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5일 수요일

[조연희 칼럼]초등때 ‘폭력’, 고교 졸업 후 5년까지 기록 남기라고?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9-05일자 기사 '[조연희 칼럼]초등때 ‘폭력’, 고교 졸업 후 5년까지 기록 남기라고?'를 퍼왔습니다.

‘대한민국 교과부는 교육은 없다’

지난 8월 31일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교육청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성명서 제목이다. 또한 김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에 항의하는 의미로 200시간 비상근무를 선포했다. 김승환 전북 교육감과 민병희 강원 교육감도 교육청에 대한 교과부의 특별감사 강행 등 교육자치 훼손에 대하여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성명서를 통해 교과부의 지시에 따라 졸속으로 시행되는 학교폭력 가해학생 학생부 기재는 기본권 침해에 따른 헌법 위반 소지가 있고, 교육의 원칙에도 어긋난 대책이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장관의 지시나 부처의 훈령이 아니라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1천만 경기도민의 교육 책임자로서, 또한 한 사람의 교육자로서 고민하고 신중히 판단하여 집행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기에 교육감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주장이다.

ⓒ경기도교육청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국가인권위도 개선 권고하는 교과부의 학교폭력 기록 지침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생활기록부 기재 보류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경기도·전라북도·강원도 교육청에 대해 특별감사라는 무기를 들이대며 교육청과 일선 학교를 협박하고 있다. 해당 교육청을 직접 방문하여 관내 학교에 직접 전화를 걸고, 공문을 보내 생활기록부 기재를 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준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교과부의 이와 같은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교육 자치와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을 훼손하는 일이며, 권력을 악용한 반교육적 학교 폭력 2차 가해 행위이다. 헌법과 법령을 무시하고 인간의 기본권을 무차별적으로 침해하는 교과부의 행위가 1차적인 학교 폭력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8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정책권고’에서 교과부의 학교 폭력 대처 방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여 국무총리, 교과부 장관, 17개 시도교육감 등에 권고를 했다. 국가인권위는 권고문에서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해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에 ‘인권존중’을 포함하고 제9조에는 ‘학생의 기본적 인권’ 보장을 기술하도록 권고하였다. 또한 학생인권보장을 위해서는 조례차원의 법 개정을 넘어 학생 인권을 법률로 보장할 것을 주문했다. 교육 환경에 대하여도 언급하였는데, 과밀학급 해소와 행정 업무 경감, 집중이수제 재검토 등을 통해 교원들이 교육과 훈육에 전담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 것을 권고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에 대해서는 졸업 전 삭제 심의제도나 중간 삭제 제도 등을 두어 생활기록부 기록이 또 다른 인권 침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사생활 침해 예방, 개인 정보 최소 수집, 민감정보처리 제한 고려 등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정부를 교육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작성 방식을 개선할 것을 권고하였다. 

올 해 3월 교과부에서 징계 학생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지침을 발표하자, 전교조에서는 지난 3월 인권 침해를 우려해 인권위에 진정을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하여 지난 7월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및 관리 지침(교과부훈령)’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인권위의 권고안은 이런 문제 제기 등을 배경으로 나오게 되었다.

소년원 전과 기록은 위법, 단순폭력 경력은 기록해라?

그러나 교과부에서는 교육단체나 법률 단체,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로지 지침 관철에 혈안이 돼 초헌법적 지침을 일선 학교와 교육 기관에 보내고 있다. 교육의 정치 중립성과 자주성의 존재 이유가 이처럼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는 많지 않다. 교육적 판단 하에 생활기록부 기재 보류 입장을 밝힌 교육감과 학교장, 교사들의 결단에 대해 교과부는 그 이유의 타당성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교과부 장관이 당장 해야 할 일은 교육단체, 인권단체, 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구하고 자신들의 지침이 문제가 있을 경우 즉시 취소 결정을 하거나 최소한 보류 입장을 밝혀야한다. 

심지어 교과부 장관은 전국의 모든 학교 교사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지침도 내렸다. 교과부 장관은 학교 폭력으로 인한 소년원 경력 등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라는 지침을 지난 3월에 내렸는데 이는 분명 현행법 위반이다. 현행법은 소년의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면서도 소년의 미래를 위해 소년원 경력을 재판, 수사, 군사상 필요한 경우 이외의 조회에 응하지 못하게 되어 있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지침의 현행법 위반이 드러나자 교과부는 소년원 경력 등의 기록은 삭제하라는 공문을 다시 보냈다. 문제는 소년원 경력은 기록할 수 없도록 법에 되어 있기에 기록할 수 없지만,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징계 경력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여 고교 졸업 후 5년까지 보전하게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폭력에 단순 가담하여 서면 경고 등을 받은 경우에도 고교 졸업 후 5년이 지나야 기록이 삭제된다. 형평성이 어긋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지경이고,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반인권적인 행위를 학교 폭력을 없애기 위한 방안이라며 막무가내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승빈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들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강요·교육자치 훼손' 이주호 교과부장관 직권남용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일부 나라에서 학교 폭력 기록을 남기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그 사유가 위중한 경우에 한하고, 그나마 고교 졸업 전에 징계 사유가 삭제된다. 프랑스의 경우, 고교 졸업과 동시에 모든 징계 기록이 삭제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중국의 경우는 근신 기간이 끝나고 나서 해당 학생이 징계 기록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징계 기간 동안 재교육을 받는다거나 행동의 변화를 스스로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교육’이다. 캐나다의 경우는 기록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행 교과부 지침은 아주 경미한 일로 인하여 서면 경고를 받은 경우에도 삭제하지 않고 기록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폭력 학생’ 이라고 학생부에 기록하는 게 교육인가?

학교 폭력의 양상이 다양화되고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고,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교과부의 지침이 학교 폭력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그 해결 방법이 교육적인가와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는가이다. 법률로는 기본권 침해의 위헌 요소가 있다는 것이 국가인권위나 민변 등의 판단이 있고, 학교 폭력을 해결하는 문제는 그 근본 원인을 분석하여 사회 구조적 문제, 학교 문화의 개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적 방법 개선 등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한 학교 폭력 가해 학생에 대하여는 자신의 행동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에 대하여 알게 하고 진심으로 반성할 수 있는 방법이 교육적인 것이고, 그래서 학교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교과부 장관은 이제라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지침을 보류하고, 관련 기관과 학부모단체, 교사단체, 교육과 상담 전문가, 법률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가장 교육적인 방안으로 학교 폭력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교과부가 교육을 포기하고 정치 논리나 권력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 존재 이유 자체가 없다. 국가인권위에서 권고한 바대로 아동·청소년 인권법 제정과 인권친화적 학교 만들기를 위한 활동에 힘을 쏟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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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 교육희망네트워크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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