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5일 화요일

8월 전기요금 폭탄, 주택용은 정말 억울하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25일자 기사 '8월 전기요금 폭탄, 주택용은 정말 억울하다'를 퍼왔습니다.
[게릴라칼럼] 주택용 평균 63% 폭등...누진제 개편 논의 시급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주택용 공급방식(고압, 저압)을 기준으로 한 구분 ⓒ 오마이뉴스

8월 가정용 전기요금 폭탄이 사실로 밝혀졌다. 한전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8월 가정용 주택사용량이 7월에 비해 25% 늘어났지만, 누진제와 요금 인상으로 인해 전기요금은 63.4%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가구당 평균 사용량은 전 달에 비해 59.3kWh 증가했으나, 가구당 평균 요금은 7월 2만7814원에서 4만5357원으로 1만 7543원이 올랐다. 이 자료에 따르면 4.5.6단계 누진제를 적용받는 가정이 47.2%에 달했고, 가장 높은 누진제를 적용받는 6단계 누진 대상도 총가구의 7.5%인 161만 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7월 41만 가구 1.9%에 비하면 4배나 폭증한 수치다. 특히 아파트에서는 5단계 누진 대상이 224만8773가구로 7월에 비해 174만2470가구가 늘어났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전달보다 크게 오른 요금을 부과 받았고, 특히 4.5.6단계 누진제를 적용 받은 47.2% 가구의 8월 전기요금은 폭탄수준이었다. 

전기 사용량 25%↑, 요금은 63.4% ↑ 

8월 전기요금이 부과되자 항의가 빗발쳤고 한전 홈페이지 전기요금 조회 기능이 다운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있다. 이에 한전은 9월 7일, 현행 누진제의 문제점을 일부 인정하며 6단계 11.7배에 이르는 현행 누진제를 3단계 3배 수준으로 2014년 이후 단계적 완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지식경제부는 올해 안에 누진제를 개편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한전이 내놓은 누진제 개편안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섰다. 현 정부에서 세 번이나 인상되었던 전기요금을 놓고 지식경제부가 한전이 내놓은 누진제 개편안 논의마저 거부한 것은 참 이해하기 힘든 처사가 아닐 수 없다.

▲ 7,8월 주택용 전기사용량 및 전기요금 ⓒ 오마이뉴스

한전의 누진제 개편안이 발표되자 많은 언론들은 오히려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서민층 보호와 전력 과소비 억제 및 전력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한전의 개편안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참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현행 100kWh 이하로 적용되는 누진제 1단계를 끌어 올리고 (2011년 가구별 평균 사용량은 240kWh임), 누진제 단계를 3단계로 낮춘다면 누진제 개편으로 저소득층 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는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주택용 전기수입의 총액을 보전하면서 누진제를 손보려고 하니 당연히 낮은 단계 누진 대상자의 요금인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한전의 누진제 개편 방안에서 저소득층 요금 인상이 걱정된다면, 흑백 TV와 소형 냉장고가 전부이던 20,30년 전 전기 사용량 기준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 누진제 완화 방안 자체를 시비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주장에는 함정이 또 있다. 정부는 누진제가 완화되면 일부 재벌처럼 일반인의 약 150배(월 3만4000kWh) 전기를 사용하면서 월 2400만원 전기요금을 내는 상위 1% 사람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누진제만큼 사회 정의를 반영하는 제도도 없는데 누진제가 완화되면 결국 상위 1%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 역시 앞뒤가 뒤바뀐 비약이다. 8월 전기사용량 및 전기요금 부과에서 보여주듯 4.5.6단계 누진 대상자는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깝다. 일반가구의 150배 전기를 쓰는 사람들, 누진제로 규제될 수 없을 뿐더러 이런 사람들 때문에라도 누진제가 현재대로 존치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인상된 산업용 전기요금이 꼼수인 이유 

올 여름 정부는 전력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절전 운동을 펼쳐왔다. 한전과 정부가 3개월 이상을 끌면서 전기 요금 인상안을 합의할 수 있었던 것도 전력 수요의 최대 피크 타임인 8월을 염두에 둔 것이라 볼 수 있다. 8월 6일부터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 2.7% 산업용 고압 6% 인상이 확정된 이후 이를 두고 경제계에서 가장 큰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으로 가장 큰 불만이 터져나와야 할 대상은 경제계가 아니라 누진제를 적용받는 국민들이다. 산업용 전력'을'을 적용받는 대규모 사업장은 6% 요금 인상이 있었다고 하지만, 24시간 중 10시간(23:00-09:00)은 주택용 누진 1단계 사용요금(kWh당 57.9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kWh당 48.2원-56.0원을 적용 받는다. 중간부하 시간대는 24시간 중 9시간. 요금은 주택용 누진 2단계 요금보다 적다. 가장 비싼 요금이 부과되는 시간은 5시간(11:00-12:00. 13:00-170:00) 그나마도 요금은 주택용 누진 3단계 사용요금(kWh당  179.4원)정도다. 

