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8일 화요일

홈플러스 함부로 건드렸다 국제재판소로?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9-17일자 기사 '홈플러스 함부로 건드렸다 국제재판소로?'를 퍼왔습니다.
경제민주화의 거울 (2) 홈플러스-1

홈플러스. 국내 대형할인점 중 최대 규모의 매출을 자랑하는데다가 고객감동브랜드지수(K-CSBI)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전국 145개의 매장을 가진 이마트보다 15개 적은 130개의 매장만으로 이같은 기록을 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더군다나 성장동력도 상당하다. 홈플러스는 1999년 설립이래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동네에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만드는가 하면, 신라호텔과 공동투자로 건설한 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블랑제리'를 만들었다. 또 '반값' 열풍에 따라 발생한 소셜커머스 'D-DOWN'까지 열어 지난 8월 중순까지 44만 4,800여 장을 판매해 2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고, 최근 KT와 연계해 통신사 'MVNO'를 선보일 예정이다.

▲ 2012년 7월 13일 홈플러스 분기보고서

홈플러스의 짱짱한 기록 뒤에는 다소 듣기에 불미스러운 기록도 있다. 바로 중소상인·자영업자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간 가장 많이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 1위다.
중소기업청의 'SSM 사업조정 현황'에 따르면, 2009년 2010년 7월 30일까지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한 382건 중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총 점포수 268개)에 대한 신청이 172건이다. 전체의 약 50여 개로 SSM 업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롯데슈퍼(점포 330개, 사업조정 90건)보다 많다. 수도권에선 롯데슈퍼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훨씬 더 많다.

▲ 홈플러스가 지역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합정점 오픈을 연기한 2일 오전 입점이 예정된 메세나폴리스 앞에 상인들이 걸어둔 반대 현수막이 보이고 있다. 2012.9.2/뉴스1
특히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입점을 두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경기 고양시 일산동구·경기 수원시 권선구 등에서 지역 중소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중 합정동은 재래시장 망원시장의 반경 2.3km 안에 홈플러스 대형마트가 2곳, SSM이 3개다. 그렇기에 이 지역에서 중소 상인들은 홈플러스 불매운동과 입점 반대 서명운동,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황.
앞서 서울시에선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을 중심으로 특정날짜에 강제 휴일을 제정한다든가 24시간 업무를 할 수 없게 하는 등의 대형마트·SSM 규제 조례를 선포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는 "명백히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행위"라면서 강하게 반발했고, 법적 소송으로 이 조례를 무마시키기도 했다.
결국,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44년 전통의 대림시장은 지난달 문을 닫았다. 대림시장 마한헌 상인회장은 지난달 8월 20일 YTN 과의 인터뷰에서 "폐업은 주위에 대형마트들이 많이 생겨서 매출액이 극도로 삭감됐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면서 "이마트, 홈플러스도 오래됐고, 최근에는 GS까지 들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분쟁지역인 고양 일산터미널점에선 중소기업청의 권고까지 무시하면서 영업을 시작하기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소기업청은 21일 고양 일산터미널점에서 영업을 시작한 홈플러스측에 고양 슈퍼마켓 협동조합이 사업조정을 신청함에 따라 사업을 정지하라고 권고했지만, 무시하고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신규출점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상인 단체의 조정신청이 있으면, 중소기업청은 점포의 영업개시를 일시 정지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고 적시됐으나 무시한 셈이다.
중소기업청 측이 법적 근거는 없지만, 명령·권고의 권한이 있기에 업계에선 다소 이례적인 사건이다.
당시 홈플러스측은 "영업 개시 하루 전날 중소기업청에서 일시정지 권고가 와 손실을 막기 위해 영업을 중단시킬 수 없었다"라고 해명했지만,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법적 문제점만 없으면 예정된 사업 진행 일정을 강행해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며 외국계 기업의 횡포라고 꼬집었다.

▲ 2012년 7월 13일 홈플러스 분기보고서

실제로 지난 1999년 5월 삼성물산이 영국계 테스코(THB.H)와 50대 50으로 합작 투자해 삼성테스코를 설립해 운영하던 중, 지난 2011년 7월 1일부로 모든 지분을 테스코 측에 넘겼다. 결국, 100%의 지분은 테스코 측이 가진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론스타와 같은 사례로 비추어봤을 때, 함부로 접근했다가 국제재판소로 가는 사태가 날 수 있기에 정부기관에서도 움직임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홈플러스측은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은 해당 조례가 원하는 '상생'을 오히려 방해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지난 13일 와의 인터뷰에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나라를 잘살게 하겠다는 애국심에서 비롯했는지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협의기구도 없이 무조건 법을 만들어 밀어붙이는 방식의 영업 규제는 문제가 있다"며 오히려 전통시장을 살리겠단 의지며 시행한 조례 개정이 반서민적이라는 것이다.
이어 "SSM이 기존 슈퍼마켓보다 2∼5배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며 기존 슈퍼마켓·전통시장 등 자영업자보다 고용률이 높다고 강조했고, 이밖에도 △ 대형마트가 태풍피해로 낙과(落果)나 버려진 배추를 팔아준다는 점, △ 가격도 전통시장보다 저렴하다는 점 등이 서민적인 요소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경영운동' 기자 간담회에서도 "(대형마트 규제) 정책이 진정 골목상권과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사회주의, 공산주의에서도 없는 정책"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수많은 여론도 이같은 의견에 동의한다. 특히 가장 큰 화제는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를 규제한다면 수많은 직원이 길거리로 쫓겨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정작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직원이 안정적인 직원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지난 7월 22일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앞에서 열린 '대형유통기업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70%가 비정규직"이라며 "쉽고 구하고 편하게 자를 수 있는 일자리들만 양산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대형마트 중 대다수 업체는 비정규직을 채용한다. 특히 홈플러스는 '실버채용'을 많이 하는 편인데, 기존 사원의 정년을 60세다. 이와 함께 임금피크제를 활용하는데, 일정 나이가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중장년층을 고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꾸어 말하면 고령의 노동자를 저렴한 임금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도 없지 않다.
그런가 하면, 대다수의 대형마트 직원들이 겪는 △오랜 시간 서서 일함으로 발생하는 하지정맥류 △ 중량물을 취급해 생긴 근골격계질환 △교체 인원이 부족해 화장실도 쉽사리 가지 못해 발생하는 방광염 등의 직업병이 산재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전통시장은 1,695곳으로 지난 7년 전보다 178곳이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 홈플러스 <윤리행동규범> 중 '지역사회가치'

홈플러스의 '큰바위 얼굴의 꿈'(운영방침)에 따르면, "지역사회 기여 등의 사회 가치를 실현해야 합니다"라고 밝혔으며, '윤리행동규범' 상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도와준다"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위 업체의 관점에서 자영업자나 전통시장 내 소상공인을 두고 '어느정도 돈이 있기에 가게까지 운영하는 자'라고 평가하는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형 대기업'답게 문어발식 확장을 해 나가면서 수많은 점포를 이끌고 이른바 '상생 운영'을 외치는 사이, 사회 곳곳에선 수십년간 자신의 생계를 꾸려온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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