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일 일요일

개그맨 지망생을 성폭행범 만든 <조선>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01일자 기사 '개그맨 지망생을 성폭행범 만든 (조선)'을 퍼왔습니다.
1면에 '얼굴' 실었다 오보 판명... 피해자 지인 "친구 생매장 될판"

[기사보강: 1일 오후 6시 59분]

(조선일보)가 나주 7세 여아 성폭행 사건 용의자로 보도했던 사진이 해당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평범한 시민의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사실이 확정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신문에 용의자 얼굴부터 싣고 보는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관행에도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 주인공은 성폭행 용의자 아니라 개그맨 지망생
 

▲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의 '얼굴'을 보도한 <조선일보> 1일자 1면. 그러나 이 사진은 엉뚱한 사람의 것이었다(조선일보가 범인으로 지목한 왼쪽 인물은 오마이뉴스가 모자이크 처리했다.) ⓒ 조선일보PDF

▲ 포털에 올라온 누리꾼의 반박글. 이 누리꾼은 <조선일보>가 1면 사진으로 사용한 사진의 원본을 올려, 얼굴이 공개된 사람은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용의자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조선일보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된 왼쪽 사람의 얼굴은 오마이뉴스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됐다.) ⓒ 네이트

(조선일보)는 1일 자사 신문 1면에 '범인 고ㅇㅇ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얼굴 사진을 실었다. 사진에는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ㅇㅇ'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사진의 주인공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과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한 포털사이트에 실렸다. 

'송승연'이라는 누리꾼은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네이트 판 세상에 이런일이' 게시판에 "제 친구사진이 나주 성폭행범 사진으로 도용됐다"면서 조선일보에서 실은 사진의 원본을 공개했다. 이 누리꾼이 첨부한 사진에는 조선일보가 보도했던 사진에서 잘려나갔던 배경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는 "사진 원본은 친구에게 직접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누리꾼은 "경황이 없다"면서 "친구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경찰서에 문의하러 가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신문사에 전화해봤더니 사진은 내려준다고 했지만 이미 포털사이트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해당 언론사인 (조선일보)에서는 정정기사 여부에 대해 즉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누리꾼은 "제 친구는 생매장 당하게 생겼는데 정정기사도 안된다, 실수다라는 말만 들려오니 친구입장으로선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의 주인공인 제 친구는 개그맨 지망생"이라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죽고싶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 "오보 맞다... 대책 강구중"
 

(조선일보) 측은 이날 오후 3시께에는 대표전화를 통해 "항의전화를 많이 받고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토요일이라 당직기자가 없어 내일이나 되어야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5시께 "오보가 맞다"면서 "지금 대책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애초 (조선일보) 1면 사진은 전날 종합편성채널 (채널 A)가 보도했던 방송화면을 캡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가 두 장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두 번째 사진 하단에 '채널A 화면 캡처'라고 명시했기 때문. 그러나 (채널 A)측은 이날 5시경 (오마이뉴스)에 "(채널 A)가 보도한 사진은 조선일보 사진 중 아랫 사진뿐"이라며 "해당 사진은 보도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7월 19일에도 태풍 '카눈' 관련 사진이라며 1면에 보도한 해운대 앞바다 사진이 지난 2009년에 찍은 사진으로 밝혀져 정정보도한 바 있다. 

"강력범 사진을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싣다니"

송승연씨가 올린 글은 이 포털사이트 회원들에게 '찬성 747, 반대 15'의 평가를 받으며 인터넷 사이트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대체로 댓글을 통해 얼굴이 공개된 시민을 걱정하는 한편 정확한 확인도 없이 잘못된 사진을 공개한 을 비판하는 반응이었다. 

네이트 아이디 '세상에'는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라며 "(얼굴이 공개된 시민이) 심한 충격으로 정신에 후유증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댓글을 남겼다. 아이디 '이상민'은 "저런 강력범 사진을 1면에 실으면서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언론사가 가져야 할 도덕적, 윤리적 의무를 모두 저버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비판은 사이트의 성격을 가리지 않았다. 사진동호회인 'SLR클럽'의 아이디 '자게에서왔습니다'는 "신문은 맞춤법 한자 틀리는 거에도 민감해야 하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IT전문 사이트인 '클리앙'의 아이디 '무지개물고기'는 "에서 그토록 주장하던 '가해자의 얼굴을 알 권리'가 이토록 얄팍한 무게위에 존재하는 것이었냐"며 "손해배상 청구를 제대로 넣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 공개를 부추기는 사회 풍토를 비판한 댓글도 있었다. 트위터 아이디 @kinophio는 "범인의 얼굴을 1면에 실어야겠다는 조급증이 무차별 검색 후 '그럴듯한' 사진을 박는 '범죄'로 발전하지 않았나 추측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죄자에게도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범죄자가 아닌 우리들의 인권까지 보장하기 위해서"라며 "그걸 가장 드라마틱하고도 잔혹하게 보여준 실사례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hea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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