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0일 목요일

민주노총이 강의실 불법점거? 조선일보 왜곡보도 논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20일자 기사 '민주노총이 강의실 불법점거? 조선일보 왜곡보도 논란'을 퍼왔습니다.
홍대 청소경비 노조 사무실, “학교 측도 암묵적 동의했던 것”… 기사 나간 뒤 폐쇄 “교감 있었나”

조선일보가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임시 노조사무실을 ‘강의실 불법 점거’로 왜곡 보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해당 기사에선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었다. 또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당일 홍익대 측에서 노조사무실을 폐쇄한 점에 미뤄 사전에 양측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홍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홍익대는 보수언론을 활용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3일자 11면 (민노총, 대학강의실 7개월째 불법 점거) 기사에서 “이 공간(인문사회관 C동 831호)은 강의실 또는 교수 연구실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곳”이라며 “이 강의실은 약 4∼5년 전부터 학내 운동권 단체 소속 학생들이 무단으로 점거해 학생회실로 사용해오던 곳”이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홍익대 관계자 말을 인용, “학내 공간도 모자라는 상황에 멀쩡한 강의실을 외부 단체가 불법 점거하는 것은 수업권 침해”라고 밝혔다.

기사는 이어 “홍익대 총학생회도 ‘학내에서 민주노총 지부에서 강의실을 불법으로 점거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사가 나간 당일 낮 홍익대 총무과는 831호에 자물쇠를 채우고 공고를 붙여 “831호를 무단 사용하는 관계자들은 9월 15일까지 퇴거하라”고 알렸다. 이후 홍익대 측은 16일 공간 내 집기를 모두 가져갔다. 학생들의 책과 기타까지 빼갔다. 노조관계자는 이 사실을 18일에야 알았다. 

조선일보 9월 13일자 11면

조선일보 기사는 사실이었을까. 홍대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홍익대학생 모임인 ‘플라멩고’에서 활동 중인 서희강씨는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학생들은 20여 년 전부터 831호를 쓰기 시작했다. 831호는 처음부터 강의실이 아닌 창고였고 학생들이 이곳을 생활도서관으로 운영하다 2000년대 들어 학생자치단체가 회의를 하거나 학생들끼리 세미나를 하는 곳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홍익대 총무과는 강의실 또는 연구실로만 사용해야 하는 공간을 20년 가까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다 조선일보 기사가 나간 날 갑작스레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무단 점거”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학교 측이 용인한 ‘점거기간’이 너무 길다. 

기사에 쓰인 “외부단체 불법 점거”란 지적도 사실과 달랐다. 2011년 831호를 이용하던 홍대생들은 이곳을 홍익대 청소경비노조사무실로 쓰자고 합의했다. 사무실 사용의 주체는 학내 구성원인 청소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외부단체란 표현은 부적절하다. 만약 조선의 표현이 맞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업장에 민주노총이란 외부단체가 상주하는 셈이다. 

기사는 홍익대 총학생회가 ‘강의실 불법점거’에 불만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으나 이 역시 거짓이었다. 김아름 홍익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은 19일 기자와 만나 “조선일보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831호 공간 사용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이 많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이번 사건을 보수언론을 이용한 홍익대의 노조탄압으로 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홍익대분회는 18일 성명에서 “언론보도가 나가자마자 홍대측이 사무실에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일방적 퇴거 요구를 하는 등 기획된 노조 탄압이 드러났다. 홍익대는 보수언론을 활용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권태훈 서울경인지부 조직부장은 “831호를 노조 사무실로 쓰는 것에 학교 측도 암묵적인 동의를 하는 분위기였는데 조선일보 기사가 나가고 전광석화처럼 일이 진행됐다”며 양측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홍익대 총무과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관련 사실을 제보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19일 찾아간 홍익대 인문사회관 C동 831호.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를 지지하는 문구가 여러곳에 붙어있다. ⓒ정철운

19일 찾아간 인문사회관 C동 831호에는 청소경비노동자를 지지하는 문구가 여기저기 적혀있었다. 홍익대 미술대생 윤종묵씨는 “부디 (공간을) 잘 지켜서 학교를 위해 수고해주시는 분들이 계속 잘 이용하셨음 한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학생은 “근 2년간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홍익대는 고용주라는 이유만으로 악랄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내가 이런 학교의 일원이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홍익대학생 행동연합 ‘플라멩고’는 “이미 공간에 대한 협의가 있었고 학내에 빈 공간이 있다는 걸 알면서 불법점거라고 매도하지 말고 청소경비노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홍익대 청소노동자 A씨는 19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목요일 점심 먹고 올라와보니 문에 자물쇠가 잠겨있더라. 꿈 있는 학생들이 같이 쓰자고 해서 1년 가까이 써왔는데 학교의 이번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학교 측에 노조사무실 제공을 요청해왔으나 계속 거부당했다.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고려대분회, 경희대분회, 연세대분회, 이화여대분회의 경우 학교의 협조로 노조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홍익대학교는 지난해 1월 용역업체 재계약 시기를 악용해 학내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하며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학교측은 2억 8천 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청구했다 기각당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홍익대 분회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교섭권을 제약하려 한 용역업체의 퇴출 약속을 받고 86일 만에 농성을 끝낸 지 한 달 만에 일어났다.


한편 해당 기사를 쓴 권승준 조선일보 기자는 기사를 둘러싼 오보 논란에 대해 묻자 “경영기획실에 문의하라”며 취재를 거부했다. 권태훈 조직부장은 “곧 언론중재위에 정정 보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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