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4일 금요일

"'청와대 외압 있었다'고 말하면 범죄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13일자 기사 '"'청와대 외압 있었다'고 말하면 범죄인가?"'를 퍼왔습니다.

"청와대 외압이 있고 나서 사실상 해고당했다"는 주장이 회사 CEO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을까? 검찰은 12일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을 지내다가 사실상 해고당한 신대식 전 감사실장에게 '청와대 인사 외압설'을 제기해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사장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서울지방법원 형사 17부는 다음달 5일 이 사건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신 전 실장은 12일 최후 진술에서 "2010년 8월 23일 국회 이재오 특임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고 '(남상태 전 사장의) 비자금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분명히 증언하였음에도 이를 기화로 남상태는 언론이 취재해서 보도한 모든 내용을 아무런 증거 없이 마치 제가 취재원으로 제보한 것처럼 뒤집어 씌웠다"며 "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어떠한 잘못도 없이 강제 해직을 당하였음은 사실이고, 강제해직에 이르는 과정에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 따라서 (청와대 외압이 없었다는) 검찰의 공소 내용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 전 실장은 "저의 퇴사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만 하더라도 수십명에 달한다. 단지 침묵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들이 침묵한다고 존재하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거짓 주장이 참으로 바뀌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실대로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라고 한마디 하면 범죄행위가 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대식 사건'은 무엇인가?

신 전 실장이 해고당한 2008년은 '청와대발(發) 낙하산'이 공기업에 대거 투하되던 시기다.

신 전 실장에 따르면 그는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8년 9월 3일 감사실 폐지와 함께 대기발령이 났다. 사실상 '해고'에 준하는 조치였다. 그는 앞서 8월 27일 김종배 산업은행 전 부총재로부터 "청와대에서 대우조선해양에 근무 중인 외부 영입인사 3명을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하라. 그러면 청와대 측 사람을 보내겠다는 취지의 지침이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이후 신 전 실장은 여권의 유력 인사인 A 의원에게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A 의원 측은 "좀 알아보니 정권이 바뀌고 정부 차원에서 물갈이 내지 인사 순환을 해야 한다는 큰 흐름이 있어 어쩔 수 없는 것 같더라. 퇴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후 10월 1일, 정하걸 전 재경포항향우회 사무총장, 오동섭 전 이재오 특임장관 특보, 함영태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 등 3명의 '여권 인사'들이 대우조선해양 고문으로 들어왔다.

관련해 남상태 전 사장의 증언은 주목할만 하다. 그는 8월 17일 증언석에 나와 "청와대 측과 인사와 관련해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 기억에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3명의 고문이 추천 받은 사람 중에) 선출직 공무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기가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여권 선출직 인사의 추천을 받아 3인의 고문을 영입했다는 것이다.

이후 2년이 넘는 법정 싸움 끝에 신 전 실장은 대법원에서 "해고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문을 받아들었다. 신 전 실장 해고가 부당 해고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막대한 소송 비용을 떠 안은 후였다. 그 사이에 민주통합당 강기정 의원은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2008년, 2009년 '대우조선해양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다. 검찰은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종결했지만, 이후 검찰이 남 전 사장의 금품 수수 정황을 발견했었음에도 수사를 종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봐주기 수사' 의혹도 일었다.

남 전 사장 측은 각종 비자금 의혹 제기 등과 관련해 신 전 실장을 '배후'로 지목하고 민형사 사상으로 4건의 소송을 더 걸었다. 두 건의 형사 소송은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냈지만 남 전 사장 측은 항고를 한 상태다. 1건의 민사사건에서도 신 전 실장은 승소했지만 남 전 사장 측은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무혐의, 패소 결론이 나왔음에도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 전 실장은 이와 관련해 "남 사장의 부당한 거래 의혹을 지적한 적은 있지만 비자금 의혹은 제기한 적이 없다. 근거 없이 힘 없는 사람을 걸고 넘어가는 전형적인 '괴롭히기'식 소송"이라고 말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산업은행 '자회사'로 사실상 공기업에 가까운 대우조선해양이 감사실을 일방적으로 폐지한 것 역시 논란거리다.

재판 자체의 쟁점은 대우조선해양 고문 임명과 관련된 '청와대 인사 외압' 의혹 제기가 과연 남상태 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초 '낙하산 부대'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공기업 등에 부당한 인사 외압을 행사한 적이 있는지 등의 문제도 관심을 끈다.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았던, 남 전 사장을 둘러싼 숱한 의혹들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신 전 실장은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박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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