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0일 목요일

그래서 안철수, 단일화 한다는 거야? 안 한다는 거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20일자 기사 '그래서 안철수, 단일화 한다는 거야? 안 한다는 거야?'를 퍼왔습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안 원장은 19일 오후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국민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고 공식선언했다. 이로써 18대 대선은 일단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원장의 3파 구도로 잡혔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와 비등하거나 넘어선 파워를 지니고 있는 안철수 원장이 대선판에 정면 등장하면서, 20일 주요 조간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신문전체에 주요하게 다뤘다. 이날 언론들이 주목한 부분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이며, 일단 안 교수가 지금 당장 단일화논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비상이 걸렸다. 박 후보는 19일 지방일정도 미루고 정치쇄신특위에 참석했다. 최근 홍사덕, 송영선 등 친박라인 전현직 의원들의 잇다른 개인비리가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는 이 자리에서 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하는 요구했다.
다음은 20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안철수 “정치 혁신·국민 동의 있어야 단일화”)
국민일보 (‘정치 신인’ 안철수, 대권 링 오르다)
동아일보 (“단일화, 정치혁신-국민 동의 있어야 가능”)
서울신문 (“야권 단일화 유보”…대선 3자 대결구도)
세계일보 (“새정치 국민 열망 실천하겠다”)
조선일보 (대선출마 안철수 “지금 단일화 논의 부적절”)
중앙일보 (정치신인 안철수의 실험)
한겨레 (안철수 “시대의 숙제 감당하겠다” 대선 출마선언)
한국일보 (“현 시점서 단일화 논의 부적절”)

안철수, 단일화 한다? 안한다?

안 원장의 ‘정치개혁’의 구호와 함께 등장했다. 본인이 정치 신인인 만큼 기존 정치의 구태를 지적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선을 그은 것도 기존 정치권과 무관함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안 원장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언론은 가장 주목했다. 안 원장은 이날 단일화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의 단일화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말했고, 이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발언이다.

▲ 중앙일보 9월 20일자. 1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안 원장이 후보단일화를 배제했다고 쓴 언론은 없다. 경향신문은 5면 (독자행보 후 상황 볼 듯) 제하 기사에서 “당장 단일화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추후 민주통합당이 국민 요구에 맞춰 혁신한다면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안 후보가 단일화에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은 대선 출발점에 선 상태에서 단일화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되면 자신의 출마의지가 희석될지 모른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동아일보는 1면 (“단일화, 정치혁신-국민동의 있어야 가능”)제하 기사에서 “당분간 제3후보로서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독자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면서도 “그럼에도 안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에 따라 단일화 여부가 대선 정국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9월 20일자. 4면.

조선일보도 1면 (대선출마 안철수 “지금 단일화 논의 부적절”)제하 기사에서 “당분간 박근혜 후보, 문 후보, 안 원장 간의 3자 경쟁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야권 후보 단일화가 대선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일보만이 1면 (정치신인 안철수의 실험)제하 기사에서 “(후보단일화를 할지 안할지)두 가능성을 모두 담은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안철수가 기분 나쁜 언론들

이런 정치적 해석과는 별개로 안 원장의 등판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다소 싸늘한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35면 (안철수, 이제 국가경영의 답안지 내놓아야)제하 사설에서 “대통령 직은 최고경영자와 다르다”고 지적한 부분이나 “작년 9월 이후 안 후보가 국민의 이목을 끌면서도 신비주의 전략을 쓰는 바람에 담당 기자들은 ‘1년 동안 그의 샴푸냄새만 맡았다’고 푸념한다”고 지적한 부분 등이 그렇다.
조선일보도 39면 (‘안철수 새 정치’, 누구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제하 사설에서 “대통령은 국회에서 정권을 뒷받침할 정치 세력이 없으면 법안을 단 하나도 통과시킬 수 없고 자기가 원하는 국가 예산도 짤 수 없다”고 안 원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물론 “안 교수가 만에 하나 무당적 대통령도 정파를 초월한 지지를 끌어내면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현실 정치를 너무 모르는 것”이란 충고도 빼지 않았다.

▲ 조선일보 9월 20일자. 39면 사설.

