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2일 토요일

"22분이나 돌아가셨는데…" 문재인 후보의 눈물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21일자 기사 '"22분이나 돌아가셨는데…" 문재인 후보의 눈물'을 퍼왔습니다.
[스케치] 와락센터 방문, 문재인 노동정책 진일보 분수령 될까?

“아직도 ‘오 필승 코리아’만 들으면 치가 떨려요.” 해고자 가족들과 포옹하는 문재인 후보를 바라보며 한일동 전 쌍용차 노조 사무국장이 쓰게 웃었다. “아주 징글징글해.”
악몽과도 같았던 2009년의 투쟁 당시, 쌍용차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들은 ‘오 필승 코리아’를 크게 틀고 공장에 갇힌 노동자들을 조롱했다. 노동자들을 ‘토끼몰이’로 무자비하게 진압한 사측과 정부는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의 무게를 더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22명의 목숨이 하릴없이 시들어갔다.
지난 21일, 쌍용자동차 해고자들과 그 가족들이 심리치유센터 ‘와락’(이하 와락센터)에 모였다. 그들이 생계도 잠시 내려놓고 기다리는 사람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21일 오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치유 공간인 평택 와락센터를 방문, 어려움을 호소하는 해고 노동자 가족들의 얘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문 후보와 함께 둘러앉아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해고자 가족들은 눈물을 쏟았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자리를 잠시 뜨는 이도 있었다. 침묵하던 가족들이 차츰 입을 뗐다.
“일주일 사이에 누군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세 번이나 들었습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요. 해고자 가족들은 여전히 투쟁이 끝난 시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삶과 죽음 사이를 넘나드는 상태입니다.”
해고자들의 한 섞인 증언은 계속됐다. 
“쌍용차 청문회에서 저희가 듣고 싶었던 말은 ‘생산대수가 늘어나고 있으니까 남편들을 복직시키겠다’는 말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사과를 받고 싶었어요. 잘못했다는 사과를.” 해고자의 아내는 울음을 참으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3000명 가까운 사람들을 발에 차이는 돌멩이마냥 함부로 대하고 짐승처럼 진압했던 일들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꼭 복직되지 않더라도 살기 편할 것 같아요. 위로도 되고.”
내내 침통한 표정을 짓던 문 후보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22분이나 돌아가셨는데 여전히…” 문 후보는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문재인의 눈물과 가능성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1일 오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치유 공간인 평택 와락센터를 방문, 어려움을 호소하는 해고 노동자 가족들의 얘기를 듣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후보는 이번 일정을 통해 ‘일자리 대통령’으로서 현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을 비판하고, 더불어 자신이 몸담았던 노무현 정부의 실책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2009년 쌍용차 사태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일어난 노동탄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청와대와 직접 담판을 지어 진압 작전을 강행했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는 기술 유출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인수시킨 참여정부의 책임도 무시할 수 만은 없다. 문재인 후보의 눈물이 더욱 각별해 보이는 이유다.
‘일자리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음에도 문재인 후보 노동 정책은 구체적 것을 제시하지 못하고 원론 수준에만 머물러 있었다. 17일 열린 일자리 간담회에서 문 후보가 주장한 노·사·정 대타협론은 원칙적으로 옳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는 법이 정한 노동3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대타협론은 결국 현실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것과 다음이 없다.
문 후보는 일자리 분야의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 목소리를 듣고 있다. 20일 문후보는 노량진 고시촌을 찾아 취업의 문 앞에서 공무원 시험에 열중하는 청년층을 격려했다. 쌍용차 해고자들을 만난 21일에는 “쌍용차 문제는 이번 정부에서 안 되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꼭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도 문 후보가 흘린 눈물은 그가 노동관을 새로이 전환할 계기를 마련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1일 오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치유 공간인 와락센터를 방문, 간담회를 가진 후 해고노동자 가족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다정 기자  |  songbird@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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