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경찰이 공직자 아닌 안철수 사찰한 건 불법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12일자 기사 '경찰이 공직자 아닌 안철수 사찰한 건 불법'을 퍼왔습니다.

ㆍ경찰간부 “당시 확인했을 때…” 룸살롱 사찰 사실 인정 발언ㆍ지난해 ‘룸살롱 첩보’ 확인한 듯

민간통신사 ‘뉴시스’가 12일 공개한 경찰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 내용 녹취록을 보면 경찰은 지난해 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50)의 근거 없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룸살롱을 직접 찾아가 조사한 것으로 돼 있다.

안 원장은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의 통상적인 첩보 수집 대상이 아니다. 경찰이 안 원장의 뒤를 캤다면 명백한 불법사찰에 해당한다.

경찰은 안 원장이 서울 강남 룸살롱에 드나들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녹취록에는 나와 있다.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왼쪽) 등 ‘새누리당 정치공작진상특위’ 위원들이 12일 국회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 정준길 전 공보위원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할 당시 “내 택시에 타고 있었다”고 주장한 택시기사와 공개 통화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경찰 고위 관계자는 뉴시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룸살롱) 마담 이름(을) 그때는 알았는데 지금 오래돼서 기억을 못하겠네… 우리가 그때 확인할 때도 그 사람은 없었다니까”라고 했다.

첩보 및 동향 수집을 담당하는 경찰 정보관이 실제 해당 룸살롱을 찾아가 안 원장과의 관계를 캐려 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안 원장과 관련된 소문을 확인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그때 확인할 만한 그런 그게 안되더라고. 왜냐면 그때는 시기가 이런 상황이, 안철수 교수가 무게 있게 그런 상황이 아니었어”라고 했다. 또 “자칫 잘못하면 민간사찰 이런 오해를 받을까봐”라고도 말했다.

당시 안 원장은 대선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때였다. 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문제가 되던 시점이어서 조사를 중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항간에 떠도는 루머는 별도로 조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항간에 떠도는 루머가 있다고 해서 경찰이 개인의 신상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지도 않을뿐더러 수집할 인력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시스와 통화를 한 경찰 관계자는 “루머가 계속 있었어. 우리가 좀 확인을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영 안되더라고”라고 말했다. 

경찰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당시 경찰이 공식적인 지휘통제 방식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정보라인을 통해 안 원장 관련 내용을 사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이 이런 사찰활동을 통해 확보한 정보가 어떻게 활용됐는가도 문제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사정당국의 첩보 내용이 비선라인을 통해 여의도로 전달돼 대선 후보 캠프에서 악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안 원장 측은 일반인이 손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이 언론이나 소문을 타고 급속하게 확산되자 사정당국의 사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뉴시스와 통화했던 경찰 관계자는 이날 “ ‘안철수 뒷조사 논란 관련 사정당국자 녹취록 전문’ 제하 뉴시스 보도에 대한 해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와의 통화에서 루머가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취지로 말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루머를 실제로 확인하거나 추적을 한 사실은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왜곡보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뉴시스 보도가 나간 뒤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도 “녹취록에 나와 있는 내용은 내가 말한 것으로 돼 있는데 그런 기억은 정확하게 나지 않는다”며 “나는 매번 직원들에게 항간에 떠도는 루머에 대해서는 절대 파악하지 말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안 원장 관련 소문도 주변 지인들에게 들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 경찰 고위관계자·기자 통화 녹취록 (‘뉴시스’ 공개)

“룸살롱 안 누구?”(경찰 고위관계자)

- 아니, 안철수요.(기자)

“아…잘 모릅니다. 확실하게 잘 모르고, 저는 그때 ○○(룸살롱 이름)인가 뭐 있잖아요. 거기 들락날락하고 여자 있다고 해서 우리가 한번 추적을 해 본 적은 있지. 있는데….” 

- 소스 하나 달라.

“실제 우리가 그 사람을 확인하지는 못했어. 얘기는 많이 떠돌았는데. 실제 그때 확인할 만한 그런 그게 안되더라고. 왜냐면 그때는 시기가 이런 상황이, 안철수 교수가 무게 있게 그런 상황이 아니었어.”

- 언제쯤 그랬나.

“그게 내가 서울 ○○○○할 때니까 작년 초쯤 보면 되지.” 

- 그래도 나온 게 하나도 없나. 쓸 만한 내용 없나.

“그렇게 하다가…그렇게 좀 쫓아다니다가 안 했지.”

- 나온 게 없어요?

“응응, 실제 그래.”

- 여자 새끼 마담 이름이 뭐예요.

“마담 이름 그때는 알았는데 지금 오래돼서 기억도 못하겠네.”

- 성도 몰라요? 한 번 가보게. 

“지금 가도 그 사람은 없어. 우리가 그때 확인했을 때도 그 사람은 없었다니까.”

- 아, 그럼 이미 그만둔 건가.

“응응. 그 사람은 그때 가니까 이미 되게 쑤시더라고, 보니까 언론사 좀 알 만한 놈들이 쑤시고 막 이래서 여자는 그때는 없었어.”

- 그럼 내가 손님으로 가서 누구누구 불러달라고 하면 안되나요.

“여자는 워낙 노출이 돼서 가서 해도 건질 게 없어.”

- 그렇죠. 쓰기도 그렇네. 안철수 때문에 난리인데.

“근데 그게 확인도 안된 것을 쓸 수도 없지. 그런 루머가 계속 있었어. 지금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다 그런 식의 루머야. 우리가 좀 확인을 한번 해보려고 했는데 영 안되더라고.” 

- 좀 아신다고 해서 귀동냥 좀 하려고 했더니.

“그때 확인할 수 없는 것이지. 자칫 잘못하면 민간사찰 이런 오해를 받을까봐. 여기도 그때 한참 사찰 문제가 이슈화돼 있었거든. 이게 뭐 사실은 사찰 문제는 아닌데 그냥 일상적인 루머가 있으니까, 루머라는 게 다 확인해 볼 수는 있잖아요. 시기 자체가 그래서 조금 하다가 하지 말자고 해서 끝냈지.”

- 영양가가 없네요.

“연락을 드릴게요.”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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