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4일 월요일

[사설] 새누리당, 대선 투표시간 연장 못 할 이유 뭔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23일자 사설 '[사설] 새누리당, 대선 투표시간 연장 못 할 이유 뭔가'를 퍼왔습니다.

어제 다음 아고라의 첫 화면에는 ‘투표 좀 하자-투표시간 밤 10시까지 연장’이라는 제목의 이슈청원 글이 머리에 올라왔다. 9월20일 발의된 이 청원에는 3일 만에 무려 1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민주노총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세 대선 후보에게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모두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투표시간을 현행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2시간 연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한 반발이다.원래 여야 의원 7명이 참여한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일부 반대론이 나오긴 했지만, 다수 의원이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민주통합당의 김민기 의원이 “선거날이 공휴일이지만 그날 다 노는 사람이 많지 않다. 투표를 하려는 사람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법을 고쳐서 2시간, 3시간을 더 연장해줘야 한다”고 하자, 새누리당의 유승우 의원이 “지금 투표율이 떨어지는데 투표란 기본권이자 의무”라고 맞장구까지 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의결하려는 순간 소위 위원장인 새누리당의 고희선 의원이 당의 지침을 전달받고 처리를 무산시켰다.투표시간 연장론이 나오게 된 것은 대표성의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낮아지는 투표율 저하 현상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을 보면, 15대(1997년) 80.7%, 16대(2002년) 70.8%, 17대(2007년) 63%로 급격히 추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당선자가 유효투표의 과반을 얻는다 해도 전체 유권자의 30~40% 지지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는 말을 하기 어렵다.투표시간 연장은 투표율을 올리는 유력한 방안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최근 경제여건이 나빠지면서 양산된 자영업자, 서비스업 종사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규칙한 생활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 한국정치학회와 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6월 비정규직 노동자 84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투표 불참자 중 64.1%가 “투표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대답했다. 재보궐선거 투표시간이 오후 8시까지인 점과도 형평이 맞지 않는다.아직 새누리당은 왜 갑자기 투표시간 연장법안을 무산시켰는지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투표시간이 연장되어 투표율이 올라가면 새누리당에 불리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란 추측만 무성하다. 새누리당은 민주주의를 모욕하는 정당이란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투표시간 연장법안을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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