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4일 화요일

MB 겨눈 특검법 통과…MB, 거부권 행사할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03일자 기사 'MB 겨눈 특검법 통과…MB, 거부권 행사할까?'를 퍼왔습니다.
[분석] '특검법 통과'를 둘러싼 여야 '복잡한 셈법'은?

이명박 대통령이 연루된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관련 특검법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는 3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 매입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률안'을 재석 238인 중 찬성 146표, 반대 64표, 기권 28표로 가결시켰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대표 발의해 이날 통과된 특검법안에 명시된 수사 대상은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 관련된 배임 의혹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의혹 △수사과정에서 의혹과 관련돼 인지된 사안 등이다. 특별검사는 10년 이상 판사, 검사, 변호사 직에 있던 변호사 중 2명의 후보자를 사실상 민주당이 추천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이들 2인 중 1인을 임명해야 한다. 수사 기간은 30일이며, 1회에 한해 15일 연장할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은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다. 민주당은 즉각 특검 후보 추천 작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재석 의원 16인 중 찬성 8명, 반대 6명으로 특검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은 전원 찬성표를, 새누리당 소속 법사위원은 이날 불출석한 2명을 뺀 6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친박계인 이주영, 정갑윤 의원이 표결 직전 자리를 떴다. 이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반대표를 던졌을 경우 여야 각각 8표로 동수가 돼 부결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 씨가 본인의 명의로 구입한 내곡동 사저 부지 ⓒ연합

본회의 투표에 앞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수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이다. 이는 일반 검사 뿐 아니라 특별 검사에게도 똑같이 요구되는 가치다. 그러나 특검 추천을 특정 정당이 좌지우지한다면,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 한일전 축구 경기에서 일본팀이 심판을 지정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보라"고 위헌 소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권 의원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통합당에 추천권을 부여한 법안은 아전인수격"이라며 "정당을 떠나 하나의 헌법기관으로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말했다. '친이명박 직계'로 꼽히는 조해진 의원은 "특검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가, 특히 야당이 제한하는 것은 3권 분립에 위배되기 때문에 옳지 않은 법안이고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찬성 토론에서 "특검법의 내용은 여야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다. 지난 9번의 특검에서도 누가 특검을 추천할지, 어떤 것을 특검 대상으로 할지 모두 결정된 게 없었고, 입법권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번 특검은 대통령 당사자에 대한 특검이기 때문에 행정부에 대해 입법부가 있는 국회에서 특검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헌법학자 등 전문가에게도 위헌 여부를 확인했으나, 여야 합의에 의해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은 "오히려 야당이 추천한 특검에 의해, 이명박 대통령이 그 의혹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면, 이 특검이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표결 직전 자리 피한 '친박계' 2인은 왜?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을 청와대가 받을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청와대는 특검법 처리 직후 공식 입장을 내고 "내곡동 특검법의 법률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법안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지금 입장을 밝히기는 이르다"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이 눈에 띤다. 특히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특검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근거로 내세운 '위헌'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권 의원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이 대통령의 측근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서 권 의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특검법안을 위헌으로 판단해 민주당 추천 특별검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청와대와 야당은 전면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새누리당은 책임에서비교적 자유로워진다. "야당 추천 특검을 임명하도록 특검 법안에 합의해줬는데 청와대에서 거부한 것은 여당의 권한 밖 일"이라고 주장할 경우 야당에서도 딱히 반박할 거리가 없다. 내곡동 특검 공방과 관련해 청와대가 직접 야당을 상대하고, 여당은 대선준비를 착실히 할 수 있게 된다.

▲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100분동안 '비공개' 대회를 나눴다. ⓒ청와대

다만 전날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비공개 독대'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을 겨냥한 민감한 사안을 처리하기 하루 앞서 당사자들이 회동을 가진 것과 관련 "여야 합의에 따라 새누리당이 특검법안을 처리하고 이 대통령이 거부하는 모양새가 사전에 양해됐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법사위 처리 과정에서 기권을 한 이주영, 정갑윤 의원은 친박계다. 이 의원은 대선기획단장으로 박근혜 캠프 핵심 중의 핵심에 있는 인사다. 정갑윤 의원은 이날 법사위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첫 질의자로 나서 "특검법안에 위헌성이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시해놓고, 표결 직전에 자리를 떴다. 법안이 상정돼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도록 길을 터 준 셈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굉장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새누리당은 빠져나갈 수 있는 모양새가 된 것이 아닌가"라고 의아해했다.

반면 이 대통령이 민주당 추천 특별검사를 받아들일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BBK 특검'에 이어 두 번째 특검 대상이 된 것만으로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날 처리된 특검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공표되기까지 약 2주 간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최도술 이광재 비위 의혹 등과 관련한 특검법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며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했던 사례처럼,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는 2주 내에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녹색성장의 아버지' MB의 치적, 감사원 감사 대상으로

이명박 정부가 "한국이 주도한 최초의 국제 기구"로 홍보하며 이 대통령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웠던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Global Green Growth Institute)가 감사원 감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여야는 3일 본회의에서 GGGI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청구안을 의결했다.

GGGI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인 지난 2008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 성장'을 선언한 이후, 정부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기구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의 싱크탱크로 한국이 주도한 최초의 국제기구가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며 GGGI를 2010년 6월 비영리재단으로 출범시켰다.

올 10월에 설립 2년 만에 당시 국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53억6300만 원의 예비비로 설립되면서, '꼼수' 논란에 시달렸던 이 기구와 관련해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달 27일 "GGGI가 방만한 예산 운용과 사업집행부진, 회계 조작 등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GGGI의 지난해 예산 60억 원 중 37%인 연구비 22억 원은 11억원 밖에 집행되지 못했다. 반면 26억의 인건비와 4억 원의 임대료는 모두 사용했다. GGGI 소장과 부소장의 연봉은 각각 6억 원, 3억 원 이상이다. 게다가 주택보조금과 자녀교육비도 따로 지급된다. 홍 의원은 또 GGGI가 회계보고 자료를 조작하고, 국회에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 기구를 출범시킨 후 지난해 7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보고회에서 "세계가 나를 '녹색성장의 아버지'라고 부르더라"며 자화자찬을 했다. 그 주요 근거 중 하나인 GGGI가 오는 10월 국제 기구 공식 출범을 앞두고 감사원 감사를 받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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