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6일 수요일

[사설]“작은 영화 기회 주도록 피에타 내리겠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9-25일자 사설 '[사설]“작은 영화 기회 주도록 피에타 내리겠다”'를 퍼왔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작은 영화에 기회를 주기 위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피에타)를 다음달 3일까지만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엊그제 e메일을 통해 “(피에타)가 이번 주말 관객 50만을 넘었다. 저에게는 50만이 아니라 500만이 넘은 영화와 다름없다”며 “극장 독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로서 (피에타) 개봉 4주차인 10월3일 모든 극장에서 깨끗이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하며 과연 끝없이 관객들과 평단을 불편하게 만들던 충무로의 이단아 감독다운 결단이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한 감독의 돌출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한국 영화의 현실은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어두운 구석을 드러낸다. 우리는 누가 무슨 중요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을 때 갈채를 보내고 저예산 독립·예술영화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개탄하고 육성책을 말한다. 그리고는 곧 잊어버린다. 이것은 예술적, 문화적 위선이 아닐 수 없다. 그 점에서 그는 적절한 시기에 매우 정당하고 의미 있는 문제제기를 했다. 

그가 말한 것의 요체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수준 높고 풍부한 문화는 다양성에서 나온다. 여기에선 물론 상업성을 넘어선 다양한 예술영화를 말한다. 그는 작은 영화에 기회를 주고 싶은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 극장에라도 걸리기를 기도하며 창작자로서 피를 토하며 어렵게 영화를 만드는 많은 영화인들이 있습니다.” 앞서 김 감독은 지난 11일 (피에타)의 베니스영화제 수상기념 기자회견에서 “천만의 기록을 내기 위해 극장에서 안 빠지고 있는 게 바로 (도둑들) 아닌가”라고 주류 배급시스템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영화계도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결과는 작은 영화들의 상영기회 부족, 대기업 영화의 상영관 독과점 등이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이 해묵은 문제를 다시 꺼내기도 지쳤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김 감독의 결정을 이 문제에 새롭게 접근하는 자세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김기덕 감독의 수상을 계기로 영화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 규모가 늘고 지원 방식도 다각도로 이뤄지길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정부가 나서서 지방 소규모 극장들을 독립영화 전용관으로 만드는 등 독립·예술영화 지원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복합상영관인 CGV, 롯데시네마 등도 현재 소규모로 운영 중인 다양성영화 전용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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