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7일 금요일

유력 주자 ‘대선 전초전’… 진실 드러나면 한쪽은 ‘치명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07일자 기사 '유력 주자 ‘대선 전초전’… 진실 드러나면 한쪽은 ‘치명타’'를 퍼왔습니다.

ㆍ안철수측 ‘불출마 협박’ 폭로 파장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 정준길 공보위원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협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선이 예측불허의 태풍에 직면했다. ‘네거티브’와 ‘후보 매수’란 아주 민감한 뇌관을 건드린 데다, 여야를 통틀어 지지도 1·2위 주자들이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박 후보 측은 일단 정 위원 개인 차원의 해프닝성 문제로 치부하고 있으나 사안의 성격과 야당의 태도 등을 보면 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좀 실수한 것 같다”고 했지만, 여자 문제와 과거 뇌물 공여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정치적 거래를 시도한 것이란 의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물증을 통해 증명되면 선거법 위반이고, 후보 매수로 인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법적 책임보다 더 큰 부담은 정치적 부담이다. 안 원장이 박 후보의 유력한 대선 경쟁자로 부상한 점에서 여론의 시선과 야당의 공세가 박 후보를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에서 “이건 메가톤급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거나 “정준길 혼자 했다고 하더라도 박 후보에게 상처는 있다. 공보위원에 임명했는데 그냥 빠져나갈 수 있겠느냐”(중진 의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황우여 대표 핸드폰의 문자메시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 관계자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읽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안철수 관련 ‘협박’이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사실관계가 이슈가 되도록 해야 함”이라고 써보냈다. 새누리당은 당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당내 박근혜 대선후보 측 정준길 공보위원이 ‘불출마 협박’을 했다는 기자회견 직후엔 당황하면서 개인 차원의 ‘해프닝’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문자메시지가 수신된 오후 3시38분 이후 드러난 ‘사실관계’ 입증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대응 방향을 바꿨다. | 뉴스1

당장 야당은 “독재정권의 부활”이라며 국정조사 등을 거론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유신잔당의 집결지이자 용서할 수 없는 불법행위에 근거해 집권하겠다는 신종 쿠데타 세력임을 드러낸 일”이라고 말했다.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에 동석한 민주당 송호창 의원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조사를 했는지 국정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문의 관건은 정 위원의 전화가 실제 정치적 거래를 시도한 ‘협박’이냐, 정 위원의 주장대로 그냥 친구로서의 ‘대화’였느냐는 성격 규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이 스스로 네거티브 대응팀과는 무관한 “일개 공보위원”이란 점을 강조하고, “개인 차원의 통화였지 상식적으로 협박은 말이 안된다”(박 후보 측 관계자)고 정 위원 개인 차원의 문제로 선을 긋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박 후보 측의 네거티브와 관련한 새로운 물증이 나올 경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공산이 커 보인다.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박 후보 측으로선 안 원장 도덕성 검증을 서두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중진 의원은 “시간이 가면 결국 남는 것은 팩트다. 목동에 여자가 진짜 있는지, 산업은행에 돈을 뇌물로 줬는지 결국 팩트의 싸움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 역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결정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 나오는 “안 원장 측에서 선수를 친 것”(친박 관계자)이란 반응도 같은 맥락이다.

어느 방향이든 이로 인해 안 원장의 대선 도전 걸음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서 “정준길, ‘통화는 사실이지만 협박은 사실무근’ 이제 안 원장 개인도 가만있을 수 없는 상황이 점점 전개되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에서 “안철수 원장이 출마하기를 원하는 쪽에서, 그런 국면을 만들기 위해서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서병수 사무총장)고 역공작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불출마 협박’ 자체가 역설적으로 안 원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김광호·이지선 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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