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5일 토요일

국회에서 쫓겨난 이화의료원 노동자들, “우리가 테러리스트냐”


이글은미디어오늘 2012-09-14일자 기사 '국회에서 쫓겨난 이화의료원 노동자들, “우리가 테러리스트냐”'를 퍼왔습니다.
국회사무처, 경내출입 금지 요청… “파업중 노동자들, 소란 우려돼 출입 불허”

14일로 파업 10일차를 맞은 이화의료원 노조 조합원 140여명이 박원석 의원실을 통해 국회견학을 신청했지만 당일 국회사무처로부터 거절당했다. 이들은 국회 내 건물은 물론 경내에도 발을 딛지 못했다. 국회사무처는 “파업 중인 노조원들이 집단으로 국회 경내에 출입하면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출입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사무처는 특히 이화의료원 노조 조합원들이 ‘소란’을 피울 수 있다며 영등포경찰서에 경찰병력협조 요청을 하기도 했다. 국회 사무처의 파업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 모습이다. 사무처는 공문에서 “노조원들의 진입을 차단하고 진입강행·난동행위 시 해산 및 연행”할 것을 요청했다.

박원석 의원은 이에 오후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의 정상적 의정활동을 방해했을 뿐 아니라 헌법상 정당한 노동기본권을 차별했고, 자의적 기준으로 국민 누구에게나 개방된 국회를 파업 노동자이란 이유로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 측은 앞서 지난 12일 견학신청을 했으며, 불가통보를 받은 것은 14일 오전이라고 밝혔다.

▲ 국회사무처가 영등포경찰서에 보낸 공문 ©박원석 의원실

박 의원은 “국회 헌정기념관을 방문하고 본회의장을 둘러보고, 의원동산에서 의원과 간담회를 하는 일정이 전부”라며 “처음에 문제제기도 없었는데, 갑자기 불허를 통보했고 이에 다시 윤원중 국회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총장이 관련 실무부서에 지시하겠다고 해서 통화를 마치고 나서도 무려 1시간이 흘렀고 결국 집단적 형태의 소란이 우려된다며 최종 불허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19대 국회가 개원할 때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겠다고 선서했는데, 오늘 사무처의 행태는 국회가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닌 사무처만을 위한 국회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 의정활동을 가로막으면서 헌법상 보장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노조원들에게 근거 없는 기준 내세운 것은 결코 용납 못한다”고 말했다.

정진후 의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경내 출입마저 차단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했다”며 “단지 파업 중인 노동자라는 이유로 경내출입을 봉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힘없고 약한 노동자들이 기댈 곳은 법뿐이라는 점에서, 오늘 사무처의 행태는 노동자에 대한 무시이자 노동자에 대한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회관 식당에 예약까지 다 해놨다”며 허탈해했다.

▲ 파업중인 이화의료원 노동자들 ©연합뉴스

임미경 보건의료노조 이화의료원지부 지부장은 “오늘 국회 밖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대한민국 노동자로 살기로 어렵구나, 서민을 위하고 노동자 위한다는 국회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현실을 깨달았다”며 “이화여대 병원은 여성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모성보호법을 지키지 않고 직장보육시설 없으며, 식당의 질 개선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임 지부장은 이어 “노동자란 이유만으로 국회 앞에서 경찰에게 출입을 저지당했다”며 “우리를 테러집단 보듯 쫓아내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가 죄인 취급을 받고 죽어가는 이 땅의 현실이 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 이경우 방문계장은 “경호과 쪽에서 (방문)단체가 파업 중이고 정기국회 회기 중이기 때문에 시위가 있었을 경우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내규 8조에 의해 (출입을)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파업노동자들을 잠정적 범죄자로 본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과거에 선례가 있었고, 실제 시위가 벌어지면 우리가 막을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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