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5일 토요일

인혁당 사건이 뭔지 알기힘든 KBS MBC 뉴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4일자 기사 '인혁당 사건이 뭔지 알기힘든 KBS MBC 뉴스'를 퍼왔습니다.
[기자칼럼] 유족 목소리도 외면…“박근혜 민주주의 신념 묻지 않는 공중파 방송”

‘인혁당 사건의 판결은 두 개 이며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KBS MBC 등 공중파 방송에서는 이 발언이 왜 문제인지, 인혁당 사건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방송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 11일. 그는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에도 여러 증언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다 감안해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이런 발언을 고문과 조작으로 사형을 언도해 24시간 만에 억울하게 죽음을 맞은 이들의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일 뿐 아니라 대선 후보로서 민주주의를 파괴한 정치체제를 미화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KBS와 MBC의 뉴스를 보면 박근혜 후보의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 사건이 무슨 사건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KBS는 11일 (뉴스9)에서 “유신 독재정권에 맞선 사람들에게 사형을 집행했으나 사건 이후 33년 만에 무죄가 선고된 인혁당 사건이 대선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인혁당 사건은 대법원 판결이 두가지라고 말했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오늘도 이 사건은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KBS는 이후 유신미화행위를 중단하라는 야당 반응과 민생 문제가 시급한데 과거 이야기만 하고 있다, 다들 배가 불렀다는 여권(이한구 원내대표)의 반응을 나열했다.
MBC도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부시절 두 차례에 걸쳐 인민혁명당 조직을 적발한 사건으로 지난 74년 2차 때엔 8명이 사형 당했으며 2007년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만 언급했을 뿐 왜 33년이 지난 뒤에야 무죄 판결이 났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2007년 법원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당한 8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로 선고한 핵심적인 이유는 “당시 진술은 고문, 구타 협박으로 허위 자백을 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었다.
유신독재 정권이 조작으로 유죄를 만들어 사형집행을 한 전형적인 국가범죄라는 뜻이다. 박근혜 후보는 고문·구타·협박으로 허위자백을 받아 사형집행한 판결과 이것이 잘못된 판결이라는 재심 판결 두가지가 존재한다는 섬뜩한 주장을 편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민주주의에 대한 위험한 인식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선 후보의 발언에 대해 KBS와 MBC는 검증은 커녕 당시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사건의 본질에 대해 전혀 짚으려 하지 않은 채 정치권의 공방으로 핵심을 비껴갔다.

지난 11일 밤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지난 11일 저녁 방송된 SBS <8>

다만, SBS는 이날 (8뉴스) ‘박근혜 역사인식 논란’에서 “유신시대 공안 조작 사건으로 결론 나서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법원이 상반된 판결을 내린 거라고 말한 게 정치권의 논란을 불러왔다”며 당시 사건을 영상과 함께 간략히 재구성해 KBS MBC와 차이를 보였다.
SBS는 “지난 1974년 당시 중앙정보부는 유신 반대 투쟁을 벌인 민청학련의 배후 조종 세력으로 북한의 지령을 받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며 “8명에게 사형이 선고됐고, 재판이 끝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형이 집행됐다”고 전했다. SBS는 “지난 2007년 법원은 재심을 통해 사형당한 8명에게 무죄를 선고해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이튿날인 12일 방송3사는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이 박근혜 후보 발언을 사과했으나 정작 박 후보는 그런 얘기한 적이 없다는 여권 내부의 혼선을 보도했다. 특히 이날 오후엔 사형당한 8명의 희생자 유족들이 새누리당 앞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을 욕보였다며 박근혜 후보의 사죄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유족들의 새누리당 항의방문 소식 역시 SBS만이 영상과 약 30초 동안의 리포트로 방송했을 뿐 MBC는 영상만 4~5초 잠깐 보여준 것이 전부였다. 유족들의 비판과 절규에 대해 KBS는 단 한 컷의 영상도 없었다. KBS 뉴스에선 내내 박 후보를 중심으로한 동선만이 방송됐다.
13일엔 박 후보가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얘기를 전부터 많이했다, 지금도 연장선상에서 같은 얘기”, “유족이 원하면 찾아뵙겠다”라고 한 말이 방송3사 주요 뉴스가 됐다.

지난 12일 저녁 방송된 SBS <8>

그러나 방송 3사는 박 후보가 유족들에게 위로와 사과를 한다면서도 ‘판결은 두 개이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점이나, 유족을 만나겠다는 말에 대해 유족들이 박 후보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히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뉴스에 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최경영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실위원(KBS 기자)은 14일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은 대선 후보의 민주주의 가치에 관한 인식과 신념에 대한 의심을 낳은 사건인데도 민주주의 사회의 언론이 당사자에게 따져묻지 않는다”며 “대변인 멘트가 맞네 틀리네 혼선이 있다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이 문제가 됐으면,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33년 만에 왜 무죄 판결이 나왔는지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줘야 한다”며 “어떻게 조작됐는지에 대해 방송 뉴스에선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여야 공방만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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