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아버지 명예회복에 집착 박 ‘일그러진 신념’ 굳어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3일자 기사 '아버지 명예회복에 집착 박 ‘일그러진 신념’ 굳어져'를 퍼왔습니다.

바뀌지않은 역사인식 왜?
 ‘인혁당 사법살인’ 재평가 주장
당시 퍼스트레이디 ‘면피성’
당 핵심·참모 고언 안 먹혀
“누구도 박후보 생각 못바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11일 “대법원 판결은 존중한다. 법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저도 인정한다”고 말해, 재심 결과의 법적 효력은 수용할 뜻을 비쳤다. 박 후보의 발언이 사법체계의 부정 즉, 국가 운영체제의 혼선을 초래한 문제점은 어느 정도 바로잡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75년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에 대한 ‘사법살인’을 반성한다는 진정성은 전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실제로 박 대표는 이날 “(다른 증언 등) 그런 여러가지 얘기가 있고 하니까 그런 걸 다 종합할 적에 그것은 역사적으로 좀 판단할 부분이 아니냐”며 ‘역사 재평가’를 거듭 강조했다. 이는 결국 자신이 집권한 뒤 ‘또다른 해석’ 즉 ‘인혁당 재건위 사형 집행=합법’을 꾀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학자인 전우용 박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말의 본뜻은 “뉴라이트의 판단에 맡기자’일 것”이라며 “그러면 인혁당 사법살인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5·16과 유신에 대한 인식과 태도도 동일하다. 박 후보는 지난 7월 5·16에 대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이었다고 했다가 비판을 받자 며칠 뒤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 뒤 5·16에 대해 “내가 만약 그때 지도자였다면 어떤 선택했을까 생각하면서 객관적으로 봐야 하지 않나”라며 거듭 ‘5·16 불가피론’을 주장했다. 박 후보의 역사 인식은 사실 바뀐 적이 한번도 없다. 5년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으며, 인혁당 재심에 대해서는 “지난번에도 법에 따라 한 것이고, 이번에도 법에 따라 한 것인데 그러면 법 중 하나가 잘못된 것 아니겠느냐. 나에 대한 정치공세다”라고 말했다.박 후보의 기본 생각이 안 바뀌는 것은 왜곡된 신념체계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박 후보를 잘 아는 여권의 한 인사는 12일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5년 전에도 주변에서 많이 얘기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며 “5·16과 유신이 없었으면 공산화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후보는 정치권에 나오기 전부터 “유신 없이는 아마도 공산당의 밥이 됐을지도 모른다. …시대 상황과 혼란 속에 나라를 빼앗기고 공산당 앞에 수백만이 죽어 갔다면 그 흐리멍텅한 소위 민주주의가 더 잔학한 것이었다고 말할지 누가 알 수 있으랴”(1981년 10월28일 일기)라고 썼다. 민주주의는 흐리멍텅했고, 유신이야말로 구국이라는 인식이다.이런 생각은 사후 독재자로 비판받은 아버지의 명예회복 시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일찍부터 “비범하신 아버지를 모셨고, 생전이나 서거하신 후나 평범하지 않은 관심과 혹독한 비난에 시달리셨기 때문에 그걸 바로잡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내 자신 또한 평탄하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1989년 11월5일 일기)며 ‘명예회복’을 별렀다. 박 후보가 1990년 아버지 박정희 찬양 영화인 ‘조국의 등불’을 만든 것도 이런 맥락이다.유신 통치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인혁당 판결은 박 후보가 퍼스트레이디를 한 이후인 1975년에 있었다”며 “그가 유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 시절 자기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것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을 ‘사법살인’으로 인정할 경우 자신에게 직접 책임이 돌아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하지만 박 후보의 이런 인식에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특별위원장은 “정치지도자로서 아버지를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러차례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도 “위헌적인 권력 장악을 덮기 위해 내세웠던 공산화 방지라는 논리를 아직도 신봉하면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것은 낡은 사고”라며 “문제는 아무도 박 후보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성연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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