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일 토요일

박근혜의 오락가락, 언니는 못믿을 스타일


이글은 대자보 2012-08-31일자 기사 '박근혜의 오락가락, 언니는 못믿을 스타일'을 퍼왔습니다.
[정문순 칼럼] 반값 등록금 공약 새누리당 부정, 벌써 국민 뒤통수 치나

양초를 쥔 명박 오빠는 떫은 감을 씹은 표정이었다. 롱코트 차림에다 장갑 낀 손으로 비스듬히 초를 쥔 모습은 암만 봐도 언발란스였다. 데모를 해본지가 언제였던가. 촛불시위를 남이 할 때는 멋있게도 보였지만 실제로 해보니 팔이라도 저렸을 것이다. 오빠가 옆에 나란히 서있는 근혜 언니를 보았다면 어땠을까.  시위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어도 언니의 굳게 다문 입술에는 결연함이 배어나왔다. 언니는 개정 사학법이 전교조와 좌파에게 대한민국 교육을 갖다 바치는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떻게 지켜온 사학인데 너희들이 감히……. 한 자루 초가 제 몸을 태워 어둠을 몰아내듯이, 나도 몸을 바치는 기개를 보여주리라. 

2005년 겨울, 사학재단의 외부 이사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 사학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언니는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거리에 나섰다. 사학재단 운영에 외부 세력이 끼어드는 것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된다. 한나라당도 촛불시위를 할 줄 아느냐는 손가락질이 있었지만, 언니에게 사학은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을 대변하기도 했다. 

아버지와 신군부 덕분에 자리를 차지하여 재임 기간 자신과 측근의 사유화 의혹을 숱하게 불러일으켰던 영남대학교 이사장 전력의 언니로서는, 노무현 정부의 겁 없는 도전에 눈이 돌아갈 일이었다. 

국·공립대마저 등록금 인상이 자유로워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사학들은 등록금 고공비행의 짜릿함을 만끽하던 시절이었지만 사학법의 글자 한 자 고치는 것도 참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석 달 동안 언니가 한나라당의 국회 등원 거부를 주도한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제 몸을 기꺼이 희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십중팔구 여론 악화로 직결되는 등원 거부를 기꺼이 선택한 건, 나 죽고 너 죽자는 불퇴전의 각오가 아니고서는 감당하기 힘든 모험이었다.   그러나 결국 승리는 기독교와 수구 언론의 비호를 받은 언니의 차지였고, 노무현 정부는 사학법 개정에서 완패했다. 참여정부가 개방 이사제를 도입하여 사학 비리를 줄이려고 만들었던 애초의 개정 사학법은, 2007년 재개정 때 이사진의 전횡을 막을 수도 없게 누더기가 돼버렸다. 사학재단을 가로막을 자 아무도 없었다. 그 무서운 전두환 정권이 오히려 사학을 잡아, 사학이 찍소리도 못 내던 때는 역설적이기까지 했다. 

반값 등록금 논쟁으로 달아오르던 지난 해까지만 해도 언니는 흔들리지 않았다.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자고 학부모들 호주머니를 털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랬던 언니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일대 변신을 시도했다.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새누리당 반값 등록금 실현하겠습니다’라는 글귀를 붙인 단상에서 공표한 발언이었다. 대선 후보가 된 뒤로는 그동안 열심히 해주던 학부모 호주머니 걱정을 더 이상 안하게 되었는지 어리둥절하다. 

언니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깎겠다는 말일까, 아니면 정부가 등록금의 절반을 부담하겠다는 말일까. 등록금 ‘부담’을 줄이겠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뒤의 말일 가능성이 높다. 사학의 대변자로서 사학에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지는 못할 테니까. 이는 학부모 돈 대신 정부 재정으로 사학을 배불리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또 사학이 등록금을 무작정 계속 올릴 경우 반값이 무의미해진다는 건 왜 모를까. 반값 등록금 논의에는 등록금 상한제를 반드시 전제해야 한다는 것도 알까. 

언니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여도 허점투성이인데, 새누리당에선 언니가 반값 등록금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언니의 오락가락 널뛰기를 두고 당에서도 어리둥절했거나, 아니면 못 지킬 약속으로 봤는지 모르겠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반값 등록금을 턱 하니 내놓더니 나중에 가서 입 닦은 당의 전력을 생각하면, 그녀의 변덕도 이해 불가는 아니다. 선거 때 무슨 말을 못하겠느냐며 행여 국민에게 뒤통수 칠 생각일랑 꿈에도 하지 마시길. 

* 경남도민일보 8월 30일자 게재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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