킴으로써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어뢰 국산화의 과정은 이처럼 험난했다.

◈바닷속 ‘식인상어’, 경(輕)어뢰 ‘청상어’◈


‘청상어’는 백상어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된 국산 K-745 경어뢰에 붙여진 이름이다.

상어 중 가장 빠르며, 수영하는 사람이나 작은 배를 공격하는 식인상어 대표종인 청상어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LIG 넥스원이 참여해 순수 국내 독자기술로 10여년에 걸쳐 개발했으며, 2005년부터 실전배치됐다.

현재 우리 해군이 운용 중인 초계함급 이상 함정과 헬리콥터, 해상초계기(P-3C) 등에서 발사가 가능하다.

직접 음파를 쏘아 목표물을 탐지하고 표적의 음파를 감지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표적탐지 소나와 이중선체 잠수함을 파괴하는 지향성 탄두, 소음이 적은 저소음 펌프제트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름 32cm, 길이 2.3m, 중량 280kg, 시속 45노트(83km/h), 항속거리 9km, 작전운용 심도 600m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어뢰, ‘홍상어’◈ 


물 속에서 쏘는 어뢰로 물 속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을 잡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물의 저항 때문에 어뢰가 빠른 속도를 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뢰보다 어뢰가 움직이면서 내는 소리가 더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잠수함이 어뢰 음(音)을 먼저 포착하게 된다.

이 같은 수중(水中)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하늘을 나는 어뢰’, 대잠로켓이다.

적 잠수함이 있는 곳까지 하늘로 날아간 뒤 낙하산을 펼치고 수면 아래로 침투해 어뢰처럼 타격을 가한다.

하늘을 나는데 사용하는 로켓엔진과 낙하산, 그리고 물속 항진을 위한 스크루까지 달아야 하기 때문에 덩치가 매우 크다.

따라서 함정에 설치된 수직발사관을 이용해 하늘로 쏴 올린다.

잠수함 잡는 미사일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7월 시험발사에서 목표물을 명중시키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진 ‘홍상어’가 바로 이 대잠로켓이다.

홍상어는 지름 38cm, 길이 5.7m, 무게 820kg, 사정거리는 20km다.

한국형 구축함(KDX-Ⅱ)와 세종대왕급 이지스함(KDX-Ⅲ)의 한국형 수직발사기에 장착돼 있다.

시험발사 실패로 구겨진 자존심을 하루 빨리 회복해, 우리 해군 최첨단 핵심전력으로서의 위용을 맘껏 뽐내기를 기대한다.

◈‘어뢰 3형제’의 뒤를 이을 차기 중어뢰 ‘범상어’◈

방위사업청은 ‘국산 어뢰 3형제’의 뒤를 이을 차기 중어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18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5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차기 중어뢰 사업안이 의결됐다.

차기 중어뢰 사업은 장보고-II · III 잠수함에 탑재해 원거리에서 적 수상함과 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는 중어뢰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차기 중어뢰가 실전배치되면 고속 · 고심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적 수상함과 잠수함에 대한 대응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12월부터 체계개발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며, 이 사업에 2017년까지 700여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차기 중어뢰 이름으로는 ‘범상어’가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CBS 김준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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