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파업 종료 후 57일째, MBC에는 무슨 일이?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12일자 기사 '파업 종료 후 57일째, MBC에는 무슨 일이?'를 퍼왔습니다.
노사간 갈등 격화, 표류하고 있는 MBC

MBC 노조가 170일간의 파업을 마무리하고 복귀했지만 MBC 상황은 여전히 호전되지 않고 있다. 방송사 시청률도 파업 전 8%대에서 현재 6%대로 떨어졌다.
파업 종료 후 57일 동안 MBC는 파업참가자들에 대해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연달아 내놓았다. 170일간의 노사 대립이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사측의 강경일변도 정책으로 노사간 화합을  통한 MBC 정상화는 더욱 멀어진 듯하다.
사측은 파업종료 선언이 있었던 날 밤 기습적으로 대규모 인사발령을 냈다. 이 인사발령으로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조합원은 자신의 부서와 전혀 상관없는 부서로 발령이 났다. MBC노조는 "(인사발령을 통해) 자신의 전문분야와 상관없는 업무에 배당되거나 사실상 할 일이 없어진 조합원이 4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태양식)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MBC사옥 앞에서 MBC의 영상부문 해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미디어스

MBC는 정직원이 2명뿐인 용인드라미아개발단에 정년을 다섯 달 앞둔 최고참 기자, 입사 30년이 넘은 민요전문PD, 미술부문 베테랑 부장, 10년차 라디오 PD, 사회부 기자, 영상취재기자, 스포츠 PD 등 9명을 발령했다.
보도부문 기자 26명은 용인드라미아개발단, 신사옥건설국, 경인지사, 사회공헌실, 글로벌사업국 등에 배치됐다. 또 스포츠국 조합원 8명 중 5명을 대기발령(1명), 용인드라미아개발단(4명)으로 보냈다. MBC 노조는 "올림픽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스포츠 전문 PD를 내쫒은 결과는 시청률 꼴찌라는 논리적 결과로 귀결됐다"고 전했다.
사내 구성원들을 불법사찰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MBC는 파업기간 중 보도국과 시사제작국 등 MBC 곳곳에 줌기능이 포함된 고해상도 CCTV를 설치했다. 또 MBC 노조는 지난 3일 "5월 중순경 사내망을 이용하는 컴퓨터에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사전 고지 없이 설치해 이메일, 메신저 대화내용 등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CCTV는 보도국과 시사제작국 구성원의 요구에 의해 설치됐으며 주된 목적은 시설보호 및 도난방지용"이고, "트로이컷 프로그램은 외부 좀비 PC에 의한 해킹방지와 내부 전산망에서 유출되는 자료 보안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해명했다.
MBC 시사프로그램도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7월 25일 MBC는 (피디수첩)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시사교양작가 900여 명은 대체 집필거부를 선언했다. (PD 수첩)은 당초 지난달 21일이나 28일에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었으나 대체 작가들을 구하지 못해 잠정중단 중인 상태다. 
피디수첩과 함께 MBC 대표 시사프로그램 중 하나인 (시사매거진 2580)도 담당 부장이 안철수 원장 아이템 중단을 통보하는 등 사전검열이 발생하고 있다.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은 기자들이 아이템 중단 통보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은 노조 골수당원이다’ ‘친북 종북 좌파 아니냐’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MBC 노조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원장과 여야 원내대표 면담을 요청했다. ⓒ미디어스

끝나지 않은 사측의 강공 드라이브


사측은 지난 11일 파업 종료 후 처음으로 조합원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11일 불방 사태와 관련해 3명의 PD가 정직 징계를 받았다. 사측은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노조는 “불방 책임을 제작진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또 김재철 사장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조합에 유출한 당사자로 지목된 회계부 소속 조합원 3명은 대기발령에 이어 1년간의 명령휴직을 받았다.


MBC 노조는 12일 노조특보에서 "명령휴직은 취업규칙 37조에 따라 대기발령을 받은 직원이 대기기간 만료 때까지 대기사유가 소멸되지 않은 때에 내릴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명령휴직을 받은 직원에게는 임금이 전혀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정직 6개월보다 훨씬 높은 중징계"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의 자택 등을 대상으로 6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될 정도로 혐의가 소명되지 않은 상태다.


MBC 노조 "9월말까지 해결 안 되면 다시 파업 돌입할 수도..."


MBC 노조는 오는 27일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리는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한 의견청취'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방문진은 지난 6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27일 정영하 MBC 노조 위원장과 김재철 MBC 사장을 불러 이야기를 듣기로 결정했다. 당초 MBC 노조는 지난 10일 하루 동안 연가투쟁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방문진 이사회 결과 나온 후 긴급대위원 회의로 대체했다.


MBC 노조는 대의원회의 결과 "향후 방문진 일정이 늦춰지거나 MBC 정상화에 대한 오판이 작동할 경우 7월 잠정 중단했던 총파업을 전면 재개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12일 MBC 특보를 통해 "노조가 다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전원 징계할 방침이라는 것을 11일 임원회의에서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승욱 기자  |  sigle0522@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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