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0일 월요일

[사설]박근혜 후보의 ‘안철수 협박’ 인식 문제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7일자 사설 '[사설]박근혜 후보의 ‘안철수 협박’ 인식 문제있다'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어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대선 불출마 협박’ 논란과 관련해 “개인적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 이렇게 확대해석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문제의 대화를 한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과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를 두고는 “서로 오랜 친구라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전날에도 박 후보는 “(정 전 위원은) 압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위원 발언은 친구와의 개인적 대화 과정에서 나온 돌출행동일 뿐이고, 새누리당이나 박 후보 캠프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박 후보의 안이한 사태 인식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는 민주국가에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사안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친구 사이의 개인적 대화를 확대해석했다고 하는데, 가족 간 대화라 해도 듣는 사람이 위협을 느끼면 협박이 된다. 역지사지를 해보라. 만약 금 변호사가 정 전 위원에게 “박근혜 후보가 출마하면 폭로하겠다”며 몇 가지 의혹을 언급한다면 어떻겠는가. ‘개인적 대화’라며 가볍게 넘어갈 수 있겠는가. 박 후보가 정 전 위원을 두고 ‘압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규정한 부분도 문제다. 정 전 위원은 금 변호사의 폭로 전날 박 후보에게서 임명장을 받았다. 박 후보가 보기에는 아닐지 몰라도, 시민들이 보기엔 충분히 ‘힘있는’ 인물이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뒤늦게 심각성을 깨닫고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되풀이해왔다. 김형태·문대성 의원의 제수 성추행·논문 표절 사건 때도, 현기환 전 의원·현영희 의원의 돈 공천 파문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국민의 시선에서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 설사 정 전 위원 개인의 돌출행동이라 해도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직접 임명장을 준 선거참모가 물의를 빚은 만큼, 도의적 책임을 지고 안 원장에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 이후 진상조사를 통해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박 후보는 추석을 앞두고 일반 국민들과 만나는 민생행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현안은 나몰라라 하면서 국민의 삶을 살핀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유권자들은 시장에서 떡볶이 사 먹는 박 후보가 아니라, 안 원장 협박 의혹에 분명하고 솔직하게 대응하는 박 후보를 기대한다. 진짜 민생행보, 광폭행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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