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일 토요일

현대차 ‘밤샘노동 철폐’에 배 아픈 조선일보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31일자 기사 '현대차 ‘밤샘노동 철폐’에 배 아픈 조선일보'를 퍼왔습니다.
고용확대 없다고 비판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침묵

현대자동차 노사가 내년 3월부터 야간 노동 시간을 줄이는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합의안이 내달 3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확정되면 1조는 오전 8시~오후 6시 50분까지, 2조는 오후 9시~다음 날 오전 8시까지(주야 2시간 잔업 포함) 근무하던 주야 2교대에서 1조가 오전 6시 40분~오후 3시 20분까지 8시간, 2조는 오후 3시 20분~다음 날 오전 1시 10분까지 9시간(잔업 1시간 포함) 연속으로 조업하는 주간 2교대로 근무 형태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휴식시간 빼고 하루 평균 작업시간은 2시간 정도 단축되고 심야근무시간은 7시간에서 3시간 10분으로 대폭 줄어 노동자들의 심야할증 수당도 준다. 그러나 사측은 기본급과 성과급을 올려 그 부족분을 채워주기로 약속했고 노조는 기존 생산량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  
이 합의안에 대해 대부분의 신문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한겨레 사설은 “노동자 건강 악화의 ‘주범’으로 꼽혀온 밤샘노동을 철폐하고, 장시간 노동을 단축하는 큰 걸음이 우리나라 대표 사업장에서 내디뎌 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사설 역시 “현대자동차 노사가 큰 일 하나를 해냈다”고 썼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가치평가는 하지 않았고 1967년 현대차 가동과 함께 시작된 ‘밤샘근무’가 몇 십년 만에 폐지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만은 달랐다. 1면 하단과 6면 기사에서 한국 자동차 생산성이 미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데 그 주요한 요인이 노조간섭 때문이라고 썼다. 밤샘노동 철폐 합의에 대해서도 임금 감소를 감수하면서 근로 시간을 줄이고 추가 고용을 하지 못한 책임이 노동조합에 있다고 비판했다.

▲ 31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사람들이 현대차를 많이 사준게 문제라는 '감성적 선동'마저 서슴치 않으며 노동조합을 비판한다.

문제는 조선일보의 비판은 현대차 문제의 남은 쟁점인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 문제와 맞물릴 수밖에 없는데 이 지점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인력을 추가로 뽑아야 할 필요성을 말한다면 당연히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와 함께 논의되어야 하고, 노사가 이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그 이유를 찾아 함께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으면서 생산성 하락에 대한 노조의 책임만 공박한다. 정규직 전환과 관계없는 인력확충이라면 하청 노동자 추가 고용 밖에 없을 텐데 그러면서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임금 격차”를 우려한 것은 ‘눈가리고 아옹’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밤샘노동 철폐’를 환영하는 신문들도 추가 고용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 한겨레 사설은 “신규인력 채용을 확정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라 말했고 곧바로 이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한국일보 사설 역시 “줄어든 근무시간을 실업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주문한 후 특별합의 대상으로 남은 “비정규직(사내하청근로자)의 정규직화 문제”를 언급했다. 사실 추가 고용 문제를 정규직화 문제와 연결짓지 않는 건 논리적으로 볼 때 하청 노동자 추가 고용을 종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비정규직 생각하는 척하는 조선일보의 정규직 노조 비판이 사실은 구체적인 비정규직을 배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사내 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 문제에서 사측은 ‘2016년까지 3천명’을 내세웠다가 시한만 1년 당겼고, 비정규직 노조는 전원(8천명) 전환에서 투쟁 노동자 우선 전환까지 입장을 바꿨다가 특별합의 대상으로 넘긴 상황이다. 회사 측의 제한은 향후 몇 년간 퇴직하는 노동자의 규모가 3천명에 가깝다는 점에서 인력충원이라 볼 수 없고, 3천명의 사내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충원한 후 다시 그 비슷한 수의 사내 하청 노동자를 뽑겠다는 의사로 파악된다는 점에서 사내 하청을 불법으로 간주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한 임원의 말을 빌려 "근로시간제 변경은 물론, 라인의 생산 차종 변경이나 근로자 전환 배치 등을 모두 노조와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 조선일보 기사는 문제의 핵심은 덮어둔 채 생산성 감소의 책임을 노조에만 떠넘기는 감성적 선동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더딘 이유에는 사측의 탐욕 뿐 아니라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가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가 생략된 조선일보의 노조 비판이 보여주는 것은, 한국의 보수 세력에게 비정규직의 처우는 단지 정규직 노조를 비난하기 위한 지렛대로만 활용되고, 그 후에는 인력을 충원하는 문제에서도 인식 지평 바깥으로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가 ‘사내 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 문제를 특별합의 대상으로 분리한 것에 환호한 이유는 이 문제가 임단협과 연동되어 있을 경우 정규직 노조 측이 ‘3천명 전환’ 안을 받아 안을까 겁이 낫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시대의 비정규직 문제가 어떤 종류의 중층적 난관 위에 서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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