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5일 수요일

비리·허위학력 전력자 간밤에 KBS 이사장 됐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05일자 기사 '비리·허위학력 전력자 간밤에 KBS 이사장 됐다'를 퍼왔습니다.
첫회의 9시간, 야당이사 전원퇴장 이길영 표결처리… 새노조 “KBS에 한 발자국도 안 들일 것”

비리의혹과 허위학력 기재 사실이 드러난 이길영 KBS 이사가 새 이사진으로 처음 열린 KBS 이사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임돼 파문이 일고 있다.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당추천 이사들(11명 가운데 7명)이 다수의 힘으로 표결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이사 4명은 모두 퇴장해 KBS 이사회는 첫 회의부터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이번에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길영 KBS 이사는 과거 공개됐던 대구한방산업진흥원장 시절 친구 아들을 부정 채용해 감사원의 징계를 받은 것 뿐 아니라 최근 국회를 통해 자신이 다니지도 않은 국민대학교를 졸업했다고 각종 이력서에 허위기재한 사실이 잇달아 밝혀졌다. 이 이사장은 국민산업학교를 나왔다. 이 학교는 국민대가 인수한 중앙농림학교가 교명을 바꾼 곳으로 대학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던 곳이다.
이 때문에 누구보다 도덕성을 지녀야할 공영방송 KBS 이사장 자리에 비리·학력조작 전력자가 자리에 앉게 됐다. 이번 이길영 이사장 선임으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이어 양대 공영방송의 감독기관 수장이 모두 비리·부정의혹 인사로 채워졌다.

이길영 신임 KBS 이사장이 지난 2007년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장 후보에 응모하기 위해 제출한 이력서. ⓒ최민희 의원

또한 이길영 이사장은 전두환·노태우 등 독재정권 시절 보도국장·보도본부장을 하면서 KBS가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도록 만든 장본인 가운데 한 명이어서 향후 KBS는 또다시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BS 새노조는 “이 이사장을 한발도 KBS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겠다”며 결사투쟁 의지를 밝혔다.
KBS 이사회는 4일 오후 4시부터 5일 새벽 1시까지 9시간 가까운 마라톤 회의를 거듭했으나 여당 추천 이사들이 표결처리를 강행하려 하자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여당 이사들 만으로 이사장 선임안을 단독 처리했다. 김덕기 KBS 이사회 사무국장은 “표결결과 이길영 이사장으로 선출됐다”고 확인했다.
야당 추천 이사인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5일 새벽 “이 이사의 국민대 허위학력 기재에 대해 야당 추천 이사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사회 차원의 최소한의 노력이 있어야 하며, 8시간 논의로 충분치 않다’며 이사장 선임을 미루자고 했다”며 “그러나 여당 추천 이사들은 이 이사의 소명이면 충분하다며 막무가내로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해 퇴장했다”고 전했다.
조 이사는 특히 “국민산업학교가 대학 학력으로 인정되기 시작한 1991년 이전까지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이사는 학력을 변조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조사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야당추천 이사들은 이길영 이사가 하루 이틀 중으로 국민대 등으로부터 관련자료를 받아 내겠으니 일단 이사장을 선임해놓자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길영 KBS 이사가 지난 1986년 4월 전두환 전 대통령 유럽 순방귀국 당일 KBS 중계방송 대담에 출연해 성과를 주장하고 있다.

남철우 KBS 새노조 홍보국장은 “수많은 의혹과 부정, 거짓으로 얼룩진 이길영씨에 대해 여당 이사들 단독으로 야밤에 ‘날치기’ 한 것은 KBS의 미래에 죽음을 선고한 것”이라며 “이길영을 이사장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KBS에 한 발자욱도 내디딜 수 없도록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은 5일 열리는 국회 문방위에서 이길영 KBS 이사장 선임 문제를 집중 성토하면서 본인의 자진사퇴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길영 이사장의 1973년 이전의 문공부(현 문화체육관광부) 근무자료에 기재된 학력란을 보면 이 이사장은 ‘국민대 농업경영과’(1969. 8~1971. 2)를 다녔다고 돼있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도 3일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07년 이길영 이사의 당시 원장 응모 이력서를 통해 이 이사장이 국민대학교 농경영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기재해 학력조작이 사실로 밝혀졌다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배재정 의원도 4일 이 이사가 지난 1993년 중앙대 대학원 지원서에 작성한 학력란에 역시 국민대 농업경영학과로 기재된 사실을 공개해 학력위조라고 성토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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