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0일 월요일

[사설] 4대강 담합 처벌까지 청와대가 개입했다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9일자 사설 '[사설] 4대강 담합 처벌까지 청와대가 개입했다니'를 퍼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의 입찰담합 비리를 무더기로 적발하고도 신속히 처리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처리 시점 등을 청와대와 협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4대강 사업의 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해 총선·대선 등의 정치 일정까지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적인 권력 눈치 보기가 아닐 수 없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이 어제 공개한 공정위 내부 문서를 보면, 공정위는 2011년 2월15일 작성한 문서에서 “처리 시점 결정을 위해서는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 필요”라고 적시했다. 이 문서는 하루 전인 2월14일 작성된 문서의 수정본인데, 2월14일치 문서에는 “현재 심사보고서 작성 완료”라고 했던 것이 15일치에는 “심사보고서 작성 중”으로 바뀌었다. 김 의원은 “공정위 내부 윗선의 지시를 받지 않고서는 실무자가 이렇게 수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개입 의혹은 2009년 11월11일 이후 공정위의 관련 조사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도 뒷받침된다. 11일 당시 전임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이 “4대강 입찰담합 정황이 포착됐다”는 발언을 하자 박재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다음날 “정 위원장 발언은 와전된 것”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다음날 부랴부랴 긴급 해명자료를 내 정 위원장 발언을 스스로 뒤집었다. 청와대 압력으로 공정위 조사가 잠정 중단됐다는 것 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공정위 카르텔총괄과가 2011년 7월1일 작성한 내부 문서에는 “대선 이후 상정을 목표로 심사할 계획”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사건 처분 시효가 5년으로 2014년 9월까지인 만큼 올해의 총선·대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처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문서가 작성된 지 두달여 뒤인 같은해 9월22일 국회 답변에서 “4대강 공사 담합은 가급적 빨리 결론내겠다”고 하는 등 거짓 답변을 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총선 이후 조사를 재개해 6월 심의·의결했는데, 4·11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자 사건을 서둘러 졸속 처리했다는 의혹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김 의원의 이번 폭로는 공정위가 건설업체 담합 사건을 처리하면서 건설사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춰 최종 과징금을 80~85% 깎아줬다는 1차 폭로에 뒤이은 것이다. 김 의원 폭로는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휘로 권력기관들 내부에서 온갖 편법이 동원된 흔적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국회가 나서 국정조사 등을 통해 관련 의혹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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