하루 24시간 중 19시간을 주택용 누진 2단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요금을 부과 받는 대규모 사업장들이 과연 불만을 쏟아낼 자격이 있을까? 그러나 이것도 7,8월 요금에만 적용될 뿐 봄가을이나 겨울은 더 저렴한 가격이 적용된다. 또 일요일은 24시간 가장 낮은 요금제를 적용 받는다. 여기에 더해 이번 개편안에는 9월부터 토요일에는 최대 요금 부과 시간을 없애고 중간부하 요금이 부과되는 '토요일 중간부하요금제'를 신설했다. 그러나 이는 대규모 사업장이나 대형마트 등 산업용 '을', 일반용 '을'에 적용될 뿐 영세 사업자나 자영업자가 쓰는 산업용 '갑' 일반용 '갑' 전기요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제도가 대형 사업장과 대형건물, 대형마트을 위한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8월 전기사용량 및 전기요금 점유비 비교 ⓒ 오마이뉴스

산업용 전기 요금에 대한 특혜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에 한전이나 정부는 오해라는 해명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특히, 주택용 전기요금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보조한다는 교차보조 논란이 여러차례 제기돼 왔지만 한전에서는 최근까지도 원가회수율이 상이하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주택용 8월 전기 사용량 및 전기요금 부과액을 보면 교차 보조 논란이 단순한 오해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일례로 산업용 '을'의 경우 전체 전력의 46.6%를 사용했지만 요금은 전체 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2% 밖에 되지 않는다. 주택용은 8% 정도의 전기를 사용했으나, 요금은 전체 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교차보조는 이 한가지 통계만으로도 충분히 주장될 수 있다. 요금을 사용량으로 나눠 얻은 kWh당 전기요금은 특히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kWh당 평균 118.7원이었던 8월 전기요금을 보자. 주택용은 kWh당 156.3원(주택용 고압)이 넘었고, 전체 전력의 46.6%를 사용했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107.6원(산업용 을)에 불과했다. 물론 원가회수율을 따지려면 이런 단순 비교가 아니라 여러 가지 조건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기요금 교차보조가 오해라는 해명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이러한 통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주택용 전기요금이 다른 전기요금과 비교하여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논란거리는 또 있다. 정부와 한전은 전력수급 대란을 막기 위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규모 사업장이나 건물에서 일정량의 전기를 줄일 경우 수요관리제도 지원금(절전 지원금)을 보조해 주고 있다. 

한전의 자료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 집권 시기인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수요관리제도 지원금으로 지급된 금액이 1958억에 이른다.(2008년 435억3000만 원, 2009년 274억3900만 원, 2010년 487억2800만 원, 2011년 761억8600만 원) 2012년 지원금 현황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YTN 보도에 의하면 그 규모가 4천억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한달 내내 써도 전기요금 5천원 온풍기? 

▲ 지난 7월 27일 한국전력거래소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한쪽에서는 징벌적 누진제를 적용하여 절전을 유도하고, 또 한쪽은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를 공급하고 절전 지원금까지 주어가며 절전을 유도하는 현실.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서민들에게 채찍을, 기업에게 당근을 내민다는 비난을 받기 충분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8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전기 요금 폭탄을 맞았다. 한전에서 발표한 누진제 완화 방침, 정부에서 물리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저소득층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작년 겨울. '한달 내내 써도 전기요금 5천원'이라는 광고에 기름값을 아끼려는 영세 노인들 상당수가 전기온풍기를 썼다가 누진제 폭탄을 맞았다. 수십만 원의 전기 요금에 과대광고라는 비난이 일고 사회 문제가 되자, 제조사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발뺌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고에는 산업용이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사용을 자제하라는 글귀가 보일 듯 안 보일 듯 첨가되었다. 

당시 전기온풍기 사용을 두고 생수를 사다가 세수하는 어리석은 일이라 표현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전기 온풍기 사용이 자제되려면 영세한 노인들에게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난방 대책이 있어야 한다. 또 한편으로 하루 종일 온풍기를 틀어 놓아도 한달 5천 원 나오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개선되어야 한다. 

누구는 5천 원, 누구에게는 수십만 원이 되는 전기요금. 다가오는 겨울, 기름값 걱정에 보일러 한번 켤 수 없는 사람들이 또다시 수십만 원 누진제 피해자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안호덕(minju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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