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목요일

인혁당 발언 수습 난맥상…박근혜는 ‘사과없다’ 요지부동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3일자 기사 '인혁당 발언 수습 난맥상…박근혜는 ‘사과없다’ 요지부동'을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워크숍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인혁당 사과’ 혼선 전말

“박 후보 역사인식 전환 필요
홍 대변인 등 당직자들 공감

최경환에 사과 논평 보고”
최 실장은 논의사실 부인

“박근혜 꽉막힌 벽에 일 꼬여”
당안에서도 ‘통합행보 우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인혁당 관련 발언 사과를 둘러싼 12일 당 내부 혼선은 이 사안에 대한 박 후보의 인식이 요지부동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해준다.박 후보가 ‘인혁당 파문에 대한 출구전략’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당내 의견을 수렴해 마련된 당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을 전면 부인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홍일표 대변인의 이날 브리핑은 박 후보의 인혁당 표현에 일부 오해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하는 형식을 취했다. 홍 대변인의 논평은 “두 개의 판결”(10일),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의 여러 증언”(11일 오전), “재심 판결 존중”(11일 오후)으로 이어진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발언이 유족들의 반발을 넘어 ‘국민대통합 행보’에 대한 진정성을 허물어뜨리는 상황으로 치닫는 데 대한 새누리당 내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홍 대변인의 이날 브리핑은 당내 여러 당직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 당직자는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 재심 결과를 부정하고 사실관계까지 혼동하면서 여론이 악화했다”며 “박 후보의 역사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당직자들이 공감해 박 후보에게 이런 뜻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정희 정권 시대의 사법살인인 인혁당 사건에 대해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박 후보의 인식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차이가 커 하루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홍 대변인도 이날 저녁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로서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추진한 것”이라며 “당의 다른 의원들과 상의했고, 그런 것이 좋겠다는 중지가 모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당 안에서는 박 후보의 최측근인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도 함께 논의한 사안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최 실장과 가까운 한 당직자는 “최 실장이 홍 대변인으로부터 사과 논평을 내겠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맞다”며 “다만 그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고, 후보에게도 사전에 이를 전달하지 못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 추진한 이런 ‘출구전략’은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꺼리는 박 후보의 완고한 벽에 부닥쳐 일단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날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워크숍에 참석한 박 후보는 홍 대변인의 사과 브리핑 내용을 전해들은 뒤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후보를 수행한 이상일 대변인은 “홍 대변인 개인 생각”으로 규정했다. 최경환 비서실장도 “홍 대변인 혼자 이야기한 것”이라며 사전 논의 사실을 부인했다.그러나 새누리당 안팎에선 이번 사태로 박 후보의 ‘자기 중심적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친박 진영의 한 인사는 “박 후보의 역사 인식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최근 박 후보에게 ‘유신 문제가 나오면 미화하면 안 된다. 또 유신의 최악이 인혁당인데 사과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렸다”며 “그럼에도 저렇게 나오는 건 그 보고서를 안 봤거나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내 의견을 수렴해 홍 대변인이 총대를 멨으면, 박 후보도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호응했어야 하는데 일이 크게 꼬였다”며 “이제 박 후보의 진정성만 더 의심받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신승근 성연철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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