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9일 수요일

KBS·MBC ‘박근혜 감싸기’ 나섰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8일자 기사 'KBS·MBC ‘박근혜 감싸기’ 나섰나'를 퍼왔습니다.

유신정권에서 8명이 사형당한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전하는 지난 11일 <한국방송>(KBS) 9시 뉴스 화면.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박 후보 인혁당 발언 ‘공방’에 초점
역사관 검증 뒷전…불공정 논란
대선 앞두고 여당 편향 보도 우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출마 여부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예고하는 등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언론 단체 등에서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의 대선 후보 관련 보도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하고 나섰다.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인혁당 발언’을 방송 3사가 첫날 메인 뉴스에서 다루지 않은 사례를 ‘검증 포기’로 규정했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혁당 사건에 대해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도 있었다”며 “최근에도 여러 증언들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감안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유신시대 ‘사법 살인’의 과오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태도는 자격 논란을 일으켰다. 민언련은 ‘방송 모니터’ 자료에서 “박 후보의 역사 인식을 둘러싼 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방송 3사는 10일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박 후보를 검증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신정권에서 8명이 사형당한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전하는 지난 12일 <문화방송>(MBC) 9시 뉴스 화면.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다음날인 11일 논란이 커지자 방송 3사 모두 보도를 했다. 한국방송은 이날 (뉴스9) 4번째 꼭지에서, 문화방송은 (뉴스데스크) 15번째 꼭지에서 “박 후보의 인혁당 관련 발언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희생자 가족들이 새누리당을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이 커진 12일, 한국방송의 경우 (뉴스9) 4번째 꼭지에서 새누리당의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앞세우고 리포트 중간에 인혁당 발언에 대한 새누리당의 혼선을 언급했다. 문화방송은 (뉴스데스크) 머리기사로 이를 보도했으나 역시 ‘당내 혼선’을 주제로 삼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에스비에스)(SBS) (8시뉴스)는 11·12일 인혁당 사건의 내용이나 희생자 가족들의 새누리당 항의 방문 사실을 함께 전했다.이희완 민언련 사무처장은 “공영방송의 역할은 단순히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의 역사관 등을 두루 검증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방송들이 검증은커녕 특정 후보 감싸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두 공영방송은 ‘안철수 불출마 협박’ 발언 논란과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등을 두고도 소극적 보도를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문화방송은 ‘불출마 협박’과 관련해 박 후보 캠프의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후배 검사에게 안 원장과 관련된 탐문을 했다고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2일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경선 승리 소식을 전하면서, 정 전 위원을 태운 택시기사의 증언이 공개됐고 그가 문제의 발언 당시 자가용을 몰았다는 주장을 번복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한국방송은 지난달 장준하 선생에 대한 리포트에서 기자가 쓴 초고에 있던 “박정희 독재정권”이라는 표현에서 ‘독재’가 빠진 게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논란이 됐다.정연우 세명대 교수(한국언론정보학회장)는 “방송들이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은 충분히 보도하지 않았고, ‘안 원장 협박 사건’도 ‘협박’이 중심이 아니라 안 원장에 대한 검증 혹은 (정 전 위원과의 통화 내용을 폭로한 금태섭 변호사라는) 친구 사이의 우정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가려고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렇게 의제를 세팅(설정)하는 방식, 혹은 프레임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교묘히 여당에 유리한 보도 태도가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편파성 논란에 대해 황용구 문화방송 보도국장은 “문화방송의 보도를 편파적이라고 지적하는 쪽 또한 특정 성향을 가진 언론이나 시민단체 아니냐”며 “어떤 날은 여당 쪽, 어떤 날은 야당 쪽의 보도가 더 많을 수 있는 것일 뿐, 공정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재 한국방송 보도국장은 ‘독재’라는 표현이 빠진 데 대해 “기사의 논조나 리포팅에 쓰는 단어들은 데스크와 기자의 협의를 통해 수정이 이뤄진다. 현장 기자들의 자율성을 크게 존중했고, 이에 대한 특별한 주목이나 문제제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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