중앙일보 역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38면 사설 (출마 선언한 안철수의 과제)제하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안 교수는 그동안 국민의 정치불신을 토양으로 장외로만 돌면서 높은 지지율을 즐기다 대선무대에 공식으로 올라섰다”고 표현했고, “무임승차의 안락함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31면 사설 (안철수 출마, 정정당당한 경쟁 시작하자)제하 기사에서 “다소 늦었지만 그래도 대선을 석달 앞둔 시점이어서 본격적 검증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은 벌어준 셈”이라고 환영했고, 국민일보도 (안철수 교수 출마선언은 했지만)제하 사설에서 “유력 후보가 장외를 떠돌면서 야기됐던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국민들은 보다 선명한 구도 안에서 차기 국가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쇄신대상 정치권, 일단은 환영

안 원장의 출마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일단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게 녹록치 않다. 경향신문은 (새누리 “정책대결 기대” 김종인 “모래 위 집짓기”…민주 “새 정치에 기여” 조국 “문·안 투 톱 체제”)제하 기사에서 “표면적으로 모두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속내에 따라 반응이 조금씩 달랐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새누리당에선 경계의 눈초리가, 민주당 입장에선 긴장의 표정이 엿 보인다”고 덧붙였다.

▲ 경향신문 9월 20일자. 6면.

박근혜 후보와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국민일보는 6면 (“예고됐던 일, 일단 지켜봐야”…새누리 대립각 자제)제하 기사에서 “새누리당은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은 예고하면서도 당장 대립각을 세우진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본선상대로 문 후보 보다 안 원장이 더 껄끄럽다고 여기고 있다”고도 전했다.
앞서 안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측에 ‘정책경쟁’과 ‘결과승복’을 주제로 한 3자 회동을 제안한 바 있다. 동아일보 4면 (박측 “만남 피할 이유 없지만 당장은 힘들 것”, 문측 “갑작스러운 느낌…취지 들어보고 판단)제하 기사에서 양 당이 기사 제목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박근혜는 노심초사

대선 라인업은 얼개를 갖췄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쪽에서는 연이은 악재가 터지고 있다. 측근인 홍사덕, 친박 계열 송영선 의원이 잇달아 추문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가 19일 정치쇄신특위에 일부러 참석한 것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정이 담겨있다.
서울신문은 6면 (바람 잘날 없는 박)제하 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잇단 측근들의 비리 연루 의혹에 단단히 뿔이 났다”며 “박 후보는 19일 지방 일정을 늦춰가며 측근 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하는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 참석해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강력한 대책은 주문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경향신문은 1면 (홍사덕 측 5000만원 받던 날 비서관 출신 제3 인물 동석)제하 기사에서 “홍사덕 전 의원이 중소기업 대표 진모 회장에게 5000만원을 받을 때 비서관을 지낸 인사가 동석했다는 진술이 나왔다”며 “돈 전달 과정에 제3의 인물이 개입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점차 진실이 드러나는 분위기다.

▲ 서울신문 9월 20일자. 6면.

한국일보는 1면 (친박 이재영 의원 정자법 위반 수사)제하 기사에서 또 다른 친박계 비리 혐의를 포착했다. 한국일보는 “이 의원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경기 지역 후원조직인 경기희망포럼 대표로, 경기도 의원을 지내고 지난 4.11총선에 당선됐다”며 “검찰은 지난 4월 초 선관위로부터 이 의원이 정자법 자료를 넘겨받아 5개월간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주변 단속’ 발등의 불이다)제하 사설에서 “터졌다 하면 친박”이라고 개탄했다. 동아일보는 “박 후보 주변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했는데, 친박 실세가 비리연루에 쉽게 노출되는 이른바 ‘사당화’ 시스템 문제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았다.

노사 타결 될 것 알고도, 조현오 왜?

지난 2009년 7월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경찰의 중재로 노사협상 타결이 임박했으나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이를 알고도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진압했다는 경찰 고위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한겨레는 1면 (“2009년 쌍용차 노사 타결 임박 알고도…조현오, 상부지시 무시한채 경찰력 투입”)제하 기사에서 익명의 제보자 말을 인용해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이)경찰력을 투입하지 말 것을 조 전 청장(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 수차례 경고했다”며 “(조 전 청장이)하도 말을 안들어 경찰청에서 경찰력을 투입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9월 20일자. 1면.

통합진보당 탈당파인 노회찬 의원, 조준호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19일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를 찾았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의 야권연대가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야권연대 새판짜기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가 1면 상단에 삼성이 절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삼성 “음주 악습 없애겠다”, 창사이래 최대 절주 캠패인)제하 기사에서 “삼성은 내부적으로 WHO가 정한, 한 자리에서 남자는 소주 7잔, 여자는 소주 5잔을 폭음기준으로 삼을 방침”이라고까지 보도했다.

▲ 조선일보 9월 20일자. 1면.